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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시인 유고시집 <넘을 수 없는 세월>

별헤아림 11 1290
조병화 시인 2주기 맞아 유고시집 <넘을 수 없는 세월>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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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1921-2003) 시인의 2주기를 맞아 3월 8일 오후 6시 '문학의 집 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추모행사와 함께 유고시집 '넘을 수 없는 세월'(동문선)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넘을 수 없는 세월'은 제자와 후배 문인들이 엮은 조 시인의 53번째 시집. 조 시인은 투병 중이던 2002년 11월 16일 쓴 '서문'에 "일생을 시를 쓰며 시를 살아 왔지만/두뇌에 약간 고장이 나서 더 이상/창작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따라서 이 시집(53)으로 끝을 맺으려/하는 겁니다. 좀 섭섭하지만 그러나/만족을 합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김종길 시인의 추도사를 비롯해 원로시인 김남조 홍윤숙 황금찬 박태진 씨의 헌화 등이 진행된다. 김후란 성춘복 유경환 시인은 유작시를 낭송하고, 성악가 오현명 씨는 최영섭 씨가 작곡한 '추억'을 부른다. 조 시인의 육성을 듣는 시간도 마련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시인은
85세까지 살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고 걱정하셨습니다.
1998년 7월 30일부터 2002년 7월15일까지 쓴 편지를 모은 서간집에서
'이젠 더 계속할 힘이 없어서 제120신으로 이번 편운재에서의 편지를 마감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120신에 당신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 콘크리트 같은 적막 속을
고독이 전율처럼 지나갑니다.
무료한 시간이 무섭게 흘러갑니다.
시간의 적막속에서 속수무책,
온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

마지막 가시는 길에 시인이 느낀 심경을 그대로 옮겨 놓으신 듯
가슴 저미게 시인을 느끼게 하는 한 편의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를 적어 봅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 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자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한다 해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믿어야 했습니다.

<2005. 3. 10. >
11 Comments
자 연 2005.03.10 02:00  
  추억하고 사랑하는 마음 마음
추렴하여 되새기고 싶은 시
들고오심 봄빛 같으니다...
늘 ~
건안 하시지요.

고맙습니다 !!
배주인 2005.03.10 09:08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지요
선생님의 초기 작품집을 구하러
서점을 뒤지며 다니던것과
안성  난실리의  선생님께서 손수지으셨다는
"편운제"의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마음속의 시인, 소식 고맙습니다.
simon 2005.03.10 14:32  
  내 젊은 시절 어느 한 때,
편운 조병화님의 시 한 편이 내 가슴에 공명을 일으켰었죠.

별헤아림님의 글을 읽다 보니 옛 생각이 나서,
그 시를 올려 봅니다.

----------------

고독하다는 것은

              -조 병화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아련한 추억을 일깨워 주신
별헤아림님의 편운 소식 고맙습니다.
마리아 2005.03.10 16:47  
  조병화님의 "고독하다는 것은"  마음에 와닿네요....
별헤아림 2005.03.10 19:14  
  늘 반겨 주시는 자연님 감사드립니다.

시인님의 작품집을 찾아 다니셨다는
배주인님의 젊은날이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편운제'에 가 보진 못 했습니다만 돌아가신 부인을 편운제 근처에 묻으시고 혼자 생활하실 때의 모습을 TV로 본 적이 있습니다.

시몬님. 마리아님..@!
저도 '조병화 시인님의 시 중 '고독하다는 것은'
이 시를 여러 번 읽으며 좋아한 적이 있습니다.
올려 주신 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처음인 양
가슴에 쏴-아하니 바람이 쏠리듯 그 분의 고독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조병화님의 시집 중 22집인 <남남>이란 시집도 자주 읽었습니다.
<남남>이란 시집에서는 그저 읽고 느끼는 시집에서
나아가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실천하게 하는 영원의 힘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양표 2005.03.12 11:42  
  나이들면서 일흔이 되면서 시가 더 그리워졌습니다.
시는 살아 있고, 그리워하고
죽음이 가까워지고, 삶이 더 소중해 지고,
그래서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저에게,
아니 모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노 회원들에게 삶의 위안이었습니다. 

조병화 시인이 세상 뜬 소식도 이제 알았네요. "소라'를 압니다.
큰 바다 기슭에/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  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속이 그립답니다
해 와 달  지나가고 /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간답니다
큰 바다기슭에/ 소라/ 온 종일/  저만이 외롭답니다

외로움은 공통분모, 그래서 더 삶을 그리워하고  활력을 주었습니다.
삶을 허무하다고 먼저 간 시인들이 말했어도 믿지 않고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한다 해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믿어야 했습니다" 라고 삶을 사랑하고 믿음으로 세상을 마쳤습니다.

고맙습니다. 별헤아림, 시몬 그리고 모든 님들.




바다 2005.03.12 13:57  
  소라는 오숙자 본부장님이 작곡하셔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가곡이랍니다. 이 사이트에도 있답니다.
별헤아림 2005.03.13 09:33  
  '나이들면서 일흔이 되면서 시가 더 그리워졌습니다.'라고 하시는
홍양표 교수님의 인생이 '멋 그 자체이고 깊이'란 생각이 듭니다.
꽃피는 사월. 아니면 오월 어느 하늘 맑은 날을 잡아
대구의 작은 얼굴보기 친목 모임을 할까 합니다.
전에 교수님과 김형규 교수님께서도 뜻을 비친 일이기도 하구요.
인생의 후배들에게 늘 귀감이 되는 교수님의 글이
오히려 저희에게 크나큰 활력입니다. 감사합니다~!
별헤아림 2005.03.13 09:36  
  바다님.
'내 마음의 노래' 곳간(?)을 두루 파악하고 계시는 바다님...^^*
저도 못 들어 본 곡인데 지금 들어 봐야겠습니다.
홍양표 2005.03.13 23:27  
  별헤아림 님 사오월 얼굴보기 모임이 기다려 집니다. 시를 사랑하지만 시인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시와 노래를 사랑하며 가가이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다님 어찌 그리도 대번에 소라를 알려 주십니까. 들었습니다. 악보도 찾아 보지요.
별과 바다는 하늘입니다. 고맙습니다. 
바다 2005.03.14 00:03  
  홍 교수님!
악보자료실에 <소라>가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가 보셔요 ^^*

그리고 늘 건강하시고 노래처럼 젊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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