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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가진 이의 뜬금없는 홍두깨 넋두리

김형준 10 788
그분이 오셨었다. 오래 전에. 나도 어느 샌가
그분의 제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신기해 하고 있다.
천한 이들과 늘 함께 하시다 간 그 분.
나는 사실 그분과 같이 천하고, 약하고, 병들고, 귀신 들린
자들과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가 없다.
지적이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고, 물질과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있기를 바랄 때가 많다.

그래도 그분이 내게 말씀하신다.

'얘야, 너도 가진 자가 아니 잖니.
넌 매일 매일 아파서 울지 않니.
네게 힘이 있니, 돈이 있니,
아니면 든든한 기댈 언덕이 있니?
몸과 맘이 아파서 등산할 엄두도 못내 잖니.
너에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왜 가진 자들과 있기를 소망하니?'

하시며 빙긋 웃으신다. 그 말씀이 맞다. 따지고 보면
나에게는 제대로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늘 몸과 마음이
아파서 고통 가운데 있는 상태이다.

순전하고, 맑고, 진실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하면
옳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분을 찬미할 때면
나는 내 목청껏 열심히 노래를 부르곤 한다.
오늘은 그분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30여년 신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그 분의
돌아가신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 한 끼 이상 금식을
하라는 권면의 말씀을 따라 아침 식사를 걸렀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육체에 가해진 고통보다
고귀한 그분에게 가해진 모욕과 조롱이
훨씬 견디기 힘드셨을 것이다.

어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1층에 오니
별로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보였다.
같은 신앙의 길에 들어서 있는 이들이지만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기적이거나 남에 대한 배려를 잘 하지 않는 이들과
교제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용서 받으려면 용서를 해야지, 얘야!'

하고 그분이 자비로운 음성으로 내게 말씀하신다.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
억지로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유리문을 열었다.
아마 그들도 나와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을지 모르겠다.

문을 나오는 데 어느 분이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장로님!'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랬을까. 이분하고도 약간 아픈 기억이 있지만 잊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가 내게로 메아리쳐 왔다.
내가 뚱한 목소리로 인사했으면 뚱한 소리가 왔겠지.

헌데 그분이 내게 갑자기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잘 지내세요?'하고 물었더니 '잘 못지내요.'하신다.

'어, 이상하다!
그냥 인사말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교회 수리하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하고
되물었더니 '아니에요!'하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어서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장로님께서 총책임을 맡고 계셨다.

'잘 지내고 계시죠.'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내요.' 라고 대답한 뒤

'뭔가 불편한 게 있으세요?'

하고 물으니 '네, 그렇습니다. 김집사님은요?'하신다.
'저는 잘 지냅니다. 불편한 것도 별로 없고요.' 했더니
'그러시죠'하신다. 

'뭐가 불편하실까요. 유명한 학회의 회장도 되셨고,
유명한 대학교인 Y대의 교수로 오랫동안 계시면서
좋은 보직들은 다 하셨고, 이제 곧 총장이곧 되실 수도 있고,
돈도 많으시고, 예쁘고 잘 생긴 자녀들도 있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고, 교회의 장로님이시기도 한데요.'

라고 내가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너무 많이 가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하신다. 너무나도 솔직한 말씀을
하셔서 난 그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전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별로 불편한 게 없는데요.'

'그러신 것 같아요.' 한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A(에이), C(씨)!'
얼굴 색을 보니 농담을 하거나, 나를 비웃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다. 뭔가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걸까.
나는 평소처럼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라고 얼른 말하고 말았다. 아픔이 있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내 본능의 깊은 곳에
늘 살아 숨쉬고 있는가 보다.

쥐뿔도 없는 내가 그렇게 건방진 소리를 했다.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 말이다.
그런데 내게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으셨다.

'왜 그러셨을까!'

과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도와드리고 싶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
일단 그렇게 헤어졌지만 내 맘 속엔 그분의 고민이
무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몸, 마음, 영혼 중
무엇이라도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내 마음이 움직여서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내 평소 습관이다.
그리고 약한 자를 괴롭히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자를 보면 더욱 강하게 되어 손해를 보더라도
맞붙으려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을 가진 이보다
최소한 하루는 내가 더 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소유한 것 처럼 보이는 분에게도 내가 필요한
존재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날 기쁘게 했다.

'도와드리고 싶다.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하늘에 계신 분 외에 바라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쁨과 소망을 허락해 주시는 것이
오셔서 작고 천한 자들과 시간을 보내시다가
못 박혀 돌아가시고, 다시 살아나셔서 하늘로 올라
가신 그분의 뜻인가 보다.

'고마와요, 당신의 뜻대로 살려고
더욱 노력할게요.
자꾸 넘어집니다.
그때 마다 다시 일으켜 주세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드립니다.'
10 Comments
김형준 2007.04.06 19:24  
  가진 자가 늘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수백억을 가진 부자가 주변에 있던 적이 있다.
이분은 밥 한 끼도 살 수 있는 맘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 모임의 회장이었는데도 말이다.

