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가진 이의 뜬금없는 홍두깨 넋두리
그분이 오셨었다. 오래 전에. 나도 어느 샌가
그분의 제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신기해 하고 있다.
천한 이들과 늘 함께 하시다 간 그 분.
나는 사실 그분과 같이 천하고, 약하고, 병들고, 귀신 들린
자들과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가 없다.
지적이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고, 물질과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있기를 바랄 때가 많다.
그래도 그분이 내게 말씀하신다.
'얘야, 너도 가진 자가 아니 잖니.
넌 매일 매일 아파서 울지 않니.
네게 힘이 있니, 돈이 있니,
아니면 든든한 기댈 언덕이 있니?
몸과 맘이 아파서 등산할 엄두도 못내 잖니.
너에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왜 가진 자들과 있기를 소망하니?'
하시며 빙긋 웃으신다. 그 말씀이 맞다. 따지고 보면
나에게는 제대로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늘 몸과 마음이
아파서 고통 가운데 있는 상태이다.
순전하고, 맑고, 진실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하면
옳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분을 찬미할 때면
나는 내 목청껏 열심히 노래를 부르곤 한다.
오늘은 그분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30여년 신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그 분의
돌아가신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 한 끼 이상 금식을
하라는 권면의 말씀을 따라 아침 식사를 걸렀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육체에 가해진 고통보다
고귀한 그분에게 가해진 모욕과 조롱이
훨씬 견디기 힘드셨을 것이다.
어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1층에 오니
별로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보였다.
같은 신앙의 길에 들어서 있는 이들이지만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기적이거나 남에 대한 배려를 잘 하지 않는 이들과
교제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용서 받으려면 용서를 해야지, 얘야!'
하고 그분이 자비로운 음성으로 내게 말씀하신다.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
억지로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유리문을 열었다.
아마 그들도 나와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을지 모르겠다.
문을 나오는 데 어느 분이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장로님!'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랬을까. 이분하고도 약간 아픈 기억이 있지만 잊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가 내게로 메아리쳐 왔다.
내가 뚱한 목소리로 인사했으면 뚱한 소리가 왔겠지.
헌데 그분이 내게 갑자기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잘 지내세요?'하고 물었더니 '잘 못지내요.'하신다.
'어, 이상하다!
그냥 인사말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교회 수리하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하고
되물었더니 '아니에요!'하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어서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장로님께서 총책임을 맡고 계셨다.
'잘 지내고 계시죠.'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내요.' 라고 대답한 뒤
'뭔가 불편한 게 있으세요?'
하고 물으니 '네, 그렇습니다. 김집사님은요?'하신다.
'저는 잘 지냅니다. 불편한 것도 별로 없고요.' 했더니
'그러시죠'하신다.
'뭐가 불편하실까요. 유명한 학회의 회장도 되셨고,
유명한 대학교인 Y대의 교수로 오랫동안 계시면서
좋은 보직들은 다 하셨고, 이제 곧 총장이곧 되실 수도 있고,
돈도 많으시고, 예쁘고 잘 생긴 자녀들도 있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고, 교회의 장로님이시기도 한데요.'
라고 내가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너무 많이 가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하신다. 너무나도 솔직한 말씀을
하셔서 난 그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전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별로 불편한 게 없는데요.'
'그러신 것 같아요.' 한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A(에이), C(씨)!'
얼굴 색을 보니 농담을 하거나, 나를 비웃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다. 뭔가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걸까.
나는 평소처럼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라고 얼른 말하고 말았다. 아픔이 있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내 본능의 깊은 곳에
늘 살아 숨쉬고 있는가 보다.
쥐뿔도 없는 내가 그렇게 건방진 소리를 했다.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 말이다.
그런데 내게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으셨다.
'왜 그러셨을까!'
과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도와드리고 싶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
일단 그렇게 헤어졌지만 내 맘 속엔 그분의 고민이
무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몸, 마음, 영혼 중
무엇이라도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내 마음이 움직여서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내 평소 습관이다.
그리고 약한 자를 괴롭히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자를 보면 더욱 강하게 되어 손해를 보더라도
맞붙으려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을 가진 이보다
최소한 하루는 내가 더 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소유한 것 처럼 보이는 분에게도 내가 필요한
존재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날 기쁘게 했다.
'도와드리고 싶다.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하늘에 계신 분 외에 바라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쁨과 소망을 허락해 주시는 것이
오셔서 작고 천한 자들과 시간을 보내시다가
못 박혀 돌아가시고, 다시 살아나셔서 하늘로 올라
가신 그분의 뜻인가 보다.
'고마와요, 당신의 뜻대로 살려고
더욱 노력할게요.
자꾸 넘어집니다.
그때 마다 다시 일으켜 주세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드립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신기해 하고 있다.
천한 이들과 늘 함께 하시다 간 그 분.
