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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의 횡설수설(2) – 음악 시간이 싫어……

simon 11 865
  면 사무소 소재지에서도 벗어난 산골의 조그만 초등학교 학생이던 나는 도내에서 첫째 둘째를 다툰다는 도시의 중학교에 들어갔다. 시골학교에서 항상 첫째만 하던 내가 360명 가운데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입학했을 때, 할아버지의 실망하시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쯤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회상 한 도막 - 나는 할아버지께 다섯 살 적부터 한문을 배웠고, 배운 것을 제법 잘 깨달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할아버지께 신문을 읽어드리기도 하고, 초등학생 시절에는 저학년 때부터 봄 가을 시제(時祭)때에 축관이 되어 독축(讀祝)을 하기도 하고, 어깨 너머로 바둑을 익혀 할아버지를 감탄하시게 만들기도 했다. 해서 할아버지께서는 형이나 동생들보다 둘째인 나를 특별히 귀여워하셨고,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도 크셨다. 할머니께서는 다른 손주를 다 합해도 장 손주 하나만 못하다고 생각하셨지만…..

  각설하고, 중학교 1,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음악선생님이었는데, 나는 재미가 있을 법한 음악공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헌데 그 즈음, 우리 집은 선친의 건강이 안 좋으신데다 가세가 매우 기울어서 학비 걱정을 하는 형편이었고, 외갓집에서 하숙비도 주지 않고 얹혀서 기숙하는데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동창이 셋 밖에 없어서 꽤 주눅이 들어 있었다.
막상 음악 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시간의 상당 부분을 담임으로써의 임무 수행에 할애했다. 몇 달이 지나자 나는, ‘밀린 납부금을 언제 가져올 것인가?’라는 선생님의 독촉을 받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나에게 음악 시간은 싫고 무서운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변명 같지만,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음악 이론이나 지식은 꽝인 수준에서, 그냥 곡조를 좋아하여 청각을 통해 가곡을 익히고 있는 형편이다.

이게, 내가 노래를 좋아하면서도 음악에 무지한데 대한 변명 꺼리랍니다.
11 Comments
정덕기 2005.01.05 08:27  
  저도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지요 저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피아노는 너무 서툽니다 그러나 그 시골에서는 유일하게 시창과 청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릴적 꿈은 다 사라지고 풍각쟁이로 밥을 먹나봅니다
정우동 2005.01.05 09:20  
  음악을 전공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마추어 합창단원이라도 되어
음악활동을 하면 몰라도 듣기 좋아 듣고 악기에 맞춘 적도 없이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 뿐이니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는 쪽에 나도 듭니다.

음악이론하니 말인데 단하나 기억에 남은 것은
b 인가 #인가의 개수에 따라 확실히 아는것은 [파도쏠레라미시,
시미라레쏠도파]를 순차로 또는 역순으로 오가면서 "도" 자리잡아 
고쳐 부르는 번거러움 때문에 악보 읽기를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중학교의 음악 감상시간에 해설없이 아마도 경기병 서곡 인가를 듣고
혼자 손을 내밀고 말타는 시늉을 하다 음악 선생님한테서
" 절마는 뭘 좀 아나봐 " 하는 칭찬(?)을 듣고 낯을 붉힌 적이 있습니다.
오숙자.#.b. 2005.01.05 10:49  
  시몬님의 글을 읽으니
어렸을적 지난 일들이 자동차밖 풍경 지나듯
마구 지나며 떠 오릅니다
시골이 아닌 서울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어도
학교 강당엔 쇠소리 나는 낡은 피아노 한대도
귀한 시절이었지요.
수업시간만 끝나면 달려가서
너무나 피아노가 치고싶어서
기초두 없이 마구 귀에서 울려주는 노래들을
화음을 만들어서 피아노를 치는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피아노 교육이란 생각도 못했었지요

음악을 하겠다는 포기하지 않은 열정하나로
저역시 예까지 버티어 온 셈입니다.

시몬님께서 옛 추억에 잠기게 해주셨군요.
가객 2005.01.05 11:05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60년대에도 시골 출신 학생들은 대개가 대중가요 외에는 친하게 지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동네에서 보고듣는 악기 소리래야 고작 하모니카로 대중가요를 듣는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음악은 초.중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요.
어떤 선생님과 소원해지면 자연히 그 과목과 멀어지게 될텐데 시몬 님께서는 어린 시절에 그런 경험을 하셨군요.
저도 음악을 잘 모르지만 그저 우리 가곡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기쁨을 얻습니다.
바다 2005.01.05 18:24  
  학창시절 음악시간은 언제나 제가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중학교를 입학했을 때 출신학교별로 대표가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저는 그 때<현충일> 노래를 불렀답니다.

왜냐구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가창 시험을 본다며 그 노래를 집중적으로 가르치셔서 그 노래만 불렀지요. 참 얼마나 어리숙한 일이었나요?
그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그 노래를 잘 외워부른답니다.

simon님!
이제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요?
우리가 음악의 깊은 이론을 몰라도 이 내마음의 노래를 통하여 아름다운 가곡을 얼마든지 듣고 부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름다운 추억담 계속해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지킬박사 2005.01.05 19:36  
  "현충일 노래"?가 뭐지요? 저는 국민학교 때 배운 '충무공 노래'가 아직 생각나는 데 힘차고 흥겨운 멜로디라 지금도 가끔 불러봅니다.
"보라~ 우리 눈 앞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 거북선 거느리고 .. 호령하던 그의 위풍~ 일생을 오직 한 길 정의에 살던 그이시다 나라를 구하려고 피를 뿌리신 그이시다. 충무공 오 충무공 민족의 태양이여 충무공 오 충무공 역사의 면류관이여~~  끝까지 다 생각이 안나네요.. 현충일 노래는 다른 건가요 바다님?
바다 2005.01.05 19:45  
  지킬박사님!
현충일 노래는 이렇습니다.

    현충일

- 조지훈 작사. 임원식 작곡-

겨레와 나라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 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변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아 그충성 새로워라
서들비 2005.01.05 22:11  
  청각에 의지하는 또 한 사람으로
저도 변명을 하자면,
음악의 이론은 수학적 원리에 기초한다고 하던데,
전 수학하곤 아주 담 쌓고 살았거든요.
지금도 세자리만 넘어가면 머리가 아파오니..... ^^
음악친구♬ 2005.01.05 23:56  
  증학교때 가창시험을 봤는데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선생님께서
"넌 무슨 노래를 가요처럼 부르니?"하시데요~
그 말이 마법에 걸려 지금도 전 가곡을 가요처럼 부릅니다
^.^
나비 2005.01.06 02:32  
  정말 아련하고 재미있는 추억들이시네요!^^전 그래도 노래를 곧잘 했답니다^^
우지니 2005.01.06 12:14  
  저는 노래를 잘 하시는분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음악 선생님 대신 수학 선생님이 들어 오셔서 음악 실기 시험을 본다고 하여서 제 차례를 기다린 후
앞으로 나가서 애국가 (그때 노래 제목이 애국가를 부르기)를 불렀는데
꼬마 너는 30 점이다 하시더군요. 그때는 제가 어려서 쪼끔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수학선생님 말씀이 정답이었나?  지금도 아무리 해 볼려고 해도 노래가 안되는군요.
그래서 노래를 좋아라도 해 볼려고 언제나 저는 영원한 방청객의 본분에 충실할려고 노력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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