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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내 친구 - 팝송s, '빨간 머리 앤', New York Times

김형준 2 1466
민속설 연휴가 다 지나갔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흥분된 분위기에서
다시 구정으로 흘러갔다. 오랫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설레임, 명절 음식 차림에서
오는 스트레스, 세뱃돈을 받는 흥분, 화토와 윷놀이를 통한 가족간의 친목 도모 등으로
시간들을 보내며 다시 일상 속으로 적응하는 시간이 이번 주가 아닌가 싶다. 당분간
아드레날린을 몸에서 막 뿜어낼 일은 금방 찾아 오지 않을 것이다. 나도 또한 가족, 친지와의
만남으로 2, 3일을 보냈다.

좋지 않던 기억들은 밀어내고 보다 좋은 감정과 자세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이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오해와 관심 결여로 인해 생겨난
아픔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마음에 누군가가 간직하고 있으면 다른 이들에게도 불편함이
생길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웃음을 띠고 모든 찾아 오는 분들을 정성껏 맞이하였다.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더 세뱃돈을 주었다. 주머니에 여유가 넘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에 여유와 사랑, 그리고 지혜가 조금 더 많이 생겨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는데 보내고 있는 내 일상이 늘 귀하게 느껴진다.
음악이 물론 큰 활력소 역할을 하고, 좋은 삶의 양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요즘은 부쩍
누구를 만나든지 참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조금 성격차가 있어도,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그저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심이 생기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걸까.

수요일 오후에 센트럴시티 내에 위치한 영화관에 잠시 들렀다. 양재역 인근에 위치한
대한성서공회 내에 열린 기독교백화점  개업식에 가기 전에 시간이 맞으면 '왕의 남자'를
보기 위해서 였다. 타이밍이 꽤 멋있게 맞아 떨어졌다. 영화가 이미 시작을 한지 5분 정도 흘렀고,
좌석이 제일 앞 줄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평일 오후 2시50분에 상영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역시 '8백만' 이상의 관객이 찾아주었고, 1천만을 향해 성큼 성큼 발을
내딛고 있는 영화의 인기를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제일 뒷 줄쪽을
선호하지만 이때 아니면 그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표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들어가서 어둠에 적응한 뒤 주변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나이군이 다양했다. 20대에서 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보통 영화를 보러 가면
2, 30대에 속한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역사와 옛날 서민
예술내지는 문화에 대한 내용이 향수를 자극한 것일까. 여하간 참 재미있게 보았다.

저녁 식사를 친구와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기차칸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늘 하던 버릇대로 포켓용 영문 소설책을 꺼내
빨간 줄을 쳐가며 읽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워크맨을 잘못 다루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다시 책 읽는
것에 집중하려는 찰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조용하고 달콤한 음악이
계속해서 흘렀다. 가만 들으니 팝송 CD를 파는 어느 분의 소리이다. 그 많은
이들이 차에 있는데 그다지 짜증나지 않게 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간히 말을
했다. 팝송 CD 6개와 가사집을 단돈 만 원 한장에 판단다. 불법 복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틈을 뚫고 용감하게
음악 소리가 나는 곳으로 서둘러 갔다. 보통 지하철이나 길가에서 무언가를 사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신기할 정도로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만원을 주고
한 세트를 받아드니 제작사의 이름이 내겐 낯선 곳이었다. 믿음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도박하는 심정으로 샀다.

언젠가 노량진역에서 1호선을 타고 종로를 향해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 가고 있었다.
팝송 세트를 어느 분이 1만원에 팔고 있었다. 사려고 지갑을 여니 '아니, 세상에'
1만원권도 한 장 없고, 그저 천 원짜리 두, 세장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난처했었다.
꼭 사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것이다. 판매하는 분이 신용카드를 받을 리도 없을 것이었다.
그 팝송 CD를 사고 싶었던 것은 팝송을 듣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는데 팝송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분석하고자 하는 이유가 훨씬 더 강했다.
'직업병'이 발동을 한 것일까. 그때 못 사서 너무 아쉬웠기에 이번에 그리 급하게
서둘러 많은 이들 사이로 가서 산 것이다.

  '아슬 아슬한 마음이 들었다.'

기차 속에서 음질을 확인하고자 들어보기도 그렇고, 집에 도착해서 들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음질이 엉망이거나 공 CD인 경우 그냥 '1만원 투자했다' 하고
포기할 수 밖에는 없었다. 다행히 음질이 괜찮다. 노래들도 귀에 익숙한 조용하고
달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네 개째 듣고 있는데 녹음이 잘 되어 있었다.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듣다가 약간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간간히 틀어놓으면 좋을만한
팝송들이었다. 가사집이 있기에 꼭 가사들을 외워 다들 따라 불러보고 싶은
곡들이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과 더불어 일부는 함께 들으며 불러야겠다.
나의 삶이 이 CD 여섯장으로 인해 더욱 따스해지고 풍성해졌다. 그만큼 내 마음에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너무 너무 잘 샀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교보 음반점에서 EMI에서 기획 음반으로 만든 6개 1세트로 된 팝송 CD를
산 적이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100곡을 실었단다. 이번 CD들에는 120곡이
들어있다. 아마 많은 곡들이 두 세트에 공통으로 들어있으리라. 그러면 어떤가. 듣고 또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곡들이고, 내 영혼과 마음에 차분함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곡들인데.
주로 오페라 아리아들을 공부하고, 한국, 독일, 이태리 가곡들을 듣고 노래하는 것이
나의 음악공부의 대부분이다. 물론 찬송가 등 교회 음악 공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클래식 기악 쪽 듣고 분석하는 것도 늘 하지만 팝송은 팝송대로 충분한 맛깔스러움이 있다.
팝송 120곡 중 많은 곡 가사를 다 외워 신나게 부르는 내 자신을 상상해보면서 기쁨을 느낀다.
old pop이면 어떤가 그저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면 됐지.

