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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노래가 되어' - 페트라님의 글입니다.

지킬박사 2 1119


4월 29일 오후5시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는

제3회 내 마음의 노래 창작가곡 발표회가 열렸다.

청소년을 위한 가곡1집 출반기념 행사는

'내가 너에게 노래가 되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4월 29일 오후5시 방배동 백석아트홀에서는

제3회 내 마음의 노래 창작가곡 발표회가 열렸다.

청소년을 위한 가곡1집 출반기념 행사는

'내가 너에게 노래가 되어'를 제목으로 달았다.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 약칭 내마노)는

10년 전 만들어진 사이트로

현재 3만6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내 마음의 노래 합창단(지휘 윤교생)을 결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꽃피는 봄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너머

그 어느 산 모퉁이에 어여쁜 임 날 기다리는듯

철따라 핀 진달래 산을 넘고 머어먼 부엉이

이름 끊이잖는 나의 옛고향은 그 어디런가

나의 사랑은 그 어디런가 날 사랑한다고 말해주려마 그대여

내 맘 속에 사는 이 그대여

그대가 있음에 봄도 있고 아득한 고향도 정들 것일레라

(박화목 시/ 채동선 곡 '망향' 전문)

 

고등학교 합창반이었던 나는

이 노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짝사랑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음악을 사랑했다.

한 땀 한 땀 내 감성을 바느질했던 노랫말,

이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과 눈 맞췄던 시간들,

학교 운동장에 있던 커다란 회나무를 안으며

혼자 불렀던 이 노래...

꽃 피는 봄사월 돌아오면 ~~~

노랫말을 읊조리면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다.

 

가곡은 이렇게 우리네 정서를 녹여낸다.

먼 추억이 될수도,

지금 현재의 사랑이 될 수도 있는

아름답고 차분하고 고아하고 사려깊은 정서들....

독일의 리트나 프랑스 가곡들이 그렇듯

가곡 속에는 그 민족 고유의 심성이 배어있다.

또한

그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표정이 세세히 보여진다.

 

연주회장에서 사회자 최영미 아나운서가 말했듯

노래방에 가서 가곡 부르면 분위기 깬단 소릴 듣는다.

요즘의 신나는 퓨전기계음에 익숙한 사람들이

가곡을 심드렁하게 여기는 것이 이유일 게다.

어쩌면 가곡부흥운동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늘 같은 내용의 가사가 번복되고 늘 같은 냄새를 내기 때문 아닐까.

이번 연주회 노랫말 안에도 이같은 현상은 되풀이되고 있었다.

고향, 그대, 바람, 소나무, 사랑, 빛, 마음, 영원히, 촛불,

그리움, 꿈, 노을, 달빛....

어쩌면 하나같이 그대로의 반복인지...

가곡부흥을 위한다면 깨어있는 시각으로

가곡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노랫말은 정점의 은유로 빛을 낸다.

정덕기 선생의 작곡도 아름답다.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머물면 너는 죽는 것을

떠나는 네 발을 끌어안고 싶다마는

모든 인연에 헤어짐 없는 것이

헤어짐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

떠나는 너이고 머물면 이내 네모습 사그러지니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을랴

저만치 떠나고 있는 네 뒷모습이 쓰라리고 아름답다

(차옥혜 시/ 정덕기 곡 '바람' 전문)

 

가곡에 쓰여진 노랫말은 곧 시어다.

시에 담긴 서로의 마음, 서로의 사랑이 빛난다. 

노랫말을 가만히 음미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안타까운지,

얼마나 복받치는지,

얼마나 간절하고 절절한지....... 느낌 받는다.

가곡은 곧 우리들의 사랑이요, 연인이요, 심장이요, 죽음인 것이다.

 

내가 쓴 가곡의 노랫말이 있다.

'등꽃의 노래'(임옥경 시, 윤교생 곡).

이 노래는 내 마음의 노래 사이트에 가면 만나볼 수 있다.

가곡이 쓰여진 배경을 알아보면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등꽃의 노래'는

부산 바닷가에서 작곡됐고 서울 덕수궁에서 작사됐다.

지역이 다르고 전혀 다른 타인이 곡을 만들었지만

각자의 정서가 통하기에 가능했던 노래다.

 

가만가만 내려오는 그리운 이름 하나

보랏빛 꽃비 아래 홀로 서있네

떨어져 떨어져 흙으로 내려앉아

아련한 나의 맘에 피워내려 하는듯

하늘 끝 바라보는 한떨기 등~꽃

 

조용조용 내려오는 아쉬운 미련 하나

보랏빛 꽃비 아래 홀로 서있네

흔들려 흔들려 하늘 위로 솟아올라

아련한 나의 맘에 피워내려 하는듯

하늘 끝 바라보는 한떨기 등~꽃 

(임옥경 시/ 윤교생 곡 '등꽃의 노래' 전문)

 

이 노래는

부천여성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소프라노 이경애씨의 노래로 연주됐다.

이경애씨는 굴곡있는 표현으로 노래를 소화해내

처음 발표되는 자리에서 나는 숨죽이고 바라봐야했다.

 

또 작년 창작가곡발표회에 발표되기도 했다.

창작가곡발표회에서 메조소프라노 어윤주 선생은

"노래가 정말 아름다워 잊을 수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노래 한 곡이 만들어지면

그 노래에 따르는 역사가 만들어짐을 알겠다.

예술이나 일상 모두 그렇지만

노래를 중심으로 사랑이 피어나고 오랫동안의 관계가 이어지면서

또 하나의 역사는 만들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내마음의 노래가, 내마노 합창단이

우리나라 가곡의 역사를 바꿀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건 시간문제다.

열심히, 정열적으로 활동하면서 가곡 부르는 풍토로 가꿔간다면

월드컵 못지않은 전국민의 열기로 충만해질테니까.

 

- 2006년 4월29일 Petra

 
2 Comments
별헤아림 2006.05.06 05:07  
  한 글 속에 그 글이 다시 들어가 있습니다.
하나를 지워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무 2006.07.18 11:35  
  요즘 가곡 가사들을 보면 의도적으로 가사(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옛시인들의 가곡 가사를 보면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자연스러움이 있고
한구절 한구절이 깊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이 있는데 요즘 가곡 가사를 많이 쓰고 있는 시인들의 작시는 대부분이  가사를 머리 속에서 만들어
짜 내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예쁘게, 슬프게 미화하고 포장하고  ...인위적인 가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금방 실증이 나죠. 음미할 수록 새로운 맛이 우러나는 시가 진짜이며 그러한 가사가 작시이죠. 요즘의 가사는 90%가 작사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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