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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습과 모방의 벽 허문 국립오페라 보체크의 성공

탁계석 0 752
답습과 모방의 벽 허문 국립오페라 보체크의 성공 연주 평론 
2007/06/15 11:41

http://blog.naver.com/musictak
 
 
답습과 모방의 벽 허문 국립오페라 보체크의 성공



                                                                                          탁계석(음악평론가)


혁신과 도전을 기치로 내건 국립오페라 ‘마이 넥스트 오페라’ 씨리즈 제 1탄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Wozzeck)가 성공했다. (6월 14-17 LG아트센터). 그것도 당당한 우리 기술력의 성공이란 점에서 쾌거라 할만하다.

 누구도 선뜻 손대지 못한 고난이도의 현대적인 작품을 ‘수입’이 아닌 ‘자체 제작’한 것은 답습과 모방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진부한 벽 하나를 허문 것이다.

정은숙 예술감독의 결단력과 추진력, 연출가와 가수를 고르는 안목, 무엇보다 일체의 私(사)를 버리고 公(공)의 입장에서 객관화 하는 엄격성의 결실이 아닐까 한다.

 비로써 45년 역사의 ‘국립오페라’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 또렷한 정체성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간 국립이 민간오페라에 조차 가려진 시절을 살아 왔는데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오페라에 새로운 의욕과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뮤지컬 범람으로 오페라의 진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작품 완성도를 통해 한번 스쳐 지나가는 관객이 아닌 평생 관객을 늘려 간다면 오페라의 전망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 낙관한다. 

 문제는 그동안 ‘묻지 마 오페라단들’이 너무 많이 생겨났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관객을 내 쫒은 것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신뢰 회복은 작품을 통해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일부 민간오페라의 지나친 상업주의나 왜곡에 대해서도 문화 소비자의 의식을 길러 그 때 그 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오페라에 일등공신은 단연코 연출가 양정웅이다.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에서 비로서  우리 오페라계에 알려졌지만 그의 등장은  연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다.

그는 이번 보체크에서도 능숙한 무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인 무대 구조, 일반의 발상을 뒤엎는 참신한 연출 기법, 무대 미술의 선 굵은 스케일, 색감 대비, 장면 장면의 캐릭터 설정 등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수법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섰다.

 
난해 할 것으로 미리 생각했던 관객들은 그의 마술과 같은 장치 술과 스피드, 가수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 출연진의 짜임새 있는 팀웍과 마임 등에 어우러져 이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극이 전개되면서 관객들은 점차 극의 흐름에 빨려 들어갔다.

보체크 오승용의 연기력과 가창이 돋보였고 마리 김선정의 캐릭터도 분명했다. 악대장 임대진의 명쾌한 빛깔, 박사 함석헌의 풍성한 소리 질감 등 이제 우리 성악가들이 어느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소리 풍년이었다. 오페라 합창단의 역할도 프로로서의 기능을 다했다. 이처럼 성격이 분명한 단체에 소모성이 아닌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지휘자 정치용은 까다로운 음악의 진행을 예리한 분석력으로 잘 이끌어 주었다.

 
막이 내리고 커튼콜 때 단장이 무대에서 손을 흔드는 풍경이 없는 것도 국립이 글로벌 기준을 제시한 것,  티켓 가격의 표준, 자원 낭비하지 않고 팜플릿 사이즈도 손에  잡혔다. 5,000원 가격도 적당했다. 

 
이번 오페라 ‘보체크’를 통해 우리 공연 문화 전반에 거품이 좀 걷혔으면 한다. 작가 정신이 흐려지고  대중을 마치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상업대중주의 천박함을 걷어내는 작업은 예술의 몫이라고 본다. 오로지 대중 영합만이 살길이라 믿는 창의력 부재의 사고들.

 
답습과 모방으로 레드오션에서 피나는 싸움을 하기보다  새 길을 열고 인식의 벽을 허무는 이 같은 시야 넓히기 작업이 우리 문화를 살리는 활력소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을 가꾸기를 한다면 우리 공연 예술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예술이 사회를 이끄는 혁신이 되어야 사회에 숨통이 트이고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란 믿음 말이다.  ‘보체크’는 우리에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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