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영혼을 깨우는 소리(수필)

김형규(뭉게) 10 1915
  가느다란 실바람을 타고 풋풋한 풀내음이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른다. 바람은 소리를 싣고 앞으로 내치고, 구르고 휘돌아 감으면서 높이 솟아오른다. 소리의 파아란 물결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회오리처럼 날아오른다. 소리의 향연은 바람이 있는 한 끊임없이 계속 된다. 바람은 소리의 냄새를 품고 날아다닌다.
  아침햇살이 풀잎에 사뿐히 내려않는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잎새에 이는 바람 소리, 꽃망울이 움트는 향긋한 소리, 산새들이 날개 짓 하는 소리, 새벽잠을 깨우는 빗방울 소리,  별빛들이 쨍그랑 부딪히는 소리!
  이처럼 시리도록 싱그러운 영혼의 향기를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사무치게 아름다운 소리들이 가슴을 타고 온몸으로 배어든다. 참을 수 없는 벅찬 감동이 희열로 고여 영혼의 향연에 흠뻑 젖어든다.
 어릴 적 기분 좋은 날엔 콧노래를 부르며 자란 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때때로 마음이 우울하거나 환희에 파동 칠 때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다. 가곡은 깊은 정감과 애잔함을 담은 신비스런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새벽안개가 자욱한 이른 새벽, 시간을 이고 흐르는 시냇가에서 아름다운 시가 악보를 타고 둥둥 떠내려 오는 아름다운 가곡을 듣는 시간은 진정 나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소리의 높고 낮음, 진동이 계속되는 길이, 셈여림과 진동에 따라 음색이 다르게 나타나고, 율동과 선율, 화성의 미묘한 결합은나를 깊은 사색과 정감의 늪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태초의 음악은 신비로운 대지와 하늘의 소리를 인간의 귀에 들리는 소리로 바꾸어 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신의 언어인 아름다운 음악은 인류의 영원한 위안이며, 신이 내려준 귀중한 선물이고 축복이다. 때로는 삶에 깊은 시련이 찾아와 많이 괴로웠고 흔들렸지만, 그 아픔은 가곡의 향연을 통해 환희로 승화될 수 있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감사는 얼마나 작은데서 시작되는지, 절망은 얼마나 자신을 버리게 하는 건지, 소망은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고통도 큰 축복이란 걸 감미로운 화음 속에서 울려퍼지는 신비로운 가곡에서 깨닫게 된다.
  창작과 감상 사이 환상적인 반주에 맞추어 들려오는 웅장하면서도 애잔한 소리는 영혼을 태우는 불꽃처럼 무의식의 심연을 건드리는 성스럽고 신비로운 온기로 느껴진다. 시인의 시가 작곡가를 만나 아름다운 곡이 되고, 그 곡이 가곡으로 다가가기까지 눈을 향해 소리를 내고, 머리끝에 목소리를 접목시키며, 머리와 뼈 속을 울리는 공명은 흐트러진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위대한 힘을 지닌다.
  비바람에 무늬로 얼룩진 수면위에 사물이 올바르게 비취질 수 없듯이, 마음의 평정이 깃들지 않는 곳에 아름다움에서 솟아나는 목소리의 환희를 맛 볼 수 없다. 은은히 퍼지는 반주에 의해 무대 위에서 울려퍼지는 성악가의 아름다운 가곡은 무딘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흔들어 깨운다.
 소리의 향기! 이것은 우주의 섭리와 조화, 더불어 사는 지혜로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인간은 지성 안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감성 속에 살아 숨쉰다. 함께 울고 웃는 만인의 언어인 아름다운 가곡이 흐르는 곳, 그 곳엔 행복의 맑은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수필시대> 9/10월호 발표)

10 Comments
바다 2005.09.02 21:25  
  김 교수님!
아주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요?

<영혼을 깨우는 소리>
제목이 마치 아름다운 가곡의 제목인 듯 다가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글에 잔잔한 감동을 받으며
또다시 가끔은 이런 <영혼을 깨우는 글>을 읽고 싶습니다.

김 교수님!
가뭄에 단비처럼 아름답고 반가운 글 잘 읽었습니다.


바다 박원자 드림
김경선 2005.09.03 07:17  
  영혼을 깨우는 소리?
신이 들려주시는 자장가일까요?
음악치료책에서 읽은 f분의 1박자 리듬 곡 중에서
최고의 것일까요?
 오랫만에 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민영맘 2005.09.03 10:41  
  어릴적 항상 가곡을 들려주시던 아버지...그로 인해 누군가 "노래 한번 불러보렴?"하면 망설임없이 가곡을 불렀던 나인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노래하나 들을 시간이 없던 나에게 깨우침과 감동을 전해준 글이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들 많이 올려주시구요...늘 건강하세요.
해야로비 2005.09.03 10:58  
  영혼을 깨우는 소리...맞네요.
선생님의 글은...영혼을 깨우는 knock! knock!~~
성윤맘 2005.09.03 11:45  
    이렇게 아름다운 글도 영혼을 깨우는 아름다운 가곡의 소리만큼이나 영혼을 깨워주는 성스러운 문장이 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곁에서 아름다운 소리와 글을 접할 수 있는 저희들은 참으로 행복한 선물을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희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글로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 가져보며 늘 감사드립니다.   
별헤아림 2005.09.04 12:19  
  오랜 만에 접하는 영혼의 맑은 소리 깨우는 한 편의 수필.
가을을 읽는 이들에게 마음 한 켠에 풍요로운 여유를 갖게 합니다.
잠 깬 이른 새벽에~~~@!
김형규(뭉게) 2005.09.04 20:06  
  부족한 글을 칭찬해 주시니 마음이 설렙니다.
 매주 금요일에 2시간 동안 가곡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즐겁게 노래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간단한 글로 표현해 보았을 따름입니다.
 지난 7월 비엔나를 여행하면서 가곡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현숙 2005.09.17 23:51  
  교수님께서 만남은 같아지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가곡이 인연이 되어 교수님을 만나 뵈었고 한공간에서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요! 가곡이야 말로 영혼을 깨우며 영혼을 살찌우는 영양분이 아닐런지요.....
김영애 2006.07.14 11:56  
  가곡교실에서만남김교수님참반가웠습니다.영혼을깨우는...글도참으로가슴에와닿았고.글솜씨없는저는읽는것참좋아합니다.,언제나아름다움을간직하며인생을즐기는김교수님께동감합니다.정말로만나뵙게되어반갑게생각합니다.
뭉게구름 2006.09.02 19:54  
  조현숙님, 김영애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곡을 통하여 좋은 만남 갖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특히 에리트 젊은 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행복합니다.
차 한잔 국수 한 그릇 나누며 가곡 이야기 많이 하고 ,노래도 한 곡 하도록 기회를 마련 할 께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