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바와 함께 다녀온 친정
밀바와 함께 다녀온 친정
지난 추석 때 찾아뵙지 못한 부모와 같은 큰언니 내외를 찾아뵙기 위해
좋은 것은 남편 몰래 먼저 실어놓고 별것 아닌 것만 그 앞에서 들고 나온다.
오랜만에 밀바의 테이프를 들고 차에 오른다.
오늘은 나도 밀바처럼 매혹적이고 정열적이며 요염하고 섹시한 여자가 되어볼까?
차에 오르자마자 밀바를 만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도 밀바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특히 지중해의 장미나 리코르다, 넬리멘씨타가 좋다.
여자인 나도 이렇게 녹이는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가는 길 양옆에는‘어서 오십시오.’라는 간판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나를 어서 오라는 곳이 많은데 내가 가는 곳은 나의 친정이다.
길가에서 가냘픈 미소로 무리 지어 인사하는 코스모스의 해맑은 인사를 받으며
밀바와 함께 어느 새 무안에 도착했다. 초당대학교 건너편으로 3년 동안 매일 같이
8km나 걸어서 다녔던 중학교가 아직도 잘 있는지 궁금하였다.
이젠 초등학교 옆을 지나면서 물청소를 하던 시절을 그린다.
초등학생 시절 비가 오면 학교 길은 질퍽거리고 땅 위의 온 흙이 고무신에
엉겨 붙어 시멘트 바닥이던 교실이 설익은 시루떡이 으깨진 것처럼 교실은
흙으로 범벅이 되어 학교 옆 개울에서 물을 길러 새끼줄로 바닥을 문질러
청소하던 시절. 교실 바닥에 새우가 팔딱거리며 죽어가던 그 그리운 시절을
그리며 마을 안길로 접어든다.
멱을 감던 시내는 우리들의 추억을 모두 흘러 보내 버린 채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실 것만 같은 집에 도착하니 앞산 마루에
둥그렇게 보금자리를 마련한 두 분의 봉분의 묘가 보인다.
그냥 마당에서만 절을 올린다.
큰언니와 얘기하다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 제일 먼저 혼자 사시는
당숙 집에 들르니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은 자식이 있어도 마누라 없는
놈이라며 당신의 속가슴을 다 내어 보이시며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우시니
같이 따라 운다. 윗주머니에 몇 푼의 용돈을 넣어드리고 다시 마을길을 돈다.
벌써 몇 채가 빈 집이 되고 쓰러지고 지금 살아계신 분들이 돌아가시면
유령의 마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고향을 돌보지도 않고 제 부모가 죽어가도 모르고 객지에서 날개도 못 펴고
사는 친구 녀석들 보고 싶지도 않다.
동네 사람들의 생명수였고 영혼의 쉼터였던 우물도 가본다.
그 철철 넘치던 동화 속의 우물은 상수도 개발이란 이름아래 콘크리트 철창에
갇혀 숨도 못 쉰다.
길가에 때늦게 만발한 백일홍 봉숭아가 나를 반기는 것 같아 ‘손대면 툭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현철의 봉선화 연정을 속으로 부르며 집에 돌아와 손톱에
물들일 생각으로 한 움큼 따서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는 다시 광주로 향한다.
막 출발하려는데 먼 친척 형님이 보따리를 올망졸망 챙겨 종종 걸음으로 나와 집이
송정리라 한다. 순간 거짓말을 한다. 가다가 들릴 곳이 있으니 무안까지만 태워다
드리겠다고 하니 무안 앞에 큰골에서 남편과 만난다며 그 곳에서 내려달라고 한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뺏길까 봐 거짓말한 것이 순간 부끄러웠다.
오늘만큼은 혼자서 있고 싶었다.
아니 정열적이고 요염하고 매혹적인 밀바와 동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추석 때 찾아뵙지 못한 부모와 같은 큰언니 내외를 찾아뵙기 위해
좋은 것은 남편 몰래 먼저 실어놓고 별것 아닌 것만 그 앞에서 들고 나온다.
오랜만에 밀바의 테이프를 들고 차에 오른다.
오늘은 나도 밀바처럼 매혹적이고 정열적이며 요염하고 섹시한 여자가 되어볼까?
차에 오르자마자 밀바를 만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도 밀바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특히 지중해의 장미나 리코르다, 넬리멘씨타가 좋다.
여자인 나도 이렇게 녹이는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가는 길 양옆에는‘어서 오십시오.’라는 간판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나를 어서 오라는 곳이 많은데 내가 가는 곳은 나의 친정이다.
길가에서 가냘픈 미소로 무리 지어 인사하는 코스모스의 해맑은 인사를 받으며
밀바와 함께 어느 새 무안에 도착했다. 초당대학교 건너편으로 3년 동안 매일 같이
8km나 걸어서 다녔던 중학교가 아직도 잘 있는지 궁금하였다.
이젠 초등학교 옆을 지나면서 물청소를 하던 시절을 그린다.
초등학생 시절 비가 오면 학교 길은 질퍽거리고 땅 위의 온 흙이 고무신에
엉겨 붙어 시멘트 바닥이던 교실이 설익은 시루떡이 으깨진 것처럼 교실은
흙으로 범벅이 되어 학교 옆 개울에서 물을 길러 새끼줄로 바닥을 문질러
청소하던 시절. 교실 바닥에 새우가 팔딱거리며 죽어가던 그 그리운 시절을
그리며 마을 안길로 접어든다.
멱을 감던 시내는 우리들의 추억을 모두 흘러 보내 버린 채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실 것만 같은 집에 도착하니 앞산 마루에
둥그렇게 보금자리를 마련한 두 분의 봉분의 묘가 보인다.
그냥 마당에서만 절을 올린다.
큰언니와 얘기하다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 제일 먼저 혼자 사시는
당숙 집에 들르니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은 자식이 있어도 마누라 없는
놈이라며 당신의 속가슴을 다 내어 보이시며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우시니
같이 따라 운다. 윗주머니에 몇 푼의 용돈을 넣어드리고 다시 마을길을 돈다.
벌써 몇 채가 빈 집이 되고 쓰러지고 지금 살아계신 분들이 돌아가시면
유령의 마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고향을 돌보지도 않고 제 부모가 죽어가도 모르고 객지에서 날개도 못 펴고
사는 친구 녀석들 보고 싶지도 않다.
동네 사람들의 생명수였고 영혼의 쉼터였던 우물도 가본다.
그 철철 넘치던 동화 속의 우물은 상수도 개발이란 이름아래 콘크리트 철창에
갇혀 숨도 못 쉰다.
길가에 때늦게 만발한 백일홍 봉숭아가 나를 반기는 것 같아 ‘손대면 툭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현철의 봉선화 연정을 속으로 부르며 집에 돌아와 손톱에
물들일 생각으로 한 움큼 따서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는 다시 광주로 향한다.
막 출발하려는데 먼 친척 형님이 보따리를 올망졸망 챙겨 종종 걸음으로 나와 집이
송정리라 한다. 순간 거짓말을 한다. 가다가 들릴 곳이 있으니 무안까지만 태워다
드리겠다고 하니 무안 앞에 큰골에서 남편과 만난다며 그 곳에서 내려달라고 한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뺏길까 봐 거짓말한 것이 순간 부끄러웠다.
오늘만큼은 혼자서 있고 싶었다.
아니 정열적이고 요염하고 매혹적인 밀바와 동행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