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주세요, 심순덕님을!
기억해 주세요-! <심순덕>님을.
가슴에 와 닿는 좋은 시가 있습니다.
그 시는 제약회사의 소식지 표지에도 적히고,
유치원의 재롱잔치에서도 읽혀지고,
어버이날이 가까워 오면 마구마구 퍼져 갑니다.
지은이는 몰라도 시가 좋으니까,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어 보냅니다.
같은 학년을 맡은 국어선생님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시를
인쇄해서 내가 맡은 반 학생들에게 나눠주라고 가져 왔습니다.
나 : 선생님, 시는 지은이를 명시해 주셔야죠.
황선생님 : 호호. 지은이를 몰라서-.
그리고 한두 주 뒤 5월 중순이었습니다.
<환우회>에 어떤 분이 또 이 시를 올리고는
- 유치원생이 쓴 건데, 나보다 시적 감각이 뛰어나죠? ㅋ.ㅋ. 운운... -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유치원생이 쓴 글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을 텐데.
아마 유치원생이 낭독하였나 보다.)
그리고 또 학교에서 어느 반엘 들어가니까, 담임선생님이 반 학생들에게 이 시를 칠판에 적어 주셨다는데, 여전히 지은이 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 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이렇게 좋은 시를 쓰셨는지를-!
이렇게 좋은 시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을 기억합니다
자신을 잊고 사는 것이 너무 당연한 어머니
그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수고를 알아주는 것'임을 문득 깨닫습니다
기억해 주세요-! <심순덕>님을.
아래에 관련 기사를 붙입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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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수고로움을 깨닫게 하는 좋은 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사의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딸부잣집’ 일곱 딸, 추모 글 모은 책 펴내 화제
[사회] 2002년 05월 07일 (화) 18:08
“아버지 어머니 ! 함께 한 그 모든 세월을 다 사랑합니다.”
‘딸 부잣집’ 일곱 딸들이 어버이를 기리며 애틋한 사연이 담긴 책 을 한 권을 펴냈다.
주인공들은 경남 진해시 숭인동에서 자란 심순덕(沈順德·53·서예가)씨와 명숙(明淑·50·교사) 경희(京姬·47·주부) 정숙(貞淑·44·교사) 말숙(末淑·43·공무원) 말선(末善·39·교사) 현옥(玹玉·35·미국 거주)씨 등.
121쪽 짜리인 이 책의 제목은
‘ 숭인동 15번지’
로 아버지 심천득(沈薦得)씨의 1주기(4월28일)와 어버이날을 맞아 양친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을 빼곡히 담았다.
이 책에는 군무원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조용임(趙鏞任·80년 작고)씨의 인생 역정, 그리고 자신들의 성장 과정 등이 담긴 빛 바랜 사진 40여점이 흑백 영화의 장면들처럼 펼쳐져 있다.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추모글도 여러 편 실렸다.
명숙씨는 ‘봄’이라는 글에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기억에 관한 한 내 눈물주머니는 비누방울처럼 막이 여리다.”라고 하며, “부모님을 그리는 유행가 한 자락에도 눈물짓기가 다반사”라고 적었다.
셋째딸 경희씨는 “맏며느리였던 탓에 아들을 보기 위해 딸 일곱을 낳으시면서 시댁의 ‘홀대’에도 내색 없이 대가족의 살림을 잘 꾸린 어머니는‘현모양처’의 전형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고 회고했다.
경희씨는 “자매들끼리 e메일로 안부를 묻던 중 둘째언니의 제안으로 자료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진해〓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