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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악회에 초대

현규호 12 751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의 딸이 출연한다니 딱히 거절할 수도 없었다. 집사람을 꼬득여 모대학 음악대학 학생들이 공연하는 '휘가로의 결혼'을 보러 가기로 결정하고 모처럼 지하철이 아닌 승용차를 가지고 양재동 교욱문화회관으로 갔다.

평일 러시아워라 강남에 들어서니 도저히 움직일 틈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집에서 일찌거니 출발한 관계로 약간의 시간 여유는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졌지만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들어서고, 교통표지판이 억망이라고 푸념을 하면서 돌고 돌아 겨우 시간 마쳐 교육문화회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초대권을 좌석표와 교환하려고 하자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좌석이 없단다.

삼일간 공연하기로 하고 초대장을 돌렸는 데 초대 받은 사람들이 일자에 관계없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것이 주최측의 변명이다. 자리가 텅 비는 것이 상례고, 나도 거기 자리 하나 체워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였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초대장을 3배수로 돌리긴 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면 좌석이 혹시 비면 선착순으로 들여 보내 주겠단다. 배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나고 집사람 눈초리가 사뭇 사납다. 그래도 들어가겠다고 버티다간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아 '여보, 우리 집에가자'고 돌아서면서 씁쓰렜다.

뭔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왜 의례 꽁짜여야하고, 좌석수 보다도 더 많은 표를 발행해야 할까? 그래도 공연장에 들어가보면 빈 좌석이 더 많다. 언제까지나 공연을 해야 할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잔치로만 끝나야 하는가?
가곡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작곡가가, 작사자가, 가수가 청중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용필'이 오빠나 '보아' 누나가 공연을 한다면 극성 팬들은 하루 전에 공연장 앞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상주에서 처럼 압사 사고도 나질 않는가?

영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녔던 애들은 수시로 동네 음악회다 뮤지칼이다를 참석하곤 했다. 교통비 외에 입장료로 하다못해 몇 피(p)( 1파운드는 100p)라도 내야만 했다.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 성인이 되면 공연장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같다.
이렇다보니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 예를 들어 캣츠(cats)나 레미제라블은 몇년씩을 공연해도 늘 당일 표는 없었다. 심지어는 1년 전에 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안돼는 경우도 있었다.

중 고등학교 재학중 우린 영화관에 뻔질나게, 일년에 한전 쯤은 미술관을 단체 관람한 적은 있었어도 음악회에 간 경우는 한번도 없었던 것이 공연장의 좌석이 비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교육도 하루 속히 바꾸어져 공연장을 스스럼없이 찾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해 본다.

전 국민이 교육열이 높다는 것이 마치 대학가기 위한 투기에 머리 싸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만 보이는 한 가곡을 부르는 어떤 음악회의 좌석도 메워지기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어쩌랴....
12 Comments
philip 2005.10.17 11:25  
  저런....고생하셨구먼유....
저도 음악회 공연문화가 바뀌기를 바랍니다.
공연장을 쉽게 찾아 맘껏 즐기는 문화가 되었으면....
bell ring 2005.10.17 11:29  
  현선생님! 님께서 띄우 신 글,읽고나니,왼지 속 쉬운 하였습니다.
우리의 의식 변화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서들비 2005.10.17 11:40  
  찔리는 바가 많습니다.
^^*
靜 軒 2005.10.17 11:54  
  저 역시도 늘 한국의 교육풍토, 음악풍토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적하신 문제점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어 "요원하게 느껴"진다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노을 2005.10.17 18:34  
  더 웃기는 건요
방학숙제를 음악회 감상, 전람회 관람으로 해서 아이들이 관람하고 난 티켓 구하느라고 정신 없고 방학때면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이지요. 생활화가 되어야 하는데 점수나 숙제에 연관시켜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강 해치우게 만들면 그것으로 끝인 모양입니다.
진정 문화를 사랑하고 음악과 예술을 어려서부터 가까이 하며 자랄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교육의 풍토가 절실히 그립고 무엇보다도 가정에서조차 아이들을 점수로만 대하려 하는 부모의 욕심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지니 2005.10.18 00:12  
  우리문화가 그리고 우리들의 의식수준이 성숙하지 못한 점을 그대로 보여 주었군요.
모처럼 사모님과 함께하셨는데 ...  아 참 아쉬웠겠어요.

현선생님께서 그 공연은 관람하시지 못하시고 돌아오셨지만
가을밤 하늘을 두분께서 바라보시는 의미도 또 다른 느낌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되셨을 것 같네요.
Schuthopin-yoon 2005.10.19 03:33  
  우리는 이러지 맙시다!!!!
바다 2005.10.19 08:40  
  그래요 .
우리는 정말 그러지 맙시다.
현 선생님!
잘 지적해 주셨어요.
우가애본 사무국 2005.10.19 11:55  
  공짜 관람에 기분 좋아하는 저두 반성합니다~~~
지킬박사 2005.10.20 11:01  
  혹시 우리 식의 음악 문화. 주로 동네 마당에서 벌어지는, 딱히 좌석이 있는 것두 아니구 판이 열린다하믄 언제라도 가서 볼 수 있는 꼬마들은 어른들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가 앞자리 차지하고 키작은 사람은 앞쪽 키큰 사람은 뒤쪽으로 자연스레 자리가 정해지는 그런 마당 놀이에 오래동안 길들여 온 탓도 있겟지요. 그러다가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거기에 예술의 전당에 다가설라치면 괜히 주눅들고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고... 지난 번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의 공연관람을 햇는데 저는 극장 안에서 보다 오히려 그장 밖 계단에 주~욱 앉아서 보는 노천 공연이 더 편안하고 흥겹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너무 크래시컬하고 형식적인 외국의 공연문화에 주눅들 필요있을까요? 우리 문화와 적절히 섞은 우리식 공연문화를 만들어 정착시켜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킬 생각>
韓 江 2005.10.21 20:27  
  지켜내고 공연마당자리 지신 밟기 해야는 요체와
우리 방식의 새장을 열어감 지킬 박사님 생각에 공감입니다.
서로간의 공짜 교감이며 ...
할수 있는건 오픈 스테이지 끌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현 선생님 가름해주신 말씀 가끔씩 자주 경각심을 주십시요...
누군가 ? 앞장서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할거니 까요 !

참 글 고맙습니다  @@@
현규호 2005.10.21 20:59  
  philip 님, bell ring 님, 서들비 님, 靜軒 님, 노을 님, 우지니 님,
Schuthopin-yoon 님, 바다 님, 유랑인 님, 지킬박사 님, 韓江 님,
모두 다 정겨운 님들이라 불러보았읍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환절기에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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