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하늘공원

이종균 11 1603
하늘공원
                         
월드컵 스타디움에 들어가기 전에는
악마는 소름끼치는 괴물인지 알았다
용솟음치는 용암이 광화문으로 흘러
전국을 붉게 물들일 때
악마는 곧 한국의 아들딸이었다.
젊음이 들끓어 민족을 하나로 만들던
용광로가 굽어보이는
버림받은 것들의 납골당
하늘공원에 올라보기 전에는
억새는 늙은이의 애처로운 울음인줄 알았다
높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는
바람돌이허수아비 같은 유연한 몸놀림
저 백발을 잊은 구성지고 멋진 춤이
손과 손, 어깨와 어깨를 끼어 잡고
온 산에 흰 물결로 번져나갈 때
울음은 곧 ‘대-한민국’의 함성이었다.
그곳엔
늙음도 슬픔도 없고 
뜨거운 열기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11 Comments
바다 2006.12.03 19:22  
  가을 어느날 곡성역 기차마을 코스모스 꽃밭에 갔다가
다시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에 특이한 이정표를 발견했습니다.

하늘공원 가는 길
이곳에 새로 생긴 공원인가보다고 찾아갔더니
공원은 보이지 않고 무슨 높은 빌딩이 있고 사찰이 있었어요 .
나중에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하늘공원이 무엇이지 알았지요
참 이름이 아름다운 공원 .
그 공원은 우리 인간이 영원토록 살 수 있는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최고의 낙원이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바 위 2006.12.03 20:49  
  天上 뜰  바람차도 정신은 맑으리라

생각이 미쳐지니  올라서서 구름밭을

거닐고 싶더라는 신선  하얀수염 근 嚴이여


선생님
감수 바라며
환절기 건강 축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김형준 2006.12.03 22:26  
  붉은 전사 였으면 어땠을까,
붉은 천사 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내겐 많았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택한 용어가 아닌 외신 기자들이 'red devil'이라고
4강에 오른 한국 청소년팀을 부른 것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지역, 성별, 년령, 재산, 교육...
이 모든 차이들을 뛰어 넘어 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준 축구,
비록 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려고 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준 열광의 도가니, 월드컵의 추억

제가 사는 서울의 한 코너에도 '하늘 공원'이라 부르는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저는 아직 가본 일이 없지만 전직 대통령이 가서 베드민턴도
치고 하는 곳이라고 제게 지인이 말해 주었습니다. 칠순이 넘는 분이
한 분 계신데 전에는 웅변에 열정을 쏟았고, 지금은 시낭송에 사랑을
심어 사는 분입니다. 이 분이 그 공원에 마침 오신 전직 대통령 앞에서
시낭송을 하시고 큰 기쁨을 얻으셨답니다.

하늘에 있는 곳, 하늘 공원
하늘로 가는 곳, 하늘 공원
하늘과 통하는 곳, 하늘 공원
하늘에 가신 님이 사는 곳, 하늘 공원
하늘 처럼 평화로운 곳, 하늘 공원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곳, 하늘 공원

억새는 내게 늘 말해 줍니다.
평범한 것이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사실 억새는 평범한 것으로 내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억새를 보면 때론 현기증이 납니다.
멀리 까지 펼쳐진 억새의 바다,
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생명이 보이고,
평화가 보이고,
사랑이 느껴지고,
우주의 균형이 느껴집니다.

너무도 무거워서 금방 꺾일 것 같은 데도 하늘과 땅 사이서
균형을 어찌도 그리 잘 잡는지,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중후한 그 모습, 노인의 색을 지닌 것 같으면서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더불어 스포츠 댄스를 추고 있는 억새의 정열.

선생님의 시를 통해
축구를 응원하는 남녀 노소와, 끊임없이 움직이며 삶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을 담고 사는 호적한 벌판서 춤추는 억새가 두 개의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 즉 인간과 자연, 많은 무리와
외로운 풀잎이 동일한 존재였음을 깨달을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늘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김형준 2006.12.04 11:42  
  하늘 공원에 가고 싶다.
그곳에 가면 내가 그리워 하는 동무들이 있다.
나 보고 오라고 늘 손짓하는 다정한 친구들.

