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날, 푼수가 날린 문자 메시지
미리내님과 못다한 얘기는... .
그 해 3월 <그녀>를 쓴 이튿날인 27일부터 학교와 병원 응급실, 양쪽에 출근을 했다.
30일 병가를 내고 두 번째 혈전용해제를 주사를 맞고는 제대로 판막이 뚫린 걸 느낄 수가 있었다.
31일 토요일이라 병원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겨우 심장촬영실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내일 퇴원시켜 주겠다면서 링거 줄도 빼고 나니 홀가분하기 이를 데가 없다.
5월의 마지막 날, 뜰로 나오니 비 갠 뒤의 초여름 바람이 상쾌하다. 그저 공원이나 강가라도 나가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은 날씨다. 잠시 뜰의 매력에 취해 있다 문득 좀 점에 저지른 나의 푼수적(?) 행동이 생각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난 왜 인간이 이 모양일까?-
응급실<심혈관 관찰지역>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들 노인이다. 40대인 내가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뇌사로 눈만 멀겋게 뜨고 있는 35세의 얼굴 시커먼 아가씨를 제외하곤 모두가 70-80 대 노인들이다. 묘한 상실감을 느낀다. 게다가 혈전용해제 주사를 맞을 때는 혈압, 맥박, 그리고 산소 포화도까지 체크하느라 엄지손톱에 빨간 불까지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집중관찰지역>에 밀고 가설랑... . <집중관찰지역>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간호실에서 가장 근접거리에 위치한 환자 중에서도 가장 문제아(?)들이 모인 곳이다. 전에도 내가 병원에 들를 때면 구경 꼭 지나쳐 가던 곳이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의사들이 여러 명 매달려 다리미 같은 것으로 충격 요법을 실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10여명의 친지들이 둘러서서 눈물을 짖는 가운데 여러 생명들이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생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지나다 보면 주로 침상 곁에 뭔가 주렁주렁 많이 달려 있고 의식 없는 환자가 많다. 바로 그 처절하고 진한 감정이 교차되는 곳에 내가 외 있는 것이다. 이참에 나도 병원에서 나가기만 하면 노인 행세해 버릴까 싶기도 하다. 삶과의 남은 거리. 죽음과의 남은 거리.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거리가 문제이다.
4일 간의 어수선한 시간이 흐르고, 하루 동안 약 조절해서 내일은 보내 주겠다는 의사를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큰 굴레를 벗은 느낌이다. 다시 <집중관찰지역>에서 벗어나, 달고 다니는 링거 줄도 없다. 청바지에 반팔 T셔츠를 입고 누워 있으니, 혈압 재려 와서는 환자 어디 갔냐고 한다. 환자 여깄다고 했다.
병원에 오겠다는 딸에게 오지 말라며 전화를 하고 나니, 또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개를 탁 드는 순간 , 맞은편 병상에 뭔가 눈에 들어 왔다. 남자의 거시기였다. 이상해서 다시 자세히 봤다. 100% 오픈한 상태에서 그 옆에 한 남자인턴이 서서 여자로 말하면 마치 바느질하듯 소변 줄을 꽂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스무 명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혼자 눈치를 살핀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한쪽으로 밀쳐진 커턴 좀 치고서 작업하면 좋을 텐데... . 다시 한 번 초점을 맞추었다. 난 시력이 좋아서 100 미터 전방에 오는 버스 번호도 알아보는 시력인데, 남자일까 여자일까 다시 한 번 더 본 것이다. 나이 들면 평준화 어쩌고 하더니만 참 남녀가 평준화 된 건지 내가 견문(?)이 없는 건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처량한 생각이 든다. 보이는 쪽도 보는 쪽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지?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며칠 전에 쓴 시의 구절이 맴돈다.
병원에 있는 나는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는 생각이... .
무심코 들고 있던 휴대폰에다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고 눌렀다.
어디다 보낼까? 망설였다.
친구 몇을 떠올려 봤다. 건강한 것들이 내 맘을 알 리가 없지!
만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친구하기로 한 이름을 떠 올려 봤다. 밤 12시에도 일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방해가 될지도?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가 좀 많은 분이 낫겠지? 어느 듯 나도 나이를 한참 더 먹은 듯. <마로니에>에서 이름을 적으면 금방 아실 연세가 좀 있으신 두 분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힘차게 날려 버렸다. 속이 시원한 것도 잠시. 10초도 지났을까 두 분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오더니만 끊겨 버린다. 그때서야 아차 싶어서
- 병원에 있는 제 자신이 왠지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화가 와서 끊긴 분에게만 날렸다.
금방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근간의 궁금한 안부를 여쭤 보고는 통화를 끝냈다.
잠시 까먹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문자 메시지를 그런 걸 보내서 사람 놀라게 하느냐고 하신다.
화 나셨냐고 여쭈어 보니, 화난 건 아니지만 놀랐다고 하신다.
아마 두 분은 유명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나와는 다른 상황이 때로 발생하는가 보다. 시기를 하여 익명으로 비난하기도 하고, 장난 삼아 전화도 하고 ... .
내게는 그런 전화가 없다 시기할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 삼아 걸어 봐도 재미가 없으니까.
발신자가 표시가 실시된 후로는 고의로 잘못 걸려온 전화라곤 없다. <달콤한 전화방 어쩌고....>. < 다이어트 어쩌고> 이런 광고 메시지는 몇 번 날아 왔어도.
