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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 답사기.

권혁민 3 847
그대, 피할 수 없다면-스스로 즐겨라!

(무대를 올라가기 바로 직전 객석의자에 앉아서 저 혼자 속으로 하는 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래.........
누가 등 떠밀어 강제로 끌어 낸 것도 아닐진데.........
제 입으로.......
제 발로 .........
스스로 올라가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제와서 대체 누굴 원망할꺼나.
그래,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야.
죽어도 "꽥"하고 소리나 한번 지르고 죽는거야.
사내자식이 칼을 뽑아 들었다면 무우라도 몇 동강쯤은 내고 내려 놓아야지.
한달내내 가사를 줄줄줄 외고 다녔는데......
집에서 회사에서 화장실에서 거실에서......얼마나 흘리고 다녔으면
이제 초등학교 1년생 아들놈 입에서도 줄줄줄 다 부를곡을.
넌 도대체 뭘 그렇게 망설이는거야,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렸을 때-가을 운동회적 100미터 달리기 선상에 나란이 선 나의 심경이 이러했던가!
악보를 들고 갈까?
그러면 적어도 가사 까먹을 일은 없을거야.
안 보더라도 보면대를 놓고 부를까?
그러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은 느낄거야.
어줍잖은 모션은 아예 하지를 말자.
그것은 옥의 티고 사족(蛇足)이 될 수도 있지.
오직 노래에만 집중하자.
"잘 부르겠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부르겠다"는 생각으로 부르자.
"무엇을 보여주기"보다는 "무엇인가를 들려주기"보다는
"압해도"그 섬이 도대체 어디있는 섬이래?
동해야?
서해야?
아니면 남해야?제주도 인근해야?
"그 섬에 언젠가 나도 한번 쯤  시간이 되면 꼭 가 보았으면  좋겠다"
나의 노래를 듣는 이 중 누구라도 이런 마음 한 사람이라도 들었으면 그것으로 된거야.

어디선가 나의 이름이 아득히 불리어지고.
나는 일어섰다.
이제부터는 내가 선장이고 내가 선원이다.
압해도를 향해 가는거야.
갈매기 한마리 날지 않고
파도소리 들려오지 않아도.
노래의 돛단배로 내머리속 오선지 바다위로.
피아노건반으로 노를 대신하자.
바람불지 않으니 내 입김으로라도 불고 가야지.

이제야
깜깜한 바다위에 환한 등대불이 보이는구나.
나의 눈이 부시어오고 배가 항구에
무사히 정박하니
선착장으로 모여든 수 많은 섬주민들이 다 몰려와 나를 향해 함성을 지르고
박수치고 내 어깨를 안아주는구나.

비록 이번 압해도 출항에서 잡은 고기는 많지 않았어도

또 다음 항해를 또 준비해야만 한다.
헤진 그물을 다시 수리하고
물고기를 다시 유혹 할 미끼를
목마를 때 마실 물을 준비하여 항해를 해야한다.

그게 나의 인생이니까.
그게 나의 노래이니까.



 


 
3 Comments
김경선 2007.09.20 12:25  
  이젠 말릴 수가 없게 되었구려.
머나먼 여정에서 자신과의 싸움과 절제만이
기다리고 있겠네요.
아까 2007.09.20 12:36  
  9월 출항도 고기 많이 낚으신 겁니다.
언제쯤 만선하시려나.
머지 않아 만선하시겠지요.
일취월장하는 님의 모습에 질투가 많이 나네요.
갈물 2007.09.21 22:43  
  저도 잘 아는 압해도를  부르시는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들리는듯 합니다.
열심히 가곡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시는 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바다와 항구와 배를  적절히 표현해 주셔서  뜻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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