나는 사실 그분과 같이 천하고, 약하고, 병들고, 귀신 들린
자들과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고백할 수가 없다.
지적이고, 예의 바르고, 건강하고, 물질과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있기를 바랄 때가 많다.
그래도 그분이 내게 말씀하신다.
'얘야, 너도 가진 자가 아니 잖니.
넌 매일 매일 아파서 울지 않니.
네게 힘이 있니, 돈이 있니,
아니면 든든한 기댈 언덕이 있니?
몸과 맘이 아파서 등산할 엄두도 못내 잖니.
너에게 아무 것도 없으면서
왜 가진 자들과 있기를 소망하니?'
하시며 빙긋 웃으신다. 그 말씀이 맞다. 따지고 보면
나에게는 제대로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늘 몸과 마음이
아파서 고통 가운데 있는 상태이다.
순전하고, 맑고, 진실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하면
옳은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분을 찬미할 때면
나는 내 목청껏 열심히 노래를 부르곤 한다.
오늘은 그분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30여년 신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그 분의
돌아가신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 한 끼 이상 금식을
하라는 권면의 말씀을 따라 아침 식사를 걸렀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육체에 가해진 고통보다
고귀한 그분에게 가해진 모욕과 조롱이
훨씬 견디기 힘드셨을 것이다.
어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1층에 오니
별로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보였다.
같은 신앙의 길에 들어서 있는 이들이지만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기적이거나 남에 대한 배려를 잘 하지 않는 이들과
교제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용서 받으려면 용서를 해야지, 얘야!'
하고 그분이 자비로운 음성으로 내게 말씀하신다.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
억지로 그들과 악수를 나누고 유리문을 열었다.
아마 그들도 나와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을지 모르겠다.
문을 나오는 데 어느 분이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장로님!'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랬을까. 이분하고도 약간 아픈 기억이 있지만 잊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밝은 음성으로 인사가 내게로 메아리쳐 왔다.
내가 뚱한 목소리로 인사했으면 뚱한 소리가 왔겠지.
헌데 그분이 내게 갑자기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잘 지내세요?'하고 물었더니 '잘 못지내요.'하신다.
'어, 이상하다!
그냥 인사말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교회 수리하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하고
되물었더니 '아니에요!'하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어서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장로님께서 총책임을 맡고 계셨다.
'잘 지내고 계시죠.'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네, 잘 지내요.' 라고 대답한 뒤
'뭔가 불편한 게 있으세요?'
하고 물으니 '네, 그렇습니다. 김집사님은요?'하신다.
'저는 잘 지냅니다. 불편한 것도 별로 없고요.' 했더니
'그러시죠'하신다.
'뭐가 불편하실까요. 유명한 학회의 회장도 되셨고,
유명한 대학교인 Y대의 교수로 오랫동안 계시면서
좋은 보직들은 다 하셨고, 이제 곧 총장이곧 되실 수도 있고,
돈도 많으시고, 예쁘고 잘 생긴 자녀들도 있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고, 교회의 장로님이시기도 한데요.'
라고 내가 의아해 하며 물었더니 '너무 많이 가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하신다. 너무나도 솔직한 말씀을
하셔서 난 그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전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별로 불편한 게 없는데요.'
'그러신 것 같아요.' 한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A(에이), C(씨)!'
얼굴 색을 보니 농담을 하거나, 나를 비웃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다. 뭔가 심각한 어려움이 있는 걸까.
나는 평소처럼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라고 얼른 말하고 말았다. 아픔이 있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내 본능의 깊은 곳에
늘 살아 숨쉬고 있는가 보다.
쥐뿔도 없는 내가 그렇게 건방진 소리를 했다.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 말이다.
그런데 내게 긍정의 말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으셨다.
'왜 그러셨을까!'
과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도와드리고 싶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
일단 그렇게 헤어졌지만 내 맘 속엔 그분의 고민이
무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몸, 마음, 영혼 중
무엇이라도 아파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내 마음이 움직여서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내 평소 습관이다.
그리고 약한 자를 괴롭히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자를 보면 더욱 강하게 되어 손해를 보더라도
맞붙으려는 경향이 내게는 있다.'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을 가진 이보다
최소한 하루는 내가 더 편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소유한 것 처럼 보이는 분에게도 내가 필요한
존재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날 기쁘게 했다.
'도와드리고 싶다.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하늘에 계신 분 외에 바라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에게도 기쁨과 소망을 허락해 주시는 것이
오셔서 작고 천한 자들과 시간을 보내시다가
못 박혀 돌아가시고, 다시 살아나셔서 하늘로 올라
가신 그분의 뜻인가 보다.
'고마와요, 당신의 뜻대로 살려고
더욱 노력할게요.
자꾸 넘어집니다.
그때 마다 다시 일으켜 주세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함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