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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풀이

나바보 9 1595
술풀이

언젠가 학교 공사장 간이 주점에서
동동주라 이름하는 막걸리를 마셨다.
귀가 길에 선후배가 우연히 만나서
딱 한 잔씩만 하자는 것이 술집의 바닥을 보았다.

너무 기분이 좋았던가!
그때부터 술이 우리를 통제하였다.
손과 발은 골수의 명령을 거부했다.
무언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전보대가 다가와서 스치고
아스팔트가 갑자기 일어서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 선배는 가만히 서있는 버스를 자전거로 들이 받아서 입원했다.
한 친구는 열어져 있는 멀쩡한 대문을 놔두고
자기 집 담 넘어가다 떨어져서 골절을 당했다.
또, 한 사람은 고깃집 대형 냉장고에 실례를 하다 붙잡혀서
주인아저씨가 짤라 버린다고 하는 통에
살아도 못 살 뻔 했다.

나는 그 날밤 내장청소를 몇 번이나 하였는지 모른다.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총알 같이
화장실 변기에 고개를 쳐 박아야 했다.
흐릿한 눈의 초점은 울렁이는 가슴으로 인하여
천장의 별에 고정되고
사고력은 온갖 잡음으로 거의 정지를 했다.
술 마시고 죽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짓은 아닌 것 같았고
염라대왕청(閻羅大王廳)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술 한잔 사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날 아침에 선언을 했다.
만약 다시 술을 마시면 성(性)을 갈겠노라고.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성(性)을 두 번 갈았다.
9 Comments
해야로비 2005.01.05 13:28  
  그런일이 거듭 되면....치매로 가는 길이 빨라진다고 합디다.
이젠....건강과, 기분과, 여유를 챙기면서....그렇게 드십시다.
산처녀 2005.01.05 19:34  
  그옛날 야근을하다 동료와 함께마신 홀짝거는 막걸리에
홀려서 저도 한번 경험해 보았죠.
문짝이 갑자기 넓어저서 손을 헛집고 길바닦이 올라 갔다 내려갔다 .
택시문이 갑자기 넓어저서 기냥 좌석으로 쏠려 넘어저버리고 3일을 출근못하는
추태를 부려보았읍니다 .
그러니나취기속의 기분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세상은 넓고 야망은 크고 용기는
백배가 되여서 그야말로 세상이 돈짝많 하더군요
어이쿠 이거 30여년전의 비밀이예요 ^^^^
바다 2005.01.05 21:22  
  이 글은 언젠가 가객님께서 <술이야기>라는 글을 올리셨을 때 달았던 리플인데
일맥상통한 것 같아 다시 붙였습니다.
****************
술을 마실 줄 아는 남자야말로
인생의 맛을 아는 멋진 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이 즐겁거나 괴로울 때 술 한 잔 걸칠 줄 아는
남자가 저는 더 남자답게 보여집니다

변영로 선생이 공초 선생 집에 가서
술을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고 측간을 찾지 못하여
광에다 실례를 하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술의 힘이 아니었으면 후일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았겠지요?

성당에 다니는 남자들은 미사시간에 신부님이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고 하시면 술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속으로
"술께서 우리와 함께!"
라고 한다고 해요

술을 잘 마시면 귀족이 되고 잘못 마시면
그 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음악친구♬ 2005.01.05 23:46  
  아하~!
그래서 장선생님이 나선생님이 되셨군요~?
^.^
가객 2005.01.06 08:53  
  호오~!  남자들은 그런 과정을 다 겪는 것이 아닌가요? 타고난 술체질의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도 그런 경험을 숱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성을 간다고까지는 하지 않은 것같아요. 지키지 못할 일이기에. 하여튼  나~~선생님은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남자로 환원했으니 다행입니다.ㅎㅎㅎ
오숙자.#.b. 2005.01.06 19:18  
  요즈음 괜시리 마음이 바빠서 회원 문단을 미처 열지 못했는데
님께서 "술풀이" 에관한 글을 읽고 시종 미소 머금으면서 읽었습니다.
저는 본래 술 보다 안주가 쎈 편이어서 몸 무게에도 지장이 가는데...
요즈음 차츰 잠이 쉽게안올때 한두잔씩 마시다 보니 꺼꾸로 술이 안주보다 쎄 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끔씩 동네에서 포천 막걸리 사다가 사이다 섞어서 마시니
참 맛이 좋은것 같아요,
어느 성악가님 말에 술먹어야만 노래가 술술 나온다고 장담하던 그 분은 나이 드시니까
이제 술발이 안듣는것 같아요.

