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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과 음악과 컴퓨터

오숙자 7 1698
시인 김달진 님은 <임의 모습>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어디고 반드시 계시오라 믿기에
      어렴풋 꿈속에 그리던 모습
      어둔방 촛불인 듯 내 앞에 앉으신양
      아 이제 뵈는 모습 바로 그 모습이네

  사랑의 모습을 다소곳이 표출하는 이 몇 줄에서 나는 나대로의 악상을 떠올린다.
  작곡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에서 유로 창조되는 바로 이 악상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임의 모습같이 구체적이면서도 또한 아련한 것이기도 하다.
  환히 떠올랐다 스러지기도 하고, 아스라이 떠오른다 싶지만 꿈인듯 잡힐듯 말듯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음악이 가장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픈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위로하는 것도 음악이요, 아픈 가슴을 짓이기고 통열한 고통을 유발시키는 것도 또한 음악이다.
  이처럼 음악은 사랑이란 특성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어서 매우 감성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안돼는 주제인 것이다.
  사랑의 맛이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듯 결코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으로 비유 할 수가 없다.
  음악도 또한 그러하다.
  요즈음 컴퓨터 시대가 돼서 모든 것이 편리하다. 컴퓨터는 사람을 달나라에 올려놓고 우주를 산책하게 하는 신비를 낳았지만 단 한가지 사람의 감성만은 어쩔 수가 없다.
  음악의 세계에 있어서도 컴퓨터가 공헌하는 바는 지대하다.
  이제는 작곡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아주 작업이 수월해 졌다.
  건반만 두드리면 컴퓨터가 척척 알아서 악보를 그려내고 쓱싹 인쇄까지 끝내주는 것이다.
  또 납작한 상자크기의 <미디>하나만을 오디오와 연결하면 버튼 한 두 개를 조작하는 것으로 수천 곡의 가요 가곡 팝송들을 골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편리한 컴퓨터 음악도 음악의 순수성 쪽으로 따진다면 역시 천연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의 대비 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사랑이란 것이 편리한 즉석 만남이나 의도적 결합으로는 영혼의 기쁨을 이끌어 낼 수 없듯이 음악도 편리한 추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대목들이 많다.
  음악은 사랑처럼 아프고 감미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즈음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곡을 한다.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이런 편리에서 오는 안일함이 악상의 무게를 줄이지 않을가 하는 우려 때문에 옛날처럼 연필로 악보를 그려보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사랑도 편리하고 다채로워 졌다.
  컴퓨터로 짝을 찾고 컴퓨터로 사랑의 환희를 가늠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클릭 하나로 서류와 자료를 어디든 척척 보내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들을 마음먹은 대로 즉시 전달되는 빠르고 편리한 공간이 하나가되어 살고 있다.
  사람에게는 역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솔함이 필요하다.
  나의 삶과 사랑과 창작의 열의도 역시 인간적인, 진실로 인간적인 고뇌에서 뜸들여지고 싶다.
  가을의 과일이 마지막 태양의 열기로 듬뿍 단맛을 드리듯 그렇게 스스로 익히는 삶을 갖고 싶다.

7 Comments
미리내 2003.02.28 06:47  
  교수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몰랐잖습니까,,이렇게 해서 그렇게 알게되는군요,

비록~~홈이지만  진심으로  생신축하드리옵니다,,
내내  건안하십시요..
수선화 2003.02.28 08:21  
  오늘은
평소보다 이른 새벽을 열고..  많은 생각을 한 날입니다.

이 아침..
교수님의 글을 대하며 가슴깊이 와 닿는 공감된 내용에
가슴이 뭉클해 지는군요.

생신을 축하드리며..
아름답고 행복한 날 되소서.



박금애 2003.02.28 09:05  
  "음악은 사랑처럼 아프고 감미로워야한다." 음악 뿐이겠어요?
진통없이는 그 무엇도 창조 할 수 없겠지요. 그 모든 아픔과 감미로움의 1순위는 사랑인가봅니다.
거기서 많은 예술이 창조되는 것을 보면.
특히 임의 모습과 악상이 창조되는 과정의 비유는 너무 멋집니다.

모두들 쉽고 편안한 것만 찾는 요즈음 자신만이 추구하는 삶을 흔들림없이 가고자 하는
교수님의 삶의 열정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바다 2003.02.28 10:17  
  사랑의 맛이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듯
결코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으로 비유 할 수가 없다.
 
 음악도 또한 그러하다
음악은 사랑처럼 아프고 감미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태어나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늘 고독하지 않은가 봅니다
 
  교수님의 글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군요
우리의 삶과 사랑과 음악과 컴퓨터는 삼위일체가 아니라 사위일체가 되는군요
평화 2003.02.28 10:30  
  교수님! 김달진님의 "임의모습" 시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갑자기 김영랑님의 '내마음 날같이 아실이'가 떠오르네요.
내마음 날같이 아실이 어딘가 계실것이면...

사람에게는 역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솔함이 필요하다
제 좌우명이 "최선을 다하자" 입니다.무슨 일에서나....
제 생각에 교수님께서는 바라시는대로 마지막 태양의 열기로
가을의 과일이 단맛을 듬뿍 머금은듯 최고로 성숙된 사람이시라고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교수님!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랑처럼 아프고 감미로운 음악
많이 잉태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행운의 여신이 늘 교수님곁에 머무르시기를....*^-^*
가객 2003.02.28 16:07  
  "아름다운 악상은 예고없이 찾아 온다.
그 것이 떠오르면 즉시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악상이란 금방 스러지고 잡힐듯 말듯하는
붙잡기 어려운 것이니
그만큼 음악은 고통의 산물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우리가 크나큰 편리와 안일을 얻지만
그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훨씬 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세상은 그만큼 척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이런 편리에서 오는 안일함이
악상의 무게를 줄이지 않을가 하는 우려 때문에
옛날처럼 연필로 악보를 그려보기도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 옵니다.

교수님의 깊은 고뇌와 따뜻한 사랑 그리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짐으로써 
교수님의 삶, 사랑 그리고 창작이 갈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면서도
감미롭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남가주 2003.03.01 05:18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베풀줄 아는 마음을 가진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아픔을 감싸주는 사랑이 있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늘 겸손하게 섬길 줄 아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웝써핑중 만난 글입니다.

이글을 오숙자 교수님께 드립니다.

생일축하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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