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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를 즐기며...

지범 5 754
오랜 만에 참석한 가곡 부르기 모임이 좋았습니다.
멀리서 뵙기만 하였던 오숙자 교수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숨은 실력자들 솜씨도 잘 들었구요.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취지의 지휘자님 말씀도 마음에 남습니다.
오랜만에 가을 정취를 가슴 벅차게 느끼면서 시 한 수 옮깁니다.

                여        승 

                                                  백 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코멘트:

스님 한 분 한 분의 삶 자체가 문학일 것 같군요.
특히 비구니의 삶이야말로...
지아비 기다리다 어린 딸을 잃고 머리카락과 눈물방울을 떨구며 여승으로 태어나는 삶이
가을 밤처럼 너무나 진하게 그려져 있군요.

지범 올림

5 Comments
해소리 2005.10.26 21:51  
  누군가의  추천으로
"여  승"이라는 이글을 자주 마음속으로 읊어본답니다
가슴이 싸아--하며  저리기까지하죠
성북동에  있는 "길 상 사"라는 절에라도 다녀오면
느낌이 훨씬다르죠.........
바다 2005.10.27 01:01  
  지범님!
참 가슴 싸한 시 한 편입니다.
 잘 읽었네요.
지난번 제 옆자리가 차버려 뒷자리에 앉으신지 알고 있습니다.^^*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지범 2005.10.27 09:43  
  해소리님, 전 얼마 전에 알게 된 시입니다. 길상사는 제 직장에서 멀지 않아 몇차례 다녀왔습니다.
바다님, 너무 처연한 시를 올린 글 제목이 "... 즐기며" 라서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애상이 너무 깊으면 다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옆자리에 신부님과 우지니님(?)이 계시더군요. 뒤도 이웃이니 옆과 다름 없어 좋았습니다. 
旼映오숙자 2005.10.27 10:05  
  지범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 손 마주잡고 반가운 얼굴 대하니
그 인연은 확실한 인연이죠...?
지범님이 올린 시를 읽고나니 두달전에 작곡한
시 가 생각나  답례로 올립니다.



山寺 의 밤

.        .    이재성


싶은산 山寺 처마끝에
까만밤 하얀 초승달이 ....

절 마당, - -
늙은 석류 마른가지에
주렁주렁 별톨들이 반짝이고,

스치는 풍경소리
졸음을 흔든다.

여스님 독경소리 하늘을 날고,
먼산 소쩍새 울음소리 염불 되어온다.

님이여 !

까만밤 삼경이 서러워도,
소쩍새 울음우는
저린 가슴 더 할손가 !
지범 2005.10.27 17:39  
  오숙자 교수님, 올려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가곡감상실 방에 가서 검색하였더니 없더군요. 간 김에 오교수님 작시 작곡 임준식 님 노래의 영원한 사랑 잘 듣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달 모임에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게 되길 바랍니다. 지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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