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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볕이 좋은 날엔

나리 4 1040
이렇게 볕이 좋은 날엔,

어릴 적 시골 집 안뜰에 펄럭이던 이불호청이 생각난다.


긴 빨랫줄에 그득 널려 있던 옥양목 이불 호청.

빳빳하게 풀 먹여 꺽일 것 같은 하얀 호청.

파란 하늘 찍어 그린듯한 꽃 무늬 어우러진 것.

빨간 단풍 따다 뿌려 놓은, 단순하지만 깔끔한 작은 네모 무늬.

그저 하얗기만 한 것.


한 낮 태양볕 잔뜩 쏘이곤,

엄마 입안 가득 담긴 물 세례에 방망이 세례까지...

늘씬 맞고도 후줄근해지긴 커녕, 뽀오얗고 매끈한 얼굴로 다시 태어나

그날 밤, 풋풋한 내음과 까실한 감촉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줬다.


여름내 넣어두었던 이불깃을 꺼내 조물락 조물락 풀을 먹여본다.

그때처럼 햇볕 가득 품으라고 베란다 창밖으로 내어걸고..

다듬이가 없으니 다림질로 대신해야겠지...
.
.

오늘밤엔 그때 그 향긋한 내음을 맡을 수 있으려나..... 
 

 
 
 



 
 
 

4 Comments
서들비 2003.09.22 14:26  
  음악회에서 뵈어서 반가웠어요.

오늘밤 아이들은

햇살가득한 꽃밭에서 노니는 꿈을 꾸겠네요.  ^^*
바다 2003.09.22 14:35  
  시골에서 자란 우리들에게 정다운 이륻들
옥양목 이불 호청
빳빳한 풀
다듬이 방망이

아!
그리워라 그 시절!
아까 2003.09.22 14:44  
  모자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음악회에 참석한다는 연락만 일찍 주셨더라면 지후가  더 일찍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얼굴 좀 보려고 했더니 그새 사라지셨더라구요.

빨래는 왜 그리 싫은지.
우리 아들에게 미안하네요.

꽃구름피는언덕 2003.09.23 00:11  
  정말이지 오래전 어머니와 마루에 않아
이렇게 가을빛에 풀먹인 옥양목 이불 호청을
마주당기던 시절이 간절하군요.

어려서는 엄마쪽으로 더 당겨져서 딸려가다가
웃음보가 터지면 왜그리 웃었는지
눈물이 나도록 깔깔거리던 소녀시절이 그립네요.

가을볕에 옥양목 이불호청을 널어 놓으면 빨간 고추잠자리가
저 먼저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한가로웠었지요.

금방 풀먹인 새하얀 이물을 덮고 잤으면
가을밤의 불면이 조금은 가실것 같습니다.

잊혀질뻔 했던 고운 기억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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