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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碑銘 앞에서

열린세상 5 752
2005년 10월 22일 토요일입니다.
장복산 비탈에 직각으로 꽂히는 햇볕이 따사로운 시간
장복터널을 지나 대광사 들머리 길 가에 있는
경남문학관을 찾아갔습니다.

여기는 제가 어리던 중학시절 선망하였던
시인 고진숙 선생님의 육필원고가 포함된
문인육필원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진해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가
시민회관 아래 육교 밑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데
차선을 잘못 들어서 유턴하는 길을 지나쳐서
먼 길을 다시 돌아서 왔습니다.

경남문학관 뒤에 차를 대고 입구로 돌아오니
참하게 늙으신 시인 한 분이 따사한 햇볕을 쪼이고 있는데
가을 햇볕과 노란 국화와 사람이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시조를 쓰시는 김교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근황을 여쭈니 학교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창원에서 사신다고 하였습니다.
자기는 모르는데 인사를 하니 반겨 맞아주었습니다.

전시공간은 경남문학관 건물의 1층이었습니다.
작은 펼침막 아래 여러 문인들의 필적이 전시되어 있었고
고진숙 선생님의 필적은 [출향문인․시]에 있었습니다.


失碑銘 앞에서

고 진숙

훗날에 할 말을 미리 다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진실인지 지금은 자신을 믿을 수 없기도 하려니와,
또는 사람 앞에서 하던 대로라면 얼마든지 멋을 부릴지도 모를 일이니,
혼자만의 기록을 더욱 값있게 여길 줄 아는 자중함과 배포가
채 옹글지 못한 탓에 아직 난 죽을 수가 없기 때문임을,
발걸음 멈춘 이 자리에서 이를 읊조려 봄.
5 Comments
고진숙 2005.10.29 14:12  
  열린 세상 님이 별로 유명하지 못한 시인 고진숙을 여러 모로 알려 주니 참 고맙군요.
나의 시를 가곡 가사로만 접하고 있던 내마노 동호회원 여러분들에게 단 한 편뿐이지만 시의 다른 면을 보여 준 계기가 돼서 시인과 동호인과의 가교 역할을 한 점, 나로서는 기쁘게 여깁니다.

philip 2005.10.29 19:48  
  원고를 보니 또 다른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ㅎㅎ
글씨가 참 예쁘네요...
순결하고 솔직하고....편안한 감....^^**
자 연 2005.10.30 02:44  
  " 발걸음 멈춘 이 자리에서 이를 읊조려 봄."

큰 걸음 일수록 무거우시겟습니다 !
자중자애 하시는 시작의 원천을 봅니다.
언제나 건강하셔 좋은 귀감 주십시요

 또 고맙습니다 @@@

고진숙 2005.10.30 23:47  
  자연 님 매우 고맙습니다. 그것은 첫째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내마노를 극히 사랑해 주는 것과, 둘째 시간을 쪼개어 가며 꾸준하게 창작 작업을 수행해 오는 것, 세째 나와 관련된 글에 크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 등입니다. '이론이 있고 나서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진리이지만 '이론보다 실천을'이란 말도 역시 진리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으나 목표를 이룩하는 성공은 예고되어 있습니다.
고진숙 2005.10.31 05:27  
  필립 님께..
'글씨가 참 예쁘네요'라고 쓰신 것을 보고 내 그씨를 보고 하시는 말일까.혹시 원고지에 쓴 고 박재삼 시인의 글씨를 칭찬한 게 아닐까 이렇게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내 글씨는 그리 예쁘다고 스스로 느낄 수가 없어서.. 원고 마감 후 1주일만에 독촉 청탁이 또 와서 급히 외출하려다가 잠시 A4 용지에 갈겨 써 우송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인지 스스로는 내 글에 대해서 불만은 없습니다만, 이왕 전시할 건데 조금만 차분하게 쓸 걸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신경질적인 글씨가 됐습니다. 어쨌든 격려가 됩니다. philip 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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