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포구 곰소와 문자를 보낸 아리따운 아저씨
어제는 모처럼 쉬는 날이라 대모님과 함께 변산반도로 나들이를 떠났다.
며칠 후면 맞이하게 될 그리운 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하러 가는데
그 길은 언제나 남편과 함께 갔던 길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낯선 번호가 문자를 보내왔다
“참 맑은 아침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현빈”
나도 답글을 보냈다
“아름다운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음)”
이정표를 보면서 더듬더듬 가는데 장성 백양사가 왜 이리도 안나오는지 가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이 아닌 것 같아 되돌아와 길가는 행인에게도 물어보고
택배 아저씨께도 물어보고 백양사를 지나 방장산 휴양림을 지나 고창읍으로 들어서서
또 부안가는 길을 몇 번이고 물어보고 일방통행인 도로로 잘못 들어가 뒤로 무르기도 하고
푸르른 유월과 함께 산들거리는 바람을 쐬면서 곰소에 도착해 이곳저곳 살펴보고 점심을
먹는데 두 번째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부족한 글에 너무나 아름다운 답글을 받아 행복했답니다
님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나도 가끔 상대방의 이름을 다 부르려면 귀찮아 그냥 님이라고 자주 말하는데 님이라고 하니
괜히 님이 된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대모님께
“이 현빈이라는 여자가 아주 감성이 풍부한 멋진 여자인 것 같아요.”
현빈님이 올린 글과 내 답글을 대모님께 보여 드렸기에 대모님도 그 여자도 아주 순수하고
멋진 여자일거라고 하시면서 문자를 주고받는 일을 대견스러워하셨다
그리운 님들을 위한 식사 장소를 물색하고 곰소항을 둘러보고 해안선을 따라 격포로 가 채석강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은 격포보다는 곰소의 분위기가 더 좋은 것같아 대모님께
의견을 물으니 대모님도 곰소가 낫다고 하신다.
곰소는 젓갈이 유명하고 조용하고 자그마한 포구로 그 곳을 방문할 때마다 어쩐지 그리운 사람들을
우연히 만날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는 그런 포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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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그 작은 포구 곰소엘 가고 싶다
크고 작은 배들이 바다를 가득 실어오고
바다를 사고 파는 그 곳에 가고 싶다.
바닷내음이 물씬 풍긴 그 곳에서
난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싶다
해질녘이면 더욱 좋겠다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수줍게 저녁바람 맞으며
그 곳 부둣가를 걷고 싶다.
이따금씩 두 눈을 마주보며 그저 말없이 걸으며
가슴에 간직한 그리움을 콧노래로 부르며 걷고 싶다.
배들이 가득 실어온 바다를 퍼내면
갈매기의 합창을 들으며
저녁 바다 위를 작은 배를 타고
우리들의 우정이 만선이 되도록 노래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파도가 일렁이는 부두로 돌아와
갯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비치 파라솔 밑의 백열등이 제 빛을 발휘할 때까지
바다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걸치며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가끔 그 작은 포구 곰소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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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 번째 문자메세지가 도착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전화로 노래 한 곡 들려 드리고 싶어요. 감사의 보답으로.”
“직접 불러준다는 말일까? 음악메일로 들려준다는 말일까?
이 여자는 노래도 잘 부르나봐. 그리고 시간도 참 많은 거 같네”
며칠 후에 오실 분들을 사전 답사를 하지 않고 약속을 했더라면 길이 엇갈리고 시간을
측정치 못하여 서로 못만나버릴지도 모르고 서로가 얼마나 아쉽고 허망했겠는가?
이제 나는 날개를 조금씩 펴기 시작하여 날려고 한다.
지난 번 양평도 혼자서 나들이하고 얼마나 흐뭇했던가?
이제는 반가운 분들 그리운 분들을 만나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집에 돌아와 세 번이나 문자를 보낸 현빈님께 글을 보낸다
아름다운 현빈님께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모처럼
변산반도에 다녀왔습니다.
가는 도중에 님의 아름다운 메세지가
푸르른 유월의 선물로 다가왔답니다.
마침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말입니다.
이렇게 이름만 아는 유령 같은 분의 마음을
받으니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지는군요
현빈님의 아름다운 노래 들을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리고 제 글 사랑해 주셔서 고맙구요.
저는 생각도 못한 제 마음을
현빈님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으니
더욱 감사 드립니다.
그럼 이 밤도 행복하시길 빌면서
광주에서 바다 드림
그런데 이 쪽지를 보내고 난 후에야 난 착각에서 벗어났다.
현빈님이 부산의 평화에게도 문자를 보내고 알고보니
현빈님은 아리땁고 가녀린 여성이 아니라 아리따운 아저씨라는 것을
더구나 내 동생에게도 애교를 떠는 애교 많은 아저씨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