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팔공산> 초연
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팔공산> 초연
권선옥(sun)
-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의 반주에 의한 문상준 회원님의 연주 장면 -
- 좌로부터 <파랑새 작곡가회>의 작곡가 진동주님, 작곡가 김애경님,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
작곡가 신상춘님 그리고 동호회원 테너 문상준님. -
지난 5월 13일 토요일 오후 한 시가 넘어서 이수인 선생님 댁에 전화를 드렸다.
대단한 인간도 아니면서 서울에 올라온다고 미리 약속하기도 무엇해서 무작정 상경한 것이었다.
예술의 전당 근처의 예식장이라시며 집에 할머니께서 계시니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선생님 기다리느라 할머님과 과일도 깎아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길래, 객 주제에 받아 보았습니다. 보통 때는 2-30분이면 되는 거리인데 차가 밀리니까, 소파에 누워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서 기다리라는 사모님의 시원스런 말씀에 정말 소파에 누워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문상준님께 전화를 했다. 10 여 년 전에 업무상 선생님을 만난 인연이 있단 얘길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곡 매니아 치고 이수인 선생님 댁에 오시라고 하면 거절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체육대회가 거의 끝났다면서 집도 전철 한 정거장 거리니까 오겠다 하신다.
내외분께서 들어 오시고, 곧이어 <파랑새작곡가회>의 작곡가 분들이 오셨다. 선생님께서 작곡가분들과 소개를 시켜 주시는 과정에서 '김애경 작곡가'라는 말씀에 '박수진 시인의 옆지기 다른 김애경 작곡가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김애경' 이 바로 이 '김애경'이라고 하셔서 놀라면서 바라보니, 참으로 조신하고 조용조용 품위 있는 분이셨다. 곧바로 회원님 길 안내를 위해 잠시 골목에 나갔다 오는 사이에, 이수인 선생님께서 벌써 악보를 펴 놓으시고는 커피 한 잔을 또 주신다.
불러 보자고 하시며 저를 쳐다 보시는데...... , (위기)
얼른 뒤 따라 들어오는 문상준님께 넘겨 버렸다.
노래라면 음치에다, 음표를 봐도 까막눈인 나에게
동호회원 문상준님은 그야말로 구세주 중의 구세주였다.
이미 우편으로 <팔공산>악보를 전해 받고 바로 김경선 원장님과 문상준님께 악보를 보낸 터였다.
집에서 아드님 반주로 한 번 불러 보았다는 회원님의 말씀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이수인 선생님 피아노 앞에 앉으셨다.
나는 공연장에서 처음 연주되는 것을 '초연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이것이 초연이라고 하셨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시원스레 뿜어져 나오는 테너 문상준님의 목소리.
악보를 받아 봐도 나는 그야말로 눈이 보이지 않는 헬렌켈러이다.
처음 들어보는 <팔공산>.
헬렌 켈러가 펌프의 물을 손으로 느끼며 '물(water)'이라는 단어를 익히듯,
나는 누가 노래를 불러 주어야만 비로소 내가 쓴 노랫말이 작곡가 선생님에 의해서 어떤 빛깔로 어떤 형태로 만드어진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알 수가 있다.
지난 달 29일 내마노 공연에서 편치 않다시던 목소리가 다 회복된 듯
'팔공산' 노랫말의 의미가 한 구절 한 구절 거침없이 청각적으로 형상화 되어 가는 순간
그야말로 가슴 벅찬 전율이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자, '은행나무 아래서'의 작곡가 김애경 작곡가를 비롯하여 모두 박수를 쳤다.
이수인 선생님께서도 매우 기분이 좋으신 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한 번 , 두 번, 세 번 반복하셨다.
아파트가 아니라 돈은 되지 않아도, 이 집에서 엄정행, 박세원, 강무림 ... 모두 노래를 불렀다시며,
문상준님께 미성이라며 자주 보자고 연락처를 적으려 하셨다.
그리고 가곡집과 CD를 챙겨 주시면서 한 개밖에 없는 것은 문상준님만 주시면서 총애하셨다. -
팔공산
권선옥 작시 / 이수인 작곡
- 1 -
팔공산 비로봉에 봉황이 높이 나니
고난 넘어 왕건이 후삼국 통일했네
골짝마다 맑은 소리 기원 담아 오르면
갓바위 석조여래 만호중생 굽어보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 2 -
달구벌 감싸듯이 둘러 선 너른 품새
오동나무 보랏빛 꽃 그 향기 넘쳐나네
몸 바친 장절공 왕산 아래 흙을 깨워
임금 신하 굳은 믿음 목숨도 바꾸었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2005. 4. 8.>
<참고1.> * 만호중생(萬戶衆生) : 억조―창생 (億兆蒼生)[―쪼―][명사] 수많은 백성. 온 세상사람.
