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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물’을 지켜라 / 이기영(한강은 흐른다 작곡자), 한겨레 칼럼, 2008/3/7

노래하는환경지킴이 0 788
‘생명의 물’을 지켜라 / 이기영
 
물이 또 끊겼다. 페놀 유출로 대구 쪽 정수장 취수가 5시간이나 중단돼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생수를 사 먹어야 하고 화장실이 막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991년 낙동강 상류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 유출 사고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당하고 발암물질인 클로로페놀이 퍼져 우리를 경악게 했던 사건이 아직도 생생하다. 99년에는 경유 2만리터를 실은 유류 운반차가 춘천댐 상류 오월교에서 추락해 경유 약 3천리터가 한강에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2005년 11월 이웃나라 중국 지린시에서는 화학공장 폭발로 벤젠 100여톤이 송화강에 유입돼 지역 주민 150만명이 불편을 겪는 식수대란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제 새 정부는 다수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토건세력들과 결탁해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강물을 볼모로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전쟁을 선포했다. 이제 우리는 생명을 지키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주선이 달이나 화성 등 행성에 도착해 생명체가 존재하나 시험해 보고자 먼저 찾는 것이 물의 흔적이다. 물은 생명체 내에서 각종 물질들을 녹여 생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중심 매개체다. 더구나 물은 비열이 1로 모든 지구상의 물질 중 가장 높아 다량의 에너지를 담고 다닌다. 이 때문에 지표에 물이 많은 지구는 밤낮의 기온이 차이가 크지 않아 다른 행성과는 달리 생태계가 번성한 것이다. 또한 물의 흐름은 지구의 에너지 흐름을 주도해 기후를 좌우하는 구실을 한다. 수천 년 균형과 조화를 이루던 해류의 흐름이 지구 온난화로 서서히 변하면서 지구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일 지구 온난화가 멈추지 않으면 갑자기 대빙하기로 돌아가게 돼 90% 이상의 지구 생명체들이 몰살돼 지구는 여섯번째 대멸종에 이른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만일 물이 부족하면 생명체들이 살 수 없게 됨은 물론이고 물이 오염되면 우리 몸도 오염돼 병에 걸리게 된다.

30년 전만 해도 우린 우물물을 먹고 살았다.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시원한 물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생명수였다. 그런데 무분별한 지하수 관정 개발과 관리 부재로 수도권의 지하수는 무려 90%, 지방도 50% 이상 오염돼 마시기가 어렵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제 우리는 생수를 사 먹거나 수돗물을 먹고 사는데 만일 대운하가 건설돼 배가 매일 다니면 수돗물마저 위협을 받게 돼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물이 없게 된다.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에서는 1년에 수십 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컨테이너들이 강 속에 굴러 떨어질 경우 크레인 같은 중장비를 장착한 선박이 인양하는데 이 경우 몇 주일 동안 운하가 중단된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 벌크 위주의 컨테이너에 화학약품이라도 들어있다면 어쩌란 말인가? 상수원인 팔당댐에는 나룻배도 못 띄우게 하는데 새 정부는 다량의 기름으로 움직이는 화물선을 생명수에 띄우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서해안 원유유출 사태에서 석유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경험했다.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유가 물 오염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로마 말기에 사치가 극성을 부리면서 금은보석을 세공하는 데 수은이 대량으로 이용되자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모를 병에 걸려 죽어간 것이다. 2천년이 흐른 지금도 로마시대 우물에서는 수은에 오염되었다는 증거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기부양이란 이름으로 건설사 경영자 출신의 대통령이 토건세력들을 살찌우고자 대운하 건설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국민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환경문제는 총성없는 전쟁이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국민이 스스로 나서야 할 때다.


이기영/호서대 식품생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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