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내리는 창가에서(Iris)
여름비 내리는 창가에서(Iris)
권선옥(sun)
여름의 문턱에서 비가 온 뒤 창문을 열면 보랏빛 너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을 작은 힘으로나마 감싸듯 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을 끼고 서 있는 보랏빛 큼지막한 붓꽃. 처음 너를 보면 딱딱하고 길게 뻗는 잎과 독특한 꽃 모양에서 왠지 우리의 야생화와는 거리가 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길게 뻗은 대궁 끝에 핀 꽃봉오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붓꽃은 서양에서도 사람들과 비교적 가까이 지내는 꽃이다. 붓꽃의 서양 이름은 아이리스(Iris)이다. 아이리스는 '무지개'란 뜻이다. 비가 온 뒤 어둠과 우울함이 걷힌 밝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무지개처럼 꽃말도 '생활에 기쁜 소식'이다.
여름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의연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신 주노(그리스 신화의 헤라)와 아이리스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신 주노의 남편 주피터(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주노의 시녀 아이리스에게 사랑을 간청하자, 아이리스는 주인 주노를 배반할 수 없어서 무지개가 되었다고 한다. 섣불리 타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음이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는 것일까. 잎도 대궁도 좀처럼 꺾이지도 않고 잘리지도 않는 질긴 식물이 피워 낸 보랏빛 붓꽃. 비가 내린 뒤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이 더 한층 아름다움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긴 의연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드물지 않게 피어 있는 붓꽃.
주로 정원의 가장자리나 길가에 자리하여 늘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꾸어 가는 식물 붓꽃.
사람 사는 곳에서도 어디를 가든지 붓꽃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야단스럽게 저항하지 않고도 비를 맞듯이 묵묵히 어려움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 허욕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초여름의 빗소리를 듣고 있다.
<2006. 5. 27.>
- 참고 -
* 붓꽃(Iris)의 종류는 200 여 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14 종 정도가 자생하며,
때로는 '창포'라고 불리어지기도 하지만 단옷날 머리를 감는 '창포'와는 전혀 다르답니다.
- 붓꽃이 보이는 창가 -
![741933092_877361be_BAD7B2C91.JPG](http://www.saemga.com/gnu4/data/file/younghee3/741933092_877361be_BAD7B2C91.JPG)
- 윤혜숙 작품 -
권선옥(sun)
여름의 문턱에서 비가 온 뒤 창문을 열면 보랏빛 너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을 작은 힘으로나마 감싸듯 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을 끼고 서 있는 보랏빛 큼지막한 붓꽃. 처음 너를 보면 딱딱하고 길게 뻗는 잎과 독특한 꽃 모양에서 왠지 우리의 야생화와는 거리가 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진다.
길게 뻗은 대궁 끝에 핀 꽃봉오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붓꽃은 서양에서도 사람들과 비교적 가까이 지내는 꽃이다. 붓꽃의 서양 이름은 아이리스(Iris)이다. 아이리스는 '무지개'란 뜻이다. 비가 온 뒤 어둠과 우울함이 걷힌 밝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무지개처럼 꽃말도 '생활에 기쁜 소식'이다.
여름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의연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신 주노(그리스 신화의 헤라)와 아이리스에 얽힌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신 주노의 남편 주피터(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주노의 시녀 아이리스에게 사랑을 간청하자, 아이리스는 주인 주노를 배반할 수 없어서 무지개가 되었다고 한다. 섣불리 타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음이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는 것일까. 잎도 대궁도 좀처럼 꺾이지도 않고 잘리지도 않는 질긴 식물이 피워 낸 보랏빛 붓꽃. 비가 내린 뒤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습이 더 한층 아름다움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긴 의연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드물지 않게 피어 있는 붓꽃.
주로 정원의 가장자리나 길가에 자리하여 늘 가까운 곳에 서 있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꾸어 가는 식물 붓꽃.
사람 사는 곳에서도 어디를 가든지 붓꽃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야단스럽게 저항하지 않고도 비를 맞듯이 묵묵히 어려움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 허욕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초여름의 빗소리를 듣고 있다.
<2006. 5. 27.>
- 참고 -
* 붓꽃(Iris)의 종류는 200 여 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14 종 정도가 자생하며,
때로는 '창포'라고 불리어지기도 하지만 단옷날 머리를 감는 '창포'와는 전혀 다르답니다.
- 붓꽃이 보이는 창가 -
- 윤혜숙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