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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꽃이 새벽빛으로 승천하다

김형준 0 801
연한 꽃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다른 꽃 두 송이와 함께 이 세상 다 소유한 듯이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다가 파란 불 켜지는 걸 보고
좌우도 살피지 않고 그냥 내달렸다.
친구들 보다 더 빠르게 가기 위해.

트럭이 쏜살 같이 질주해 오는 걸 보지 못한 것이다.
빠르게 나가길 원하는 사람과 차가 한 순간 하나가 되었다.

자전거는 쓰러지고 여린 꽃은 줄기가 꺾어지고 말았다.
차라리 산 속 양지 바른 곷에서 피어날 것을
도심 한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로 태어나 일찍 시들어 버렸다.

꽃잎들이 그가 다니던 학교 교정에서 날리고 있다.
아직 낙엽의 날들이 오지 않았는데
그가 남긴 신선하고 향기로운 그 꽃잎들은 처연히 떠다니고 있다.

자유롭게 가거라.
지상에서 영원으로 정말 한 순간에 가 버린 너를 두고
누가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으며,
누가 어떤 행위로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여리고 신선한 그렇지만 갑자기 시든 너의 그 푸른 잎사귀 앞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겠는가.

열사도 아니고 대의를 위한 죽음은 아니지만
더욱 더 큰 빛을 발하고 푸른 빛으로 기쁨을 오래 선사해야 할
네가 어둠 속으로 가버린 것은
눈물로도, 옷을 찢음으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가 없구나

네가 간 세상에서도 10대의 신선함이 필요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님 어찌 그리도 빨리 어여쁜 꽃을 우리 눈 앞에서 거둬가실까.

잘 가라!
이 세상은 너를 더 이상 품을 수 없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멋지게 살아라.

그곳에는 너를 아프게 하는 그런 존재들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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