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자작시 -
아버지
권선옥(별헤아림)
해 다 지는 저녁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가는
까치의 바쁜 날개 짓
멀리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지나간다.
놀란 퍼덕거림에
고개를 드시는 아버지
담배 한 대 피워 물자
기어드는 왕개미 두어 마리
툭툭 털어 내시는 거친 손마디에
굳은살의 흙발도 눈에 드는 밭둑 가
오밤중 달밤에도 부지런한 뒷모습 보이며
밭둑에 심은 매실나무 다섯 그루
두 해째 열린 매실 따 가라 기별하심에
덜 익은 모양새의 청매실을 따다보니
그 맛처럼 아리다.
붓고 퍼내는 시린 상큼함
우리들은 아직도 몰라
우리들은 아직도 멀어
못내 돌아서는 아버지의 과수원
목련꽃 필 때의
호들갑스런 봄의 찬사도
아주 멀어진 유월
그러나 육손 같이 돋아난 무성한 잎으로
아버지는 그대로 그늘을 드리운다.
< 2003. 6.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