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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빨

김건일 2 1132


아버지의 이빨 / 김건일

 

무우 깍두기를 사각사각 씹던
그 좋던 아버지의 이빨
쌀밥도 오물오물 씹는
종이 이빨 되었네

 

자식이야 십 남매 낳았지만
자식이야 시집 장가 다 보냈지만
어느 자식 하나 아버지 사정 알지 못하네

맛 좋은 저녁 식탁 마련해놓고
제 새끼 쫑긋한 이빨 들여다보고
신기해서 신기해서 뽀뽀를 하네

 

한번쯤 고향에 찾아온다면
어릴 적 달빛이 사립문 열 듯
한번쯤 고향에 찾아온다면
아버지 사정 알 수 있으리오만

 

묻노라 남대문이 열려 있더뇨?
숭숭히 뚫린 아버지의 이빨 사이로
세찬 겨울 바람만 들랑거리네 

 

 
2 Comments
김형준 2006.02.05 23:11  
  이빨이 하나씩 멸망해 간다.
나에게 나이란 아이가 자꾸 쌓인다.
정신 하나는 멀쩡하자고 눈을 부릅뜬다.

눈에서 정기가 빛날 때 씩 웃으며 보이는 금이빨
괴로움이 밀려들며 나 자신을 대하기 싫을 때가 있다.
고통의 순간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의 바다에 밀려가면
또 다시 생명의 존엄함에 머리 숙인 채 열심히 발걸음질 친다.

내 이빨 다 썩어지면 새 이빨이 아기들에게 나겠지.
냄새나고 색바랜 이빨을 선물로 주진 못할 망정
내 영혼의 순수함과, 진심됨, 성실함, 사랑, 사랑, 사랑.
다음 세대에, 또 그 다음 세대에 양심껏 남기고, 베풀고
울 할배, 할매, 아브라함, 이삭, 야곱, 베드로, 바울님 모두
걸어가신 그 길 따라가서 새 이빨, 새 눈 받아 충만한 기쁨
내 하늘의 님에게 드리고, 새로운 이웃들과 하모니
맞추어 그 영혼의, 생명의 노래를 끊임없이 부르련다.
장미숙 2006.02.07 11:47  
  선생님!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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