술은 적당히 마시면 보약
지나치게 마시면 독약이 된다죠....
요셉피나 2005.01.06 23:25  
  ㅎㅎㅎㅎㅎ 성을 고작 두 번만???*^-^*
웃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참 솔직하시고 재미있고 통쾌한 이야기였습니다.
술을 잘 못 마시고 또 여직껏 어떤 자리에서건 잘 제어하는 저는
여자라는 것 때문에 절대로 술 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꼴부견은 안되리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기에 님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살다가 나이들어 주책이들면 혹시 행여 제 이성이 마비가되는 날
저도 술을 곤드레만드레 마셔볼지도???

님!앤돌핀을 주시는 좋은글 종종 올려주십시요.

 술보다 좋은 건강 엄청 조심하시구요. ^^
나바보 2005.01.09 14:27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셨네요...
위로부터, 헤야로비, 산처녀, 바다선생님
예쁜마음의 음악친구와 가객님
오숙자교수님, 집 누렁이는 지금도 안녕한지요.
그리고 요셉피나님..

처음 내마음의 노래에 접속해서
좋아하는 가곡이 많이 있어 즐겨 찿기에 묶어두고 노래만 듣다가
우연히 동호회의 메뉴에 본 사이트의 모든 정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 나는대로 사진하나 글하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술풀이"는
86년도의 6월경에 일어난 일들을 메모한 것 입니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그때는 끔직했죠.
오후 5시경부터 학교 공사판 함바집에서 술을 한잔씩 하고 밤 11시경에 헤어 졌는데
다음날 2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사정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랬는지..

물론 고기간 대형냉장고 유리에 실례하다
푸줏간 아저씨한테 오뉴월 개끌려 가듯이 붙잡힌 사람은
제가 같이 있어서 알고 있는데...
그날밤 푸줏간 그 아저씨의 서슬푸른 그 모습은
수호지의 "흑선풍 이규" 모습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날밤 얼마나 빌었는지...
지금도 한 번씩 그 이야기를 한답니다.

자전거로 귀가하던 선배 한 분은
앞서 가던 버스가 갑자기 서는 통에
자전거 브레이크 한번 못잡아 보고 그대로 버스 꽁무니을 들이 받았고,
눈을 떠 보니 어떤 집이었다고 합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다쳤고
머리가 얼굴상처에 닿지 않도록
그집 딸이 "머리핀으로 머리를 정리해 놓은 것을 보고"
자기 스스로도 포복졸도 했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어떤지 상상이 가더군요.

한 친구는 집 대문이 잠겨 있는 줄 알고
담넘어 가다 떨어져서 비명을 질렸는데
동생이 나와서 하는말이
"형 내가 대문 잠그지 않고 열어 놨는데..."

참그리고
저는 그 다음날 오후에 군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찿아와서
할수없이 술을 마시고
집에 귀가하여 쉬려고 하니까
거의 밤 12시경에 친구하나가 늦었다고
잠좀자고 가자고 찿아 오면서
소주를 들고와서
금주 작심이후 하루에 2번이나 술을 하는 바람에..

성을 "장"->"술"->"장"씨로 성을 두번....
웬수가 따로 없더군요.

돈이 없어 트란스젠더의 꿈은 접었습니다.

좋은밤 (^!^) 되세요.....
우지니 2005.01.09 22:13  
  나바보님께서 장선생님 아닌가요?
장선생님 같으면 벌써 별명이 장총통입니다. 줄여서 그냥 장 통 이라고 부르지요.(술통이란뜻)
술의 위력은 온세상을 샀다가 팔았다가 용기 백배하여 사나이 중에 사나이로 만사가 형통하거든요. 술이 깬 다음은 군자중에 성인군자가 되더군요.
술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하지만 참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고 술이 없는 세상은 싱거울 것 같지요?  슬플때나 기쁠때 술이 없다면 남자분들은 어덯게 보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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