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까 4 869
청소년의 약물 중독에 관한 상담연수를 받았는데, 그 의사 선생님은 학생의 눈빛만 봐도 본드인지, 부탄가스인지, 무엇인지를 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벌써 이바닥에서 먹은 물이 19년째인지라 학생의 눈빛, 용모, 몸짓만 봐도 어느 정도는 점을 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고나 할까요.

첫시간 수업을 들어갔는데 왠지 너무 싫은 한명이 뜨이더라구요.
수업을 하면서도 그 학생이 무섭고, 중얼중얼거리면 내 욕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왠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무서웠습니다.

담임에게 물어 보니깐 그 애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애라고 하시더라구요.
                        (이하 A라고 칭하겠음)

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동을 할 때 정말 사랑이 많은 선생님이 오신다고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우리반 짱이 하는 말

" 선생님. 누구 아세요?"
" 응 알지. 내가 그 녀석을 얼마나 이뻐 했는데."
" 걔도 선생님 좋아한다며 소문내고 다녀요.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선 선생님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  요."

그 녀석 지금 고3이에요.
중3때 제가 담임을 했는데, 선생님들 회의 시간에 맞추어 교실에서 담배 피우던 녀석이에요.
8명의 아이들이 사회 봉사를 일주일 하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그녀석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 동안의 고생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스킨쉽이 그렇게 대단할 줄이야.
집에 가서 엄마에게 선생님이 내 손목을 잡았다. 내 어깨를 안아 주셨다. 이제부터 학교 열심히 다닐거다.
각오가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학교는 공부 잘하는 부모만 오는 곳인 줄 알았다.
고등학교가선 학교 활동 열심히 하겠다. 고 하더라구요.
잘못해서 교무실에 꿇어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선생님 마다 한마디씩 하며 머리 쥐어박고 가는데 엄마같으면 학교 가고 싶겠느냐.
나름대로 할 말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간신히 퇴학을 면할 정도의 출석만 유지하던 녀석이 갑자기 개근하기란 무척 힘이 들었고, 99%를 유지하던 성적도 아무리 정신 차리고 과외를 시켜도99%를 면하기란 힘이 들었습니다.

학교 안 나올 땐  학교만 나와라, 공부 못한다고 안 때릴게. 하며 출석을 시켰지요.
출석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가던 날부터 저도 " 야. 이새끼야 공부 좀해라 공부 좀."이라며 아이를 볶았지요.

어느날 제 앞에 무슨 한약이 도착했습니다.
알고보니 제 보약이었습니다.
이녀석 학교와서 담임만 관찰했던 모양입니다.
땀을 무지 흘리고. 가끔씩 허리가 아파 허리에 손을 대고, 3월달 보다 살이 좀 많이 빠졌고, 상당히 다혈질이고, 여름에는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다면서 엄마한테 보약을 지으라고 명령을 내렸다나요.

사실 저는 여름을 많이 타는 체질이라 상당히 힘들어 하거든요.
그 녀석이 지어 준 보약 먹고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교무실 선생님들이 그러시더라구요.
보약 얻어 먹는 선생님은 처음 본다고.
 
시간은 흘러 원서철이 되었습니다.
99%의 성적으로 가는 학교도 있지만 그 학교에는 괴롭히는 선배가 있어요.
눈치 작전 펴서 94%대 학교에 원서를 썼지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원서 들고 99%학교로 갈 작정을 하고 총알택시를 대절시켜 놓고 무슨 난리였지요.

다행이 합격을 했습니다.
입학하고 1학년때는 100% 출석으로 모범 학생상을 받았습니다.
2학년때부터 또 게으름이 발동되어 퇴학직전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교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에 옵니다.

다른 애들은 선생님 배 고파요. 맛있는 거 시켜 주세요. 하는데
이 녀석은 선생님 짜장면 시켜 드릴 돈을  가지고 옵니다.

눈빛이 달라졌어요.
100% 안정되고 순한 눈빛을 갖고.

담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시간만 나면 이 녀석에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지요.
" 야. 출세해서 선생님 덕 좀 보여줘라.
  나중에 출세해서 나 뭐 사줄래?"

 차도 사 주고, 돈 더 벌면 집도 사 준대요.


 A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학생이랍니다.
이런 학생들이 엄청 많아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사고를 칩니다.
어제 학생부장님께 혼이 났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나가는데 학생부장님이 들으셨어요.
부장님 역시 욕을 하며 호통을 쳤는데 눈물을 흘리며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던 그 녀석이.

오늘 아침부터
" 내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면 선생으로 태어나서 학생부장을 제자로 두어서
  매일같이 죽도록 패 주겠다." 고 하면서 돌아다녀요.
학생부장님 너무 속상하겠지요.

