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 청포도 =
그대,
나를
통째로 삼키셔도 좋습니다
속살에 붙어있는
단내 물씬한 나의 껍질
벗기지 말아요
미움의 씨 원망의 씨
버린지도 이미 오래
날 온전히 먹어 주세요
오랜 장마비 시들어 가고
먹구름 위로 날으는 향기
원시림의 상쾌한 피톤치드 향기
높은 산도 아닌 유명산도 아닌
가일리 낮은 산에 머물러
청 솔 향기 배어나는 통나무 집에 앉으면
오로지 나 만으로 넉넉히 배가 부를
그대
오늘은 나를 통째로 먹어 주세요
나를
껍질째로 삼켜 주세요
나를
통째로 삼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