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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에 전화했어!

김형준 2 1026
장애우 모임 이야기 하셨다. 국제가족 이야기 하셨다.
열심히 신나게 이야기 하다 삼천포로 간다.
이승만이 왜 나오고, 그 수하 군 장성들이 왜 나오나
이승만대통령 추모식에 장군들 안왔다고 한탄이다.
그저 작은 소리로 부드럽게 말씀하실 것이지.
군 출신 여럿 있는 데서 눈을 부릅뜨고 고성을 지르셨다. 괜시리 혼자서.
'영감님이 오늘 왜 이리 오버하시나! 내 아버지도 군 출신인 걸 까먹으셨나.'
이젠 그런 모습에도 별로 놀라거나 흥분하지 않을 만큼 숙달이 되었다.

상처를 입는 것은 상처를 주는 자가 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받는 자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전철 타고 이 세상에서 내가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향해 가고 있다.
모짜르트의 음악이 내 핸드폰에서 방정맞게 울려 나왔다. '딴따라 라라 라라. 띠리리 리리 리리.'
250주년 된 모짜르트 탄생. 뽕짝 비슷한 스타일의 모짜르트 음악을 담고 있는 핸드폰.
익숙하지 않은 전화번호를 물끄러미 보다 '여보세요!'하고 낮고 부드러운 음성을 보내주었다.
'나요, 나! 서영X이요'한다. 깊은 뱃속에서 나오는 멋진 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린다.
'왠일일까' 몇 년 돼도 전화 한 번 안하던 자존심 센 사람이 전화를 다했네.
서로 안지 약 10년. 내게 전화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참 지긋지긋한 인간이다.
아마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고함친 것이 좀 미안했나, 염려가 되었나.
'내가 좀 지나쳤나. 나 가고 나서 무슨 얘기가 있었오?'하고 묻는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이구, 이 양반도 걱정이 되나보다.' 별다른 이야기 없었다고
안심을 시키니 또 내 걱정까지 한다. 아마 내게도 좀 미안했나 보다.
'당신 생각도 했어'한다. 우리 집에 전화해서 할배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단다.
우리 할배가 내 걱정을 많이 했다 한다. '별 일 다 본다. 모르는 양반에게까지 내 얘길 하나!'

여하간 전화한 분 돌아가시면 이 날 전화통화 내용이 생생히 기억날 것이다.
언제 다시 내게 전화를 할까. 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숫자가 그리 중요한가.
이전엔 '왜 전화 한 번 안하시나!' 서운한 감정 많이 들었는데 이젠 좀 사그라졌나보다.
가곡 '인연'의 가사처럼 '가까이서 볼 수만 있어도 너무나 행복합니다'라고 느끼면 그뿐.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사람인데 마음으로나마 잘 해드려야지. 늘 즐거워 해드려야지.
요즘엔 어여쁜 눈으로만 바라본다. 좀 슬슬 봐줄 마음의 여유도 인다. 봐줘야지 어떻게 하겠나.
미운 감정, 서운한 감정 잔뜩 지니고 살아봤자 서로 좋을 것은 전혀 없을 테니까.
 
참 재주도, 능력도 많은 분이시다. 서예도 하시고, 시도 쓰시고, 정치도 하시고,
시민 운동도 하시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추고 끼가 넘쳐난다. 말도 청산유수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부탁하는 대로 열심히 도움을 주신다. 거절을 잘 하지 않고 늘 품에 모은다.
기억력도 좋고, 건강도 좋고, 이 사람도 아끼고, 저 사람도 소중히 여기고. 본받을 것이 많다.
특별한 분이시니, 뛰어난 분이시니 그저 내 마음에 아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주는
거부할래야 불가능한 가까운 인연의 분이시니 그냥 그렇게 긍정적인 스케치를 그려야겠다.
내게도 철이 드나보다. 조금은. 그래야지 한 살 더 먹었고, 하늘나라 갈 날도 그만큼
더 가까와지는데. 다시 아이로 돌아갈 차비를 해야지 내가 사랑하는 님이 아이처럼
하늘나라를 바라고 구하라고 하셨으니. 나도 행복해지고, 내가 사랑하는 이도 행복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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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당신 얼굴 편하게 마주 봅니다.
웃음을 드릴 여유가 생겼어요.
너무나 가까와서 늘 화내고 아파했는데
마음을 부드러이 낮추니 따스한 둥지가 되었답니다.

자주 차 마시고, 밥 먹고 그렇게 함께 지냈는데
왠지 이젠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네요.
약간 멀리 떨어져서 지켜 볼래요.
그래야 당신 마음, 내 마음 상하지 않을테니까.

다 드릴게요. 뭘 원하세요. 말씀만 하세요.
아끼지 않을래요. 언제 가실지도 모르는데.
당신 마음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내 마음 살펴달라 안 할테니 염려 마세요.

또 전화하세요. 보고 싶으시면. 생각이 나면.
이젠 다정한 목소리로만 대해 드릴 게요.
그래야 좋은 열매맺고 꽃피어 맘 속에 푸근히  머물 테니까.
두고두고  이야기 하고픈 그리움의 전설을 남길까봐요.
2 Comments
바다 2006.02.09 15:54  
  만나지 않아도 전파를 통해서 전해지는 사랑.
전화 한 통화..
보고 싶으면
생각나면 전화 한 통화.
당신 생각에 전화 했었어.
그 한 마디면 족할 것 같네요.
김형준 2006.02.10 11:29  
  바다님!
늘 보면 참 좋은 데 그러다 보면 싸우기도 하죠.
그저 마음 속에서 그리움을 갖다가
때로 그 간절함이 넘쳐나서 담고 있기 힘드면
전화기 들고 '여보세요, 나에요' 한 번하고,
'잘 지내시죠?'하고 끊어도 그 효과가 오래갈 수 있죠.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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