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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 울리길 기다린다

이훈자 3 880

 - 딱총 울리길 기다린다 - 이훈자


끼니때가 되면 밥상에
밥과 반찬이 함께 오르듯
시댁에 오면 조카와 늘 산책을 한다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오는
조카를 보니 세월은 도둑처럼
담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일까
 
조붓한 논 둑을 거닐다
시각장애인 더듬거리며 점자를 읽듯
촉수를 세워 잡초 틈새를 더듬거린다

도랑물 가장자리에 보풀 자라풀
운동회에서'준비 땅'하면 달려가듯
긴장을 하며 기다린다

얼은 몸 녹이려 곁불 쬐는 냉이
나뭇가지로 후비며 훼방 놓으니
팔려가지 않겠다고 흙을 붙잡고 저항한다 

봄은 귀를 쫑긋 세워 딱총 울리길 기다리고
어릴 적 땅에 막대기로 글씨 쓰듯
햇살이 머리에 내려와 '봄봄' 쓰고 있다.

3 Comments
현규호 2006.02.25 13:35  
  시심이 깊으면 봄이 남보다 더 빨리 보이나 보다.
부럽기만 합니다.
정말 좋은 시네요.
이훈자 2006.02.26 16:04  
  감사합니다. 깊은 마음으로 느껴주시니 ...*^^*
바 위 2006.03.05 01:43  
  신선하네요...
딱총 얼마만인고
혼자 묻고 미소지게 해주심
참 고맙습니다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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