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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히 <가을 저녁>을 들으며 적어 본 ........삶 (4)

靜 軒 7 885
<가을 저녁>

흘러가는 구름 위에 하늘은 붉어
태양은 저멀리 산에 내린다.

불어오는 바람결 가을은 익어
어둠스레 피어나는 저녁 노을이여

가을되면 한 잎 두 잎 낙엽 진다 하니
살며시 여윈 가슴 잠기어 든다.

(유종수 작시 엄영미 작곡 소프라노 이진희/ 메조 소프라노 김학남)



참 아름다운 노래에요. 
........................
늘 마음으로 좋아해 왔으면서도 사실은 여직 제목도 몰랐고 또 어디서 이 노래를 들었는지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가을노래 가사들을 들여다 보는데 너무나 익은 가사가 나오는 거에요.  노래를 들어보니 오래 전에 들었던, 그간 저 혼자 좋아해 왔던, 바로 이 곡이었어요. 
정말 반갑더군요.

이진희양의 목소리가 너무나 청아하고 곱지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하늘 저멀리 어디선가로부터 아름다운 선율이 메아리로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오케스트라 반주도 잔잔히....참 아름답구요.

새삼 하나의 음악을 탄생시키기까지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분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인생이라는 배경에 음악이 함께 해 삭막하지 않고 가슴 저미는 애틋함이 더해질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정동석>
정동석에 대해 들어 보셨지요?
한문으로는 晶洞石 이라고 적더군요.
바로 자수정을 품은 돌을 지오드(geode) 또는 정동석이라고 한다고 해요.
제가 10여년 전부터 다년간, 외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부탁을 해서 그 돌들을 수집했었어요.
수정이 탐나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진 의미가 좋아서 그랬어요.
선물도 많이 해서 현재 제게는 몇 개 밖에 남아 있지 않네요.

브라질산인 정동석은 외관상으로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돌이에요.
그러나 겉모양이 수수하기 때문에 내부에 지닌 수정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모양은 수수해도 내면이 반짝이는 그런 사람.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요.



<어머님이야말로...>
저의 시어머님께서는 얌전하시어 흔히들 하는 말로 천생 여자라는 말씀을 듣는 분이세요.
음식솜씨 좋으시고
남에게 무엇인가를 줄 때는 늘 후히 주시고
언제 어머님의 방엘 들어가 봐도 티끌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시고
영민하시고
독서하시길 즐겨하시고 
독서하실 때의 자세는 또 얼마나 바르신지 단정함과 단단함을 느끼게 해 주시는....
그런 분이세요.

처음에는 몰랐지만....
알면 알수록, 어머님이 지니신 개인적인 특성, 내면에 지니신 예쁜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어쩌면 제게 너무나 짧은 기억만을 주시고 가신 시아버님조차도 발견하지 못하셨을지도 모를 어머님의 고운 면을, 제가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느 날 저는, 
그런 저의 어머님이 바로 이 정동석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식>
여러 해 전 일이에요. 
한 삼사년 까닭 모르게 입맛이 없었어요.
일반적인 식사를 통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그때 입에서 당기는, 먹으면 힘이 나는 식품이 있있어요.
어른과 함께 살다보니 웬만큼 아픈 것 쯤이야 늘 그저 견디게 되더군요.
그래서 거의 병원엘 다니지를 않았어요.
이때도 그저 기운이 없다.....그런데 이런 것 저런 것을 먹으면 힘이 난다.....는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병원엘 가게 되었어요.
           
“좋지않은 게 발견되었습니다.”
“혹 같은 그런 것인가요?”
“아닙니다.”
“그럼.......암인가요?”
“..............”
“선생님.  제가 암에 걸렸나요?"
“........ 가족과 함께 오십시오.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

확실한 병명을 알고 싶었지만 제가 놀라고 당황할까 말씀하길 꺼려하심이 역력했어요. 저는 선생님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침착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말씀해 주실 것 같아서요.

“...........선생님. 암에 걸렸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입니다.” 
“수술을 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은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큰수술이 될 것입니다. ”

진료실을 나와 병원 대기실에서 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는 처음으로 깊고  깊은 울음을 울었어요. 하지만 그때 이후는 한번도 그날처럼 울지 않았어요.^^
           
한참을 운 후 저는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해 보았어요
불편한 것 같았어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생활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방이 막힌 방에 홀로 갇혀진 느낌이 들더군요.
몸에 꽉 죄이는, 작아진 옷을 억지로 입었을 때의 그런 답답한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나약한 한 인간이 허우적거려 보아야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건가....그러니 받아들일 수 밖에......   
그래 그간 나름대로 충실히 살았던 삶에 흐뭇함과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참 잘했다고 자신을 격려도 해주었어요.^^ 
또 얼마나 바쁘게 살아 왔는지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 휴식이라는 상이 내게 주어지는 것이리라 여겨지게도 되었어요.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저는 5개월 동안 집에서 한방요법과 민간요법 또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지내야 했어요.       

제 소식을 들은 벗들이 울먹이는 얼굴로 병문안을 오면 저는 한 친구가 빌려 준 키보드를 치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청했어요. 그러면 돌아갈 때의 사람들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고 재미있게 놀다 가는 표정이었어요.
그렇게 저는 처지를 비관도 그렇다고 방관도 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그저 휴식을 취하는 마음으로 지냈어요.



<행복>
마침내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의사선생님을 소개받아 찾아가게 되었어요.