수학여행 경비가 1인당 320원씩 남았습니다.
현금으로 내어 줄 수는 없고 통장으로 일일이 입금을 시켜야 하는데 행정실 사정도 있고 하니 수재 의연금으로 내자 라는 학년부장님에게 눈 똑바로 뜨고
"못해요."
"왜 못 하니"
"어떻게 믿어요? 믿을 수 가 없잖아요."
"얘들아 선생님을 믿어야지" 

A라는 학생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다가갔습니다.
" 얘. 일어나. 수업중이잖아."
 고함을 지르며
" 아이 시 저리 가 있어요."


"일어나서 책 읽어라."
" 다리 아파서 못 일어서요."
" 그럼 앉아서라도 읽어라."
"목도 아파요"


" 얘. 거기 휴지 주워라."
"아파요."
"아프면 못 줍냐?"
"줍기 싫어서 못 주워요."

이 모든 게 제가 아닌 게 다행이었습니다.
이 선생님들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요.

부모들은 당신 자녀들이 선생님의 말에서 상처 받는다고 얘길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받는 상처는 어떡하라구요.

우리반 2짱이 결석을 하고 이튿날은 지각을 했습니다.
이리와라. 맞아야지.
맞기 싫어요.
결석하면 맞잖아. 이리와라.
체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어.
하며 휙 나가 버립니다.

원래 인간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분하고 억울했습다.
1교시 마치고 제 발로 걸어왔습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야 이새끼야. 내가 니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안 좋은 일이 좀 있어가지고.
안 좋은 일 있다고 나한테 그짓을 하냐?
그래 알면 됐다. 알았어 하면서 보냈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러요.

퇴근후에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죄송하다고.

저한테 차 사준다는 그 녀석의 여자 친구가 우리반에 있어요.
이 여학생이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누구가 선생님한테 개겼다고.
그 녀석 당장 우리반 2짱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입니다.
선생님한태 개기면 죽여버린다고.

한번 잘 키운 제자가 지금껏 저의수호천사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그야말로 모범생이었죠.
그래서 공부 않는 애들 자체를 이해를 못했지요.
심지어 공부를 못하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교칙 어기는 애들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죠.

그런데 우리 조카가 중3때 사고를 쳐서 언니가 학교로 끌려간 적이 있었죠.
그 때 언니를 비참하게 만든 조카 녀석 죽여 버리고 싶었습니다.

조카 덕분에 이모가 많이 컸습니다.
공부 못하는 것도 이해하고, 사고 치는 것도 이해하고.

대부분의 학부모는 좋은 일로는 학교 오실 일이 거의 없죠.
그 부모를 만날 때마다 조카를 보는 마음으로, 그때 비참했던 언니를 보는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4 Comments
오숙자.#.b. 2003.09.28 08:51  
  청소년 들을 교육한다는것, 참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이 갑니다.
세상을 살아온 경험이 없이
막 성장하면서 자신들이 세상을 다 알고
어른이 다 된것 처럼 생각 할 때이죠
우리들도 어려서 그런마음 있었으니...

아까님은 사랑이 많고 밝은 성격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능력있는게 잘해 나가실거에요.

조카를 보는 마음, 내 자녀로 보는마음,
그것이 큰 힘이 될줄 믿습니다.
꽃구름피는언덕 2003.09.29 11:40  
  아까님!
참말 대단하십니다.
주체감이나 현실감이 없어 흩트러진 학생들을 매일
가르치시는 일, 사람을 귀하게 여겨서 사람답게 살게하시려는
선생님의 염원은, 깊이 있고 따스하고 희망적이고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마음이지요.

인간이란 고유한 개성과 특성을 가진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니
선생님들의 마음이라고 언제나 예외일 수는 없겠지요.
문득 대학을 다니다 군에 간 큰아들과 지금 대학2학년인 막내까지
참 많은 그들의 스승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변화무쌍한 청소년기를 잘 돌봐주신 분들이 상처를 또 얼마나 받으셨을지...
삶을 사랑하며 마음의 고요와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겸비한
그 선생님들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랏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까님도 훗날 이땅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 제자들이  많을거라는 기대로
애쓰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내고(?)계시는데요?
그리고 그 결과로 집이 많이 생기고 차가 많이 생기면 제게도
은덕을 베푸시기를.....^**^
서들비 2003.09.29 19:53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가치있는 일이 교사가 아닐까 합니다.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않는다는 말을
참 옳은것 같아요.

힘내세요.
화이팅!!!!!!!
바다 2003.09.29 20:29  
  아까님!

< 나는 스승됨을 자부한다>

유구무언입니다

이 말 밖에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