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빨
아버지의 이빨 / 김건일
무우 깍두기를 사각사각 씹던
그 좋던 아버지의 이빨
쌀밥도 오물오물 씹는
종이 이빨 되었네
자식이야 십 남매 낳았지만
자식이야 시집 장가 다 보냈지만
어느 자식 하나 아버지 사정 알지 못하네
맛 좋은 저녁 식탁 마련해놓고
제 새끼 쫑긋한 이빨 들여다보고
신기해서 신기해서 뽀뽀를 하네
한번쯤 고향에 찾아온다면
어릴 적 달빛이 사립문 열 듯
한번쯤 고향에 찾아온다면
아버지 사정 알 수 있으리오만
묻노라 남대문이 열려 있더뇨?
숭숭히 뚫린 아버지의 이빨 사이로
세찬 겨울 바람만 들랑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