"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딱 한번 이런 수술을 해 보았을 뿐입니다. 물론 예휴는 좋았습니다만 언제나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서울의 유명의사들도 꺼려한 수술인데......”
 
저는 처음부터 이분께 신뢰가 갔어요.
그동안 만나 온 섬약해 보이는 의료진들과는 달랐어요.
소신과 확신으로 가득찬 모습, 의료계와 환자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환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해 줄 수 있는 분으로 믿어졌어요.   
이 선생님은 해내실 것 같은 확신이 서더군요.           

“교수님. 저는 삶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마음을 비운지 오래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5개월 동안 집에서 가족들의 돌봄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가족들을 수고시켜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저는 이 일에 끝을 맺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후 모두가 속히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와 저의 가족들 아무도 수술결과에 대한 책임을 교수님께 묻지 않을 것입니다.  결코 교수님께 살려 주십사 청하는 것이 아니니 그저 소신껏 해 주세요. 
그러나 교수님. 저는 교수님이시라면 훌륭히 해 내실 것으로 믿어집니다.“     

저의 청을 들어 주셔서 기꺼이 저의 수술을 맡아주신 그 교수님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우러러 뵈었는지 수술당일 전신마취 직전 수술대 위에서도 저는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염려하지 않아요. 교수님.  그러나 저 때문에 너무 수고하시겠어요.”
         
저의 수술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수술 후 제가 회복을 하자 병실을 찾으신 교수님께서는 도대체 뭘 먹고 어떻게 지냈기에 암세포가 줄어 들었느냐고 말씀하셨어요. 병변 주위가 넓다고 걱정했던 부분, 수술 전에 찍은 MRI 검사에서 조차 결과가 나쁘다고 했던 그 부위에 딱정이가 지고 있었고 수술 후의 검사에서는 암세포를 찾으려고 세포를 쪼개야 할 정도였다고 하셨어요.

계획은 수술 후 몇 차례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을 것으로 되었었지만 저는 1년간 그저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처방을 받고 21일간의 입원을 끝내고 돌아왔어요.


7 Comments
우가애본 사무국 2005.10.12 19:25  
  건강 속히 되찾으시길 기원합니다.
별헤아림 2005.10.12 20:37  
  예후가 좋아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완쾌될 것으로 믿습니다...@!
서들비 2005.10.12 21:37  
  다행입니다.
빠른 완쾌를 빕니다.
우지니 2005.10.12 22:51  
  몸과 마음이 얼마나 많이 아프셨을까 ?
그러면서도 마음을 비우시고 어려움을 받아들이신 점에
놀랍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아프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김형중 2005.10.13 21:07  
      정헌님!  건강하시다니 무척이나 반갑네요.

"가을저녁" 저렇게 마음을 읽어 자기를 터트릴 수있는 시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 멍청하게 살아온 소생같은 민초에게는 부럽기 그지없네요.

  소생은 "정동석"이라는 보석은 처음 듣네요.
"겉모습은 수수해도 내면이 반짝이는 사람" ?- 어쩌면 정헌님의 모습이아닐까 그려봅니다.

  엄청난 일을 겪으셨네요.
인생의 끝은 하이없고, 마음이 터져나옴은 한이없는데...  ...
부처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 자기를 잊는 것. -자아를 담담하게 잊을 수있으면 그것이 부처님의 세계 바로 극락이 아닐까요?
  그래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시고, 죽음앞에 당당 할수 있다면, 우리몸에 들어와있는 귀신은 다물러가게 되어있어요.

 앞으로 건강하시게 몸관리 잘하시고 가정평화의 중심이 되시옵서

  정현님!
 아래 글은 외우기가 싫어서 가끔 읽어만 보는 시인데, 고등학교동창 홈페이지에 들어같더니  어떤놈이 인생다 살은것처럼 올려놓았네요.

    ㅡ여보게 친구ㅡ 서산대사님

살아있는게 무언가 ?
숨 한번 들이 마시고  숨 다시 뱉어내고... ...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쪘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아닌가 ?

그러다 어느 한순간 들어마신 숨을 내밷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은거지.

그어느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않는 맑은공기 한모금도
가졌던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곧 저승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 내 양인양 움켜 쥐려만 하시는가 ?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데는
티글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는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왠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것을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 마음 밭에
향기로운 꽃피우면

천국이 따로없고 극락이 따로없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같다네.

천가지 계획과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로 한점 눈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생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그놈 얼굴도 기억이 잘안나고,--- 그래도 다음번에는 어떤놈인지 확인 해봐야겠어요.

.
 
자운영 2005.10.14 14:12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사시니까 무서운 암세포도 두 손 들고 물러섰을겁니다. 앞으로 건강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한 삶이 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임긍수씨의 사랑하는 마음을 선물하고 싶어요. 가곡 감상실로 가셔서 꼭 들어보세요.
노을 2005.10.14 16:27  
  그러셨군요.
정헌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저희 선배 연극인 이주실씨가 생각납니다.
참 어려운 지경까지 갔었는데 우리가 만났을 때는 굉장히 건강하고 아름다우셨습니다. 이겨내신 거지요.
지금 저희 동문 홈피에 병상일기를 올리고 계신데 어찌나 객관적인지
오히려 힘을 느끼게 하더군요.
저는 댓글을 이렇게 썼어요.
'지난 이야기라 차암 좋습니다.'
정헌님 이야기도
아름다운 부분은 현재형, 미래형으로
아픈 부분은 지난 옛이야기로 들을래요.
건강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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