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떨어지면



긴 장마뒤에
비로소 너를 찾았다
이런 이런 , 꽃은 다 어디로 갔나
폭격처럼 쏟아 붓던 장마비는
일당노동자들 가슴만 가슴만
쓸어냈던 것이 아니다
이파리채 탈곡기로 훑듯이
미처 우산도 쓸 틈도없이
몽땅 떨어져 흙처럼 드러누워 버렸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데
드러누운 이파리 꽃봉오리위로
개미들, 돼지벌레들,집게벌레들
잘 정렬된 군대처럼
오만한 정복자가 되어 한껏 의기양양했다

왜 꽃으로 태어났나
허전한 마음 비틀거리는데
돌아 앉는  산바람 푸접스럽다
이라크의 꽃들도 우두둑 떨어졌을까

살아 남은 꽃들이 저리도 붉은것은
먼저 떨어진 꽃들에게 부끄러워서일까
결코 잊지 않으려 뜨거운 것을 내었을까
사막을 휘돌아 꽂히는 섬광이
뿌리에서 이끼냄새를 풍기고 울컥 흔들린다
또 비가오려나
배롱나무 꽃잎 위로 스산한 하늘이
스스럼없이 몸을 뒤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