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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리움

조성재 5 1760
강명숙 작시, 황덕식 작곡의 가곡입니다.
‘그대 그리움’...

한 어머니를 울린 노래입니다.
자작마루에서...

자작마루는 서울시립대학교에 있는 작은 공연장입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김영선 선생님의 가곡수업이 있습니다.
9월 22일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서울시민대학 성악의 이해반
수강생들은 김영선 선생님으로부터 가곡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날 배운 노래는 ‘그대 그리움’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자작마루 밖으로 나갔을때 늘 함께 저녁식사 모임을
갖는 여섯명의 누님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한 누님이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

학생회관 2층에서의 모임때 그 누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여주었습니다. 소위 ‘칠남매’라는 우리 모임의 그 누구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분이 왜 울었는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대 그리움’ 노랫말 때문이었습니다.

짙푸르던 녹음이 붉게 물든 산등성에
홀로 핀 들꽃들도 아픔들이 있었을까
연민의 아픈 마음 허공으로 던져 봐도
마음속에 담고 싶은 애틋한 그리움이여
당신의 가슴속엔 초록향기 가득한데
애달픈 그리움은 어느 하늘에 두고 갈까

먼 산 해가 기울어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함께 부른 노래는 메아리로 남았는가
꽃잎에 새긴 약속 바람결에 날려 봐도
가슴속에 아려오는 사무친 그리움이여
그대의 가슴속에 초록향기 가득한데
한없는 그리움은 어느 하늘에 묻어둘까

그 누님은 작년에 결혼한 신혼의 아들을 먼저 떠나 보냈습니다.
‘그대 그리움’...
제목만 들어도 가슴 메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아픔인들 오죽하겠습니까 ?
아픈 가슴 안고 사는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
이 가을과 함께 찾아온 아들을 향한 애달픈 그리움...
보고 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무친 그리움,
함께 부른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도 밀려오는 한 없는 그리움...

그 누님은 그 다음주에도 그리고 또 그 다음주에도 가곡 수업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제야 비로소 긴 문자를 보냈습니다.

“○○누님, 저 지난주와 지난주 목요일에 뵙지 못해 허전했습니다.
3주전엔가 수업후에 자작마루 앞에서 저는 누님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지난주 수업후 칠남매 모임에서 이○○ 누님이랑 누님 이야기 나누었
는데 왜그런지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가을과 그리고 가곡과 함께 찾아 온 누님의 슬픔과 그리움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짐작은 합니다. 20년전 고등학교 선생 아들이
척추신경 절단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을때 우리 큰 누님은 저를 만날때마다
‘동생, 어디 가서 한 번 실컷 울고 싶네 !’라고 탄식하곤 하셨습니다.
누님도 우시고 싶을때 실컷 우세요. 모처럼 칠남매 함께 무대에 서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나 했는데 음악회 날짜가 수요일로
변경되는 바람에 저는 이번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예배 인도 관계로... 참 속상하고 아쉬워요.
시월이 가기 전에 누님 뵙고 싶어요. 막내.“

“고마우이~ 막내 동상~ ‘그대 그리움’이 왜 그리도 가슴이 아픈지...
○○까지 속을 썩혀 칠남매 행사에 참석 못해 마음이 좀 그랬었는데
오늘 ○○로부터 목사님도 예배 때문에 못 서신다고 하니 조금은 덜
서운했네요. 이게 무슨 심보인지?? 어쨌거나 우리 오자매를 비롯해서
멋진 음악회가 되어야 할텐데... 날씨가 아주 좋군요 ! 즐거운 가을날
되시길...“

제가 이 누님을 처음 만난 것은 칠 년 전인 2004년 봄 서울시민대학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빌딩에 있을 때 가곡수업에서였습니다.
“서울시민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목사님의 글을 읽고
참 궁금해서 가곡교실을 찾아왔어요. 글이 너무나도 애틋하고 그래서
상상하기를 참 자그마하고 여성스런 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뵈니
키도 엄청나게 크시고 또 우락부락하고...“

글 제목은 ‘떠난 사람 남은 사람’ 이었습니다.
‘떠난 사람’은 오영주 선생님이고 ‘남은 사람’은 김영선 선생님입니다.
제가 김영선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3월입니다.
‘칠남매’중의 한 사람에게 떠밀리다시피 참석한 가곡교실이었는데
그만 첫 시간부터 김영선 선생님께 꽉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상냥한 미소, 그 고운 목소리...
하지만 김영선 선생님은 둘째 수업부터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때문이었습니다.
대강을 나오신 분이 오영주 선생님이었습니다.
오영주 선생님과 정이 들만할 즈음에 항암치료를 마친 김영선 선생님이
다시 수업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영주 선생님은 그해 봄 찬란한 오월에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던중에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영선 선생님은
몇 번의 사선을 넘어서 ‘남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벌써 8년전의 일입니다.

