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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단상(漢字語 斷想)

가객 11 1134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고3때의 같은 반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30년이 넘은 오랜 친구들이라 흉허물이 없이 지내 오기에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화제 또한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번 술자리에서는 고1 초기 때의 학력평가시험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 시험에서 친구들 대부분이 틀렸던 한자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국어 문제 중에 순우리말과 한자어를 구별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때는 그 문제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기에 틀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가 된 단어는 "별안간(瞥眼間)"이라는 말이었다.
“언뜻 볼 별(瞥), 눈 안(眼), 사이 간(間)”이 모여 이뤄진 말로서
“눈 깜짝할 새”라는 말인데 아무리 봐도 순 우리말로만 여겨졌다.

그 문제를 틀리고 난 후 한자어에 대한 흥미가 생겨 우리들이 흔히 쓰는
부사어를 중심으로 해서 한자어를 찾아보기로 맘먹고 국어사전을 뒤졌다.

가령(假令), 가사(假使), 결국(結局), 과연(果然), 급기야(及其也),
기필(期必)코, 내지(乃至), 단연(斷然), 당장(當場), 도대체(都大體),
도저(到底)히, 돌연(突然), 미상불(未嘗不:아닌 게 아니라), 설령(設令),
설사(設使), 설혹(設或), 소위(所謂), 어언간(於焉間), 어중간(於中間),
어차피(於此彼), 전연(全然), 정녕(丁寧), 종내(終乃), 하여간(何如間),
항상(恒常), 혹시(或時=或是) ......
 
등이 그때 찾아냈던 한자어 들이다.

그 후 성경을 읽으면서 “당신(當身)”이 한자어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뜻을 새기다보니 "당신"을 2인칭 외에 3인칭에 대해서도 쓰는 이유를
나름대로 이해했다. 당(當)은 “마땅, 그, 이, 바로” 등의 뜻이기에
호칭이나 대화 속에서 높임말로서의 당신이
상황에 따라 2인칭 또는 3인칭을 지칭하는 말로 쓰임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 만물이 변전과 생멸을 거듭하듯이
일상 언어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하고 사라져 가는 것이기에
그런 한자어들중 많은 것들이 지금은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그 단어 들이 기성세대가 늘어놓는 추억담 속에서나 되살아날 뿐
‘잊혀진 것’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아 일말의 아쉬움이 일기도 한다.

11 Comments
해야로비 2005.03.14 18:39  
  그렇군요.....
부사어가 대부분 순 한국어 인줄만 알았는데...
덕분에 새롭고 재미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오숙자.#.b. 2005.03.14 19:19  
  가객 동호회장님이 오랜만에 가믐에 단비같은 좋은글 올리셔서
일상 너무나도 흔히 쓰는 단어들이 한문자로 된것을 처음 알게됐네요.

또한 반면에 순수 우리 말로만 된 어휘들도 퀴즈 게임에 나오기도 하던데요.시나브로,등등 우리 말이지만 알고보면 모르는 어휘들이 꽤 많은것 같아요. 다음엔 순수 우리 어휘들을 알려 주시면 어떨런지요....

그리고 지난번 <아름다운 신년 음악회>때에도 회장님이 물심 양면으로 도와주심에 감사한 마음 마음속에만 간직한채 인사도 제데로 드리지 못했습니다.큰 도움이 되었음을 이제사 감사드립니다.

더우기 요즈음 인터넷으로 신종어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순수 우리말을 잊지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지식이 많으시고 선비같은 회장님께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바다 2005.03.14 19:55  
  회장님의 글을 읽으니 순 우리말인 줄 알았던 말들이 한자어라니
그저 무식한 저는 놀랍기만 합니다. 마치 제가 조선시대의 한 선비를 만난 듯한 착각이 듭니다.
오 교수님께서 늘상 회장님을 양반이요 선비라고 칭하신 일이
가히 짐작이 갑니다.

저는 엉뚱하게도 이 글을 읽으면서 시골에서 동네어른들이 사용했던
말 중에 표준말을 쓰신답시고 소주를 효주. 효자를 소자
초등학교 시절에 아이들이 산수시간에 반지름을 반기름. 지름을 기름이라 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신종언어가 난무하여 순 우리말이 많이 사라져 가는
아쉬움과 영어천국이 되어 우리 말 대신 외래어와 외국어가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 백화점이나
시내의 입간판에 의미도 모르는 말들을 보며 우리의 순수한 언어가
잊혀지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이제 회장님이 가슴속의 비장의 보물들을 꺼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봄바람이 되어 예전처럼 모두의 가슴을 사로잡기 바랍니다.
윤교생 2005.03.15 01:28  
  아무생각없이 사용했던 단어들이 순 우리말이 아니라는게 더 놀랍고 낯이 붉어지는군요.
새삼 깨우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이건 아닌가?..^^)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3월 가곡교실에서 뵐수있길 희망합니다.
우지니 2005.03.15 03:51  
  동호회 회장님 가객님께서는  우리말에 대한 옳바른 사용법에 관하여
해석을 자주 들을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이 홈에 들르면 가곡으로도 행복하면서도 무언가 하나 둘씩은 배울 수 있는  일거 삼득 이상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 참 좋구나! 하도록 마음속에 안고 계시는 지식과 지혜의 보따리를 펼쳐서 조금씩 남기고 가세요.  정우동 선생님 께서도 좋은 말씀 잘 올려주시드군요.
회장님께서 위에 올려주신  용어들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연 2005.03.15 16:31  
  선생님 ...

손 잡아 끌수야 있겠지만...
자연히 갸웃하신 마음으로 이런 좋은 글
이야기 중에 슬쩍 던져 주심 ...
고마움 보다 !
양이 안차는 기분이 앞서오니.
분분한 갈증
양지 하셨으면 합니다.

뜻 글에 감칠맞 ...
봄 나물 맞 버금가지요...

그냥
그래야 하는것 처럼
선비 정신 덜어 주심

부탁 합니다 #
장미숙 2005.03.16 11:51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배움이 큽니다~

정우동 2005.03.16 17:36  
  우리 가객 은현배 회장님의 글에는 언제나 총명과 재기가 넘치고
연이어 또 다른 무엇을 생각해 보도록 촉발시키는 메시지가 있고
에네르기가 있어 참 좋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집에 가는대로 답글 하나 쓰려고 합니다.
서들비 2005.03.16 23:00  
  순 우리말 같은 한자어^^
재미있게 공부 잘 했습니다.
회장님 늘 건강하세요^^
요셉피나 2005.03.16 23:32  
  가객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가 '눈 깜짝할 새'라고 하는데 아세요?*^-^*

예전에 가객님께서 쪽지에다 한문을 쓰셨길래
한문 알레르기 있는 제가 옥편 찾다가 날새겠다고 했더니
다음부터는 한글로 친절하게 해석까지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간만에 공부를 잘하긴 했는데 제 나이가 실컷 공부하고
책 덮는 순간 다 잊어먹는 나이라 컴 끄는 순간 머리속 지우개가
작동할것 같아요.^^
그래도 제 지성지수가 콩나물 자라듯 자라긴 하겠지요?

가객님! 늘 하시는 모든일들 순조러우시구요 건강조심하시구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시도 많이 지으시구 싱그런 아침햇살 만큼이나
밤하늘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 만큼이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가정과 당신(?)께 맨날맨날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달마 2005.03.27 16:28  
  선비 마음이
봄 하늘에
도포자락 휘날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워하며 가오니다...



고마운 임 강영하시라
축원 호호 불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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