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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김건일 1 959
할아버지

 

김건일

 

 

할아버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잔다

 

할아버지는

꿈을 꾸지 않는갑다

할아버지는

일하는 것이 꿈이요

움직이는 것이 꿈이요

먹는 것이 꿈인갑다

 

할아버지는

새벽에도 이슬에 젖어

산에 나가 팥밭을 쫀다

괭이가 땅을 쪼을때

힘차게 내려치는 것 같지 않으나

반복된

수천번 수만번

내리침의 연속

땅은 부드럽게 파이고

땅은 떡고물처럼

부드럽게 부드럽게 부서져 있다

 

할아버지

눈가장자리에는 언제나 웃음이 있다

그 웃음은 일에 대한 즐거움

근심 걱정이 없는 아무런 욕심을 담지

않은 맑은 노동의 웃음

 

할아버지는

밥을 많이 먹는다

된장국에 보리밥이지만

한 입 가득 퍼 넣으시고

이도 없이

잇몸으로 오물오물

 

꿀떡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새카만 우거지김치도 꿀떡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밥 한 그릇 먹고

숭늉 한 그릇 마시고

소피도 보시지 않고

할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간다

 

불평없이 묵묵히

땀만 흘리시는 할아버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낮이나 밤이나

괭이를 들고

땅을 파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좋아요
1 Comments
산처녀 2006.02.02 00:49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홈에서 뵌지 오랫만입니다 .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글 주시길 빕니다 .
마치 윗 글은 구순이 가까우신 저의 시어머님을 뵙는듯 합니다 .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줄 아시는 개미같이 근면하신 저의 시어머님과 너무나 닮으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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