서울시민대학에서 10년을 가곡수업을 이끌어 오신 김영선 선생님과
제자들이 ‘내마노’에서 주관하는 ‘우리 가곡 부르기’ 무대에 서게 됩니다.
9년째 저에게 가곡을 가르쳐 주고 계시는 김영선 선생님과 더불어
저보다 일년 먼저 가곡수업에 참석하고 저를 김영선 선생님께로 이끌어준
나효완 누님, 그리고 7년째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저를 보좌해주고 계시는
총무 박영주 누님등 칠남매 멤버들중 다섯명이 무대에 섭니다.
제각각 사정이 있어서 영광스럽고 자랑스런 무대에 서지 못하는 저와
이 글의 주인공 ○○누님은 ‘그대 그리움’을 가지고 마음으로 그곳에 그날
함께 하겠습니다.▦
5 Comments
열무꽃 2011.10.13 17:10  
목이 메이도록 큰 아픔이 있을 때
곁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든든한 학우를 두신,
그 누님들은 그래도 행복합니다.
황덕식 2011.10.13 20:52  
신혼의 아들을 보낸 그 누님이라는 분께 가슴 아리는 아픔을 함께 하고픈 위로의 글을 보냅니다. 
그리움의 아픔은 어디까지인지.....??? 다음 카페 황덕식가곡정원에서
송월당 2011.10.13 21:38  
조성재 목사님 수요일 때문에 독창하시기로 된 것 못하시는 심정 이해가 됩니다.
저보다 더 먼저 가곡반에 오셔서 끊임없이 반장일 하시면서 반원들을 잘 이끄시는목사님이야 말로
이번 내마노 가곡부르기가 뜻 깊은 날인데..참 아쉽습니다.
'그대 그리움'노래로  아픈 학우에게도 마음으로 위로 합니다.
해야로비 2011.10.14 00:58  
수요일로 바뀌게 되어 참여하지 못하신다는 말을 그저께 들었습니다.
가곡공연장에서 가끔 뵙고 인사는 드렸지만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제 작은 머리로 헤아리질 못했습니다.

마음으로 부르는 그대그리움...저도, 가슴으로 여기서 듣고 갑니다.
조성재 2011.10.18 12:40  
여러분들의 피드백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글은 '성악의 이해'반 반장으로서 올린 공적인 글이 아니라
지극히 저의 사적인 글을 올린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음악회 무대에 서시는 학우님들은 이 글에서 언급한
'칠남매'뿐만 아니라 제가 존경하는 김조자님, 유열자님, 윤정묵님,
최희자님등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는것을 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김영선 선생님의 부탁으로 이번 음악회 팜플렛에 올릴
감사의 글은 따로 총무님께 이메일로 보내드렸는데 미리 내용을
공개합니다.



감 사 의  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우리 서울시민대학 가곡반 수강생들은 가슴 설레이는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제73회 우리 가곡 부르기 음악회는 우리 수강생들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입니다. 초대해주신 ‘내 마음의 노래’ 우리 가곡 운동본부 관계자 분들게 감사를 드립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인 서울시민대학에는 10년전부터 개설된 ‘가곡교실’이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자는 벌써 네 명 째 이지만 10년째 한결같이 우리를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은 영원한 프리마돈나 김영선 선생님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찌된 셈인지 세월도 선생님을 비껴가고, 혹독한 질병도 비껴갔습니다. 항상 젊고 늘 밝고 변함없이 아름답습니다. 가곡이 좋아 선생님의 가곡교실을 찾은 사람들은 선생님에게 반해 5년도 좋고, 7,8년도 좋다고 선생님의 가곡교실에 눌러앉아버립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전농동에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자작마루로 모여듭니다. 봄이면 벚꽃이, 여름에는 녹음이,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운 교정 언덕에 자리 잡은 자작마루는 우리 모두에게 거룩한 집이요 즐거운 교실이요 평화로운 치유의 공간입니다. 거기에 노래가 있고,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기쁨의 웃음이 있습니다. 하마터면 우리들만의 비밀의 화원일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수줍은 모습으로 제73회 우리 가곡 부르기 무대에서 여러분들을 뵙습니다. 초대해주신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2 0 1 1 년  1 0 월  2 6 일
                      조  성  재 (‘성악의 이해’반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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