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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저녁노을 3 895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작은 진료실을 괴롭히는 잖은 제도변경으로
피로가 쌓인 우리는 여름밤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매달 먹는 마산가곡교실의 주메뉴인 충무김밥 10인분을 주문해 놓고
퇴근길에 찾아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소풍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창문 밖으로 천둥소리가  마음을 뒤흔든다. 직원들은 오히려 태연하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내려 대지를 식히고 있었다.

직원이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 통영방향으로 달렸다.
언제나 내집처럼 반겨줄 소담수목원으로 가는 길에
창포마을을 지났다. 지난 여름 장대비가 쏟아지는 저녁에
이수인선생님과 함께 불렀던 노래들이 생각났다.
동진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니
능소화가 먼너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났는데요."
아들의 말에 "괜찮아요. 그냥 밖에서 놀면 되지요."
성사장님께서 나오셨다. 손님이 오셔서 저녁식사를 하러 가신단다.
밖에는 모기가 많으니 카페 안에서 쉬라고 하시면서
주방에서 커피, 허브차 등을 마실 수 있게 설명해 주셨다.
"네, 집 잘 지킬께요."

주인없는 수목원카페에서 저녁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만 하기에는 밤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직원과 나는 피아노앞으로 다가가 마산가곡교실 악보집을 펼쳤다.

동구밭 과수원길, 초록빛 바다물에 두 손을 담그면,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흰 물결이 밀려 오는 바닷가에서,
기약없이 떠나가신 그대를 그리며,
보리밭 사잇길로,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마산가곡교실 덕분에 많은 가곡과 동요를 배웠다.
우연인지 젊은 신입직원도 동요를 잘 부른다.
불을 끄고 수목원 문을 잠그고 나오면서 원장님께
미쳐 쪽지 남기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감사드렸다. 
"아름다운 수목원을 통채로 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3 Comments
정영숙 2007.07.27 09:14  
  노을님! 충무 김밥요? 제가 중학교 다닐때 고모부집(목회자라서 여수미평교회)에 방학때마다 가서 반주도 하고 노래도 하는데 그곳 가는 중간에 꼭 충무김밥을 사서 먹습니다. 지금도 옛 추억이 남아서 그렇게 하지요. 이 글을 읽으니 그때가 생각나군요. 동요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니 다음달에 한번 그 날 불렀던 노래 재창 해 보세요ㅎㅎㅎ 어쩌면 제가 다 간곳에 그렇게 늦게 갑니까? 환자들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그랬습니까? 나는 자유인이니까 어디든지 가고싶으면 버스카드만 가지고 라라라라라라랄!
노을 2007.07.27 10:27  
  듣기만 해도 즐거운 정경입니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더라면
저는 아마도 행복해서 기절할 텐데...
공연히 올려주신 동요들 때문에 바람이 나기 시작하네요.
혼자라도 불러봐야지...
실은 이번 휴가에 마산엘 가서 원장님 병원에 가서
'서프라이즈!!' 하고
소담수목원에도 들러볼까 생각만 했었어요.
늘 생각만 하고 산답니다.
요들 2007.07.27 11:27  
  오롯이 소담을 다 품어 보셨네요??
ㅎㅎ 좋으셨겠습니다. 한편으론 부럽구요...
울 원장님한테 졸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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