나만큼 다들 순진하고 순수해서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든지 아무 상관 않고
그저 손잡고 숲 속도 거닐고, 냇가에도 함께 가는
내가 늘 그리워 하는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늘 꿈 속에서, 삶 속에서 그리는 그 하늘 공원에 가면.
장미숙 2006.12.04 12:56  
  하늘공원..
참도 아름다운 시제에 깊은 의미를 담아두시는
이종균선생님의 귀한 시와 연계하여 김형준 선생님의 글을 함께 읽고
뭉쳐있던 생각들을 풀어내어 그냥 가벼운 날이고 싶습니다.
김형준 2006.12.05 08:27  
  아, 선생님이 말씀하신 '하늘 공원'은 옛날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
인간이 쓰고 버린 모든 것을 정화시켜주던 바로 그곳,
어릴 적엔 너무도 먼 곳 같이 느껴졌던 그곳 바로 옆에 세워진
월드컵 축구 경기장, 오페라 '투란도트'가 성대하게 공연되었고,
우리 국민을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그 경기들 하나, 하나.

그 '하늘 공원'에 언젠가 같이 가고 싶습니다.
억새풀은 꺾이었다간 또 자신의 때가 되면 서서히
고개를 강하게 쳐들고 당당하게 살아가겠지요.
과거의 아픈 상처들은 언제 생겼냐는 듯이 다 아물고,
갈대와 더불어 벗하며 살아가겠지요. 정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나비들이 그토록 많이 있다면 저도 그 중 한 마리로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겠지요.

그 '하늘 공원'에 가서 우리 가곡 '살풀이'를 부르고,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청산에 살리라'를 들으며, 푸른 하늘 쳐다보고,
이것 저것 자연의 자녀들과 다 하나 되어 오래 오래 있다 오고 싶습니다.

어제는 너무 즐거웠습니다.
자 연 2006.12.05 13:54  
  선생님 ~

지척이 천리란말
하늘공원 지난 발길 무심이
이리 아까움 찰라라도 아쉽습니다 !
동자로 뒤따르며
이야기만 새겼어도 십년은 더산 턱 될번 했습니다.
상암동 성산동 바람만 상큼하다
경기장 공원 이놈 너좋겠구나
그랬습니다...

건안하셔 늘 귀감된 글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해야로비 2006.12.05 22:48  
  하늘공원.....이름이 예뻐서 이름만 보고 찾아 가 봤습니다.  바다님이 가보셨던...그곳  그 하늘공원.....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와야 했습니다.  내가 그리던...하늘공원이...과연...어떤 하늘공원이었던가?
김형준 2006.12.05 23:00  
  바다님과 해야로비님이 다녀 오신 그 '하늘 공원',
과연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합니다.
건물이 있고 절이 있는 그곳, 아 가보고 싶어라!
저는 절이라면 무조건 들어가 보고 싶어요. 절은 내게
깊고 맑은 평화심을 늘 심어주곤 해서 참 좋아합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친구 둘과 함께 셋이서 윗통 다 드러낸,
반 나체(?)로 조그마한 민물조개인 재첩인가 하는 것을
잡는데 몰두하며 많은 시간 보내다 시커멓게 타서 잠도 잘
못자던 추억이 섬진강에 있습니다. 화개장터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밤에 서성이던 우리들의 모습, 조영남님의 동명 노래,
언젠가는 가보겠지요. 내년 4월 음악회에 잘 하면 갈 수 있을지.

이선생님께서는 등산 겸 음악회 참석 겸 하시면 1석2조가 되는
아름다운 여행이 되실 것이라는 좋은 예감도 듭니다.

이렇게 '하늘공원'에 대한 추억과 상상으로
사랑과 정이 익어갑니다. 앙상한 가지만 보이는 겨울의 초입에도...
송인자 2006.12.07 16:29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답니다.
월드컵 경기장은 대여섯번씩이나 갔으면서
거기까지는 올라가보지 못했답니다.
지금도 억새가 피어있나 모르겠군요. ^^
김경선 2006.12.26 13:23  
  바다님,해야로비님이 말씀하신
'하늘공원'(납골당)을 여행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검소한 곳은 아니네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