두 분께서 괜찮다고 하셨지만 푼수 같은 행동으로 잠시라도 놀라게 한 점 사과 드립니다.환자라서 그랬거니 이해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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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3월 <그녀>를 쓴 이튿날인 27일부터 학교와 병원 응급실, 양쪽에 출근을 했다.
30일 병가를 내고 두 번째 혈전용해제를 주사를 맞고는 제대로 판막이 뚫린 걸 느낄 수가 있었다.
31일 토요일이라 병원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겨우 심장촬영실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내일 퇴원시켜 주겠다면서 링거 줄도 빼고 나니 홀가분하기 이를 데가 없다.
5월의 마지막 날, 뜰로 나오니 비 갠 뒤의 초여름 바람이 상쾌하다. 그저 공원이나 강가라도 나가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은 날씨다. 잠시 뜰의 매력에 취해 있다 문득 좀 점에 저지른 나의 푼수적(?) 행동이 생각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난 왜 인간이 이 모양일까?-
응급실<심혈관 관찰지역>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들 노인이다. 40대인 내가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뇌사로 눈만 멀겋게 뜨고 있는 35세의 얼굴 시커먼 아가씨를 제외하곤 모두가 70-80 대 노인들이다. 묘한 상실감을 느낀다. 게다가 혈전용해제 주사를 맞을 때는 혈압, 맥박, 그리고 산소 포화도까지 체크하느라 엄지손톱에 빨간 불까지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집중관찰지역>에 밀고 가설랑... . <집중관찰지역>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간호실에서 가장 근접거리에 위치한 환자 중에서도 가장 문제아(?)들이 모인 곳이다. 전에도 내가 병원에 들를 때면 구경 꼭 지나쳐 가던 곳이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의사들이 여러 명 매달려 다리미 같은 것으로 충격 요법을 실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10여명의 친지들이 둘러서서 눈물을 짖는 가운데 여러 생명들이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생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지나다 보면 주로 침상 곁에 뭔가 주렁주렁 많이 달려 있고 의식 없는 환자가 많다. 바로 그 처절하고 진한 감정이 교차되는 곳에 내가 외 있는 것이다. 이참에 나도 병원에서 나가기만 하면 노인 행세해 버릴까 싶기도 하다. 삶과의 남은 거리. 죽음과의 남은 거리.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거리가 문제이다.
4일 간의 어수선한 시간이 흐르고, 하루 동안 약 조절해서 내일은 보내 주겠다는 의사를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큰 굴레를 벗은 느낌이다. 다시 <집중관찰지역>에서 벗어나, 달고 다니는 링거 줄도 없다. 청바지에 반팔 T셔츠를 입고 누워 있으니, 혈압 재려 와서는 환자 어디 갔냐고 한다. 환자 여깄다고 했다.
병원에 오겠다는 딸에게 오지 말라며 전화를 하고 나니, 또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개를 탁 드는 순간 , 맞은편 병상에 뭔가 눈에 들어 왔다. 남자의 거시기였다. 이상해서 다시 자세히 봤다. 100% 오픈한 상태에서 그 옆에 한 남자인턴이 서서 여자로 말하면 마치 바느질하듯 소변 줄을 꽂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스무 명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혼자 눈치를 살핀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한쪽으로 밀쳐진 커턴 좀 치고서 작업하면 좋을 텐데... . 다시 한 번 초점을 맞추었다. 난 시력이 좋아서 100 미터 전방에 오는 버스 번호도 알아보는 시력인데, 남자일까 여자일까 다시 한 번 더 본 것이다. 나이 들면 평준화 어쩌고 하더니만 참 남녀가 평준화 된 건지 내가 견문(?)이 없는 건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처량한 생각이 든다. 보이는 쪽도 보는 쪽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지?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며칠 전에 쓴 시의 구절이 맴돈다.
병원에 있는 나는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는 생각이... .
무심코 들고 있던 휴대폰에다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고 눌렀다.
어디다 보낼까? 망설였다.
친구 몇을 떠올려 봤다. 건강한 것들이 내 맘을 알 리가 없지!
만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친구하기로 한 이름을 떠 올려 봤다. 밤 12시에도 일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방해가 될지도?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가 좀 많은 분이 낫겠지? 어느 듯 나도 나이를 한참 더 먹은 듯. <마로니에>에서 이름을 적으면 금방 아실 연세가 좀 있으신 두 분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힘차게 날려 버렸다. 속이 시원한 것도 잠시. 10초도 지났을까 두 분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오더니만 끊겨 버린다. 그때서야 아차 싶어서
- 병원에 있는 제 자신이 왠지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화가 와서 끊긴 분에게만 날렸다.
금방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근간의 궁금한 안부를 여쭤 보고는 통화를 끝냈다.
잠시 까먹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문자 메시지를 그런 걸 보내서 사람 놀라게 하느냐고 하신다.
화 나셨냐고 여쭈어 보니, 화난 건 아니지만 놀랐다고 하신다.
아마 두 분은 유명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나와는 다른 상황이 때로 발생하는가 보다. 시기를 하여 익명으로 비난하기도 하고, 장난 삼아 전화도 하고 ... .
내게는 그런 전화가 없다 시기할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 삼아 걸어 봐도 재미가 없으니까.
발신자가 표시가 실시된 후로는 고의로 잘못 걸려온 전화라곤 없다. <달콤한 전화방 어쩌고....>. < 다이어트 어쩌고> 이런 광고 메시지는 몇 번 날아 왔어도.
두 분께서 괜찮다고 하셨지만 푼수 같은 행동으로 잠시라도 놀라게 한 점 사과 드립니다.환자라서 그랬거니 이해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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