이젠 다시 New York Times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영어로 된 기사들을 읽어야 겠다. Business,
Science, Technology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자신없어 하는 내 마음을 추스리면서
그러한 분야들과 보다 친숙해지기 위해서, 또한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그 분야들의 기사들을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사람도 늘 그렇지 않은가. 부족한 부문만 보고,
잘 못하는 것들만 꼬집다 보면 한 사람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리라. 좋은 점들을 부각시켜주고,
약한 부분은 숨겨주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는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피하다 보면 영영 배우고 알 수 있는
계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영어를 배우고, 일상화하는 것도 그와 너무도 유사한 과정이다.

2006년에도 나는 변함없이 항상 영어와 벗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영어에 언제나 열등감과 두려움을
느끼던 내게 영어가 단짝으로 찾아와 준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그렇게 힘들게, 어렵게
내 친구가 되어준 영어를 절대로 멀리하고 싶지 않다. 지하철을 타거나, 빈 시간이 생길 때
카페같은 곳에서 요즘 읽고 있는 영문 소설은 캐나다 작가 L.M. 몽고메리가 쓴 'Rilla
of Ingleside'이다. 이 책은 주로 '빨간 머리의 앤'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8권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8권 합쳐서 2,0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영국과 미국의 고전 작품들을 한 권씩 읽어나갈 계획이다. 교보와 영풍에서
차곡차곡 사들인 옥스포드대학 출판사에서 나온 영문 고전 소설이 내게 수 백권이
있다. 내가 읽어주기를 책꽂이에서 기다리고 있다. 콘라드, 헨리 제임스, 밀턴,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등등의 작가들이 남긴 너무도 멋진 작품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시드니 셸던, 존 그리샴, ('다빈치 코드'를 쓴) 댄 브라운, 제임스 페터슨 등
현대 작가들이 쓴 영문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신물이 날 정도로 열심히 읽어나갔었다.
이젠 그러한 현대 bestseller 영문 소설들과 더불어 고전 명작들을 천천히 한 권씩 읽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어학습법'에
대한 책들을 써 나갈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보다 근본적으로 습득하여 평생 가장 친한
친구처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우리나라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

New York Times는 미국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신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잡지인 타임도
인터넷에서 읽고 싶지만 유료이어서 아직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신문인 뉴욕타임즈의
인터넷 버전은 아직 무료이다. 하지만 컬럼니스트들이 쓴 컬럼들은 유료 독자에게만 제공을
한다. 워싱톤포스트의 컬럼들도 마찬가지 상태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아직 무료로 자유로이
제공이 되고 있다.  LA Times 사이트에도 자주 가서 컬럼니스트들이 쓴 컬럼들을 읽어나갈 계획이다.
영자 신문 기사들을 열심히 하나 하나 읽고 그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얻다보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에 조금이나마 실천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고 굳게 확신한다. '빨간 머리 앤'의 막내딸인 'Rilla'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재촉한다. 신문을 읽는 것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소설을 영어로 읽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내 마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의 부분에서 그녀는 막 꽃피어나는 만 15세에 가까운 나이이다. 프린스 에드워즈라고 하는 캐나다 동부 끝에 위치한 섬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언젠가 한 번
꼭 방문하고 싶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인 '빨간 머리의 앤'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배경이 되는
장소라서 그렇다. 작가인 몽고메리에 의하면 거의 지상 낙원과 같은 곳이 아닌가 싶다.

다시 귀에 팝송 소리가 들려온다. 한 곡 한 곡 들으면서 양심적으로 영어를 조금씩
더 배워나갈 작정이다. 내가 그렇게 곰처럼 '꾸준히 성실하게' 영어를 배우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자극을 받아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영어를 쉽게 배울까'하는 약은 마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영어를 늘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을 평생 가장 좋아하는 취미 생활'처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20여년 넘게 해온
것과 같이 말이다. 팝송 CD들을 이번에 산 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열심히 들어야 겠다.
다음에 '가곡 부르기' 시간에 가서 남녀를 불문하고 누군가 마음에 드는 분 앞에서 작고
부드러운 소리로 불러드리고 싶다. 열심히 배운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잠시 잘 하다가도 이런 저런 일로 멀리 하고 게을리 하다 보면 또 다시 생소해지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반복하며 살아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밀고나갈 일이다. '단기간에 이루는 성취는 깊을 수가 없다. 차라리 천천히
오랫 동안 조금씩 배움을 이루어 나가는 것에 결과적으로 훨씬 깊이와 넓이가 창조될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는 너무나도 영어 학습에 있어서 진실되게 내 마음에
깊숙히 파고 들어온다.

때론 '느리게 꾸준히 걷는 것'이 정답인 모양이다.
2 Comments
바다 2006.02.06 20:58  
  님의 영어에 대한 열정에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글도 열정이 가득차 있습니다.
김형준 2006.02.06 22:40  
  바다님!
감사합니다. 늘 바다님께서 올리시는
훌륭한 시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늘 어디서나,
언제나 배우는 사람의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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