'가지지 않은 것이 더 행복할 수 있어요.
가진 것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모르시죠.'

하고 약 올리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말을 하시곤 했다.
그러다가 그 모임을 더 이상 나오지 않으셨다.
그것도 밥을 먹고 사는 문제가 결부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가지지 못한 이들이
보다 자유로이 밥을 사고, 선물도 조건 없이
주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로 많이 가진 자가 늘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김형준 2007.04.07 03:47  
  현재 우리 나라에도 귀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윗글에 나오는 분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무엇 하나 정말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형제들도 다 S대 교수 아니면 의사이다.
정말 부자이고, 성품도 고우셔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열심히 수행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고 있다.

정말 부족한 것이 없는 분이다.
키도 매우 크시고, 얼굴도 잘 생기셨다.
교회에서 장로가 되신 것도 40대일 때였다.

명문대 나와 외국에서 유학하셨고
우리 나라와 외국의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계시다.
Y대를 나오고 S대 대학원을 나오셨다.

그런데 왜 그날 저녁에는 그토록 깊은
'한숨'을 내 앞에서 쉬신 걸까.

그분의 참된 인간적인 모습을 엿본 것 같아
오히려 더 점수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능하면 그분과는
어느 정도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귐을 가지고 싶다.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김형준 2007.04.07 12:25  
  아침에 눈을 떠서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라고 선언해 보라.
그리고 그러한 느낌을 가지고 하루 종일을 지내보라.
웬만한 것들은 다 용서하고,
웬만한 것들은 다 받아들이고
웬만한 것들은 다 사랑하고 이해해 보라.

그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단순하면서도 진실된 비결이다.
김형준 2007.04.08 03:58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듯 느껴지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어느 누구보다도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고 느껴져서 늘 감사하고 있다.
구구절절 내가 무엇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늘어 놓고 싶지는 않다. 허나 모든 것이 감사할 것뿐이다.

너무나도 완벽한 건강을 소유했더라면
내가 과연 더욱 행복했을까.
차라리 건강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의 불완전성을
깨닫고 절대자에게 늘 의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김형준 2007.04.08 04:16  
  '신은 공평하시다'라고 누군가가 선언한다면
항의를 할 사람들이 매우 많이 생길지 모르겠다.
그것은 가진 자들이나 할 얘기라고 쉽게 말하려 할 수도 있겠다.

나도 사실 불평하려면 많은 것을 불평할 수 있으리라.
허나 내게는 그 모든 것이 감사할 것들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무언가를 더 가졌다고 해서
그것에 크게 질투하거나 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부러운 마음은 들지만 넉넉하게 그들을 축복해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들의 경사와 기쁨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는 버릇도 들었다.
그래서 때론 지인들이 나를 바보같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바보같이 살아가기로 했다.

내게 지혜와 지식, 창의성, 호기심의 샘이
죽을 때까지 넘쳐나게 해주실 것을 늘 기도드리고 있다.
김형준 2007.04.09 05:41  
  다시 보았다. 그 사람을.
여전히 무언가가 불안한 모양이다.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도와드릴 수 있을까.

댓가를 바라고 돕고 싶은 것이 아니다.
주고 받음의 법칙은 늘 존재한다.
단지 그러한 법칙은 단순하게 하나의 길만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줄 때 무엇을 바라지 않고 주면
오히려 그 착한 마음과 행실을 보고
하늘에서 더욱 더 많은 것으로 보답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드시 준 자에게서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크게 복 된 일일 수 있다.
김형준 2007.04.11 03:20  
  가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교만 내지는
오만이 찾아오기가 매우 쉽다.
어떠한 행사를 치룰 때에도 성취감과 더불어
붕 떠있는 느낌이 들고 그것을 가라앉히고 싶어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것이 인간일까.

자제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사람은 거인의 길을 가게 된다.
김형준 2007.04.11 06:33  
  의외의 일들이 가끔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테이블 사이에 벽 치기,
그것이 당연시 하게 느껴지는 세상,
민주화는 과연 이루어 졌는가.
시커먼 아저씨 셋이서 부엉이 눈을 하고 듣고 있다.

역시 세상에는 두더지들이 죽지 않고 살고들 있다.
김형준 2007.04.14 12:06  
  불쌍한 사람, 서글픈 사람
아무하고도 식사도 하지 아니하고
아무하고도 깊은 정을 쌓지 아니하는 사람
누구하고도 정답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었을까.
오만함이었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겉으로는 늘 친절하고 늘 따스한 것처럼 보이는데
왜 그렇게 외로워 보일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감싸안아주고 싶다.
그의 부족함을 나의 관심과 따스함으로 채워 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본능이 내게 하라고 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2007.04.16 12:42  
  마음을 쉽게 주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너무 빨리 마음을 주어 버리면 관계가 익지를 못한다.
잘 살펴 보고 신중한 생각을 하고 열심히 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좋은 인연이 도상에서 만나 지거든 서서히 가까워져야 하겠다.

서두르다간 멋진 일을 성사시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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