<참고2.> * 동인 시집 <섬은 물소리를 듣지 않는다> (2005. 12.) 모닥불 시선2 수록
권선옥(sun)
-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의 반주에 의한 문상준 회원님의 연주 장면 -
- 좌로부터 <파랑새 작곡가회>의 작곡가 진동주님, 작곡가 김애경님,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
작곡가 신상춘님 그리고 동호회원 테너 문상준님. -
지난 5월 13일 토요일 오후 한 시가 넘어서 이수인 선생님 댁에 전화를 드렸다.
대단한 인간도 아니면서 서울에 올라온다고 미리 약속하기도 무엇해서 무작정 상경한 것이었다.
예술의 전당 근처의 예식장이라시며 집에 할머니께서 계시니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선생님 기다리느라 할머님과 과일도 깎아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길래, 객 주제에 받아 보았습니다. 보통 때는 2-30분이면 되는 거리인데 차가 밀리니까, 소파에 누워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서 기다리라는 사모님의 시원스런 말씀에 정말 소파에 누워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문상준님께 전화를 했다. 10 여 년 전에 업무상 선생님을 만난 인연이 있단 얘길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곡 매니아 치고 이수인 선생님 댁에 오시라고 하면 거절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체육대회가 거의 끝났다면서 집도 전철 한 정거장 거리니까 오겠다 하신다.
내외분께서 들어 오시고, 곧이어 <파랑새작곡가회>의 작곡가 분들이 오셨다. 선생님께서 작곡가분들과 소개를 시켜 주시는 과정에서 '김애경 작곡가'라는 말씀에 '박수진 시인의 옆지기 다른 김애경 작곡가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김애경' 이 바로 이 '김애경'이라고 하셔서 놀라면서 바라보니, 참으로 조신하고 조용조용 품위 있는 분이셨다. 곧바로 회원님 길 안내를 위해 잠시 골목에 나갔다 오는 사이에, 이수인 선생님께서 벌써 악보를 펴 놓으시고는 커피 한 잔을 또 주신다.
불러 보자고 하시며 저를 쳐다 보시는데...... , (위기)
얼른 뒤 따라 들어오는 문상준님께 넘겨 버렸다.
노래라면 음치에다, 음표를 봐도 까막눈인 나에게
동호회원 문상준님은 그야말로 구세주 중의 구세주였다.
이미 우편으로 <팔공산>악보를 전해 받고 바로 김경선 원장님과 문상준님께 악보를 보낸 터였다.
집에서 아드님 반주로 한 번 불러 보았다는 회원님의 말씀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이수인 선생님 피아노 앞에 앉으셨다.
나는 공연장에서 처음 연주되는 것을 '초연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이것이 초연이라고 하셨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시원스레 뿜어져 나오는 테너 문상준님의 목소리.
악보를 받아 봐도 나는 그야말로 눈이 보이지 않는 헬렌켈러이다.
처음 들어보는 <팔공산>.
헬렌 켈러가 펌프의 물을 손으로 느끼며 '물(water)'이라는 단어를 익히듯,
나는 누가 노래를 불러 주어야만 비로소 내가 쓴 노랫말이 작곡가 선생님에 의해서 어떤 빛깔로 어떤 형태로 만드어진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알 수가 있다.
지난 달 29일 내마노 공연에서 편치 않다시던 목소리가 다 회복된 듯
'팔공산' 노랫말의 의미가 한 구절 한 구절 거침없이 청각적으로 형상화 되어 가는 순간
그야말로 가슴 벅찬 전율이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자, '은행나무 아래서'의 작곡가 김애경 작곡가를 비롯하여 모두 박수를 쳤다.
이수인 선생님께서도 매우 기분이 좋으신 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한 번 , 두 번, 세 번 반복하셨다.
아파트가 아니라 돈은 되지 않아도, 이 집에서 엄정행, 박세원, 강무림 ... 모두 노래를 불렀다시며,
문상준님께 미성이라며 자주 보자고 연락처를 적으려 하셨다.
그리고 가곡집과 CD를 챙겨 주시면서 한 개밖에 없는 것은 문상준님만 주시면서 총애하셨다. -
팔공산
권선옥 작시 / 이수인 작곡
- 1 -
팔공산 비로봉에 봉황이 높이 나니
고난 넘어 왕건이 후삼국 통일했네
골짝마다 맑은 소리 기원 담아 오르면
갓바위 석조여래 만호중생 굽어보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 2 -
달구벌 감싸듯이 둘러 선 너른 품새
오동나무 보랏빛 꽃 그 향기 넘쳐나네
몸 바친 장절공 왕산 아래 흙을 깨워
임금 신하 굳은 믿음 목숨도 바꾸었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2005. 4. 8.>
<참고1.> * 만호중생(萬戶衆生) : 억조―창생 (億兆蒼生)[―쪼―][명사] 수많은 백성. 온 세상사람.
<참고2.> * 동인 시집 <섬은 물소리를 듣지 않는다> (2005. 12.) 모닥불 시선2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