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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산》

단암 4 888
《봄비 내리는 산》

가랑비 내린 봄의 산은
다섯 살 내 딸아이
씻은 얼굴로 짓는
해사한 웃음

맑은 물 흐르는 냇가엔
처녀가 머리감은 창포물 흩뿌린 듯
묽은 연두 빛이 서리었고
점점이 진달래는
내 누이의 수줍은 홍조여라

봄은 또 이렇게 오고
나는 오는 봄을 거슬러 저만큼 간다

 
2007. 3. 31  단암
4 Comments
자 연 2007.04.08 23:12  
  산대로
물대로가
봄 넌또 이렇토록

가기가
물어봐도
보슬비 소리없이

자욱한 은빛 마음만 흘뿌리는 날이오

늘 존시
고맙습니다...
바다 2007.04.09 15:35  
  봄비 내리는 산이 명경지수에 비치는 듯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그저 왔다가 가는 것
그 속에서 그냥 우리의 삶은 무르익어 가고 ...
 잘 지내시지요?
단암 2007.04.09 19:44  
  서울의 산은 궂은 날에나 호젓합니다. 그것도 조금만 그렇습니다.
휴일에는 천군만마가 지나가는 듯 합니다.
이미 산이 산이 아니라 해야 될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 산을 일부러 골라 올랐습니다.
안개에 묻힌 산을 내려오다 잠깐 동안의 맑음에 예전에 우리 집에 살다가
제 집으로 돌아간 '유리'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딸아이의 웃음을 생각 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식구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함께했습니다.
내 작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유리도 떠나갔습니다.
예뻤던 유리의 웃음도 한 순간이었고 우리 아들의 짧은 생애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봄날의 저 푸릇한 생동감이 잠깐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생동감의 환희마저 슬퍼서, 저 너머에 있는 아픈 기억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만이 진정한 안식처인 것처럼 그렇게 계절 너머로 갔습니다.

변함없는 두 분 선생님의 격려 항상 감사합니다.
       

이종균 2007.04.11 02:18  
  그 가슴
못 밖힌 아픔
뉘라서 알리까만

산은
말 없어도
헤아리고 있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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