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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색 감정들의 비빔밥 교향곡

김형준 0 782
너무나도 아파도 견딜 수 없어서 눈을 감았다.
몸의 눈만이 아니다. 마음과 영혼의 눈도 빛을 잃었다.
눈과 더불어 모든 열린 공간들이 캄캄한 밤의 문처럼 닫혔다.
슬픔의 비는 아쉬움의 바람과 더불어 눈이 되어 날리어 갔다.
그토록 아름답기만 하고 달콤하기만 하고 기쁘기만 했던 사랑,
아니 사랑이라고 믿었고,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그 감정이
이젠 감초도 넣지 않고 제대로 다려지지 못한 한약처럼
내 삶의 가장 핵심을 파고 들어 도저히 회복되지 못한 피곤함을 동반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누구를 믿어야 하나,
사랑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모든 것이 환상이며 신기루가 아니었나,
사막 한 가운데 있다는 물이 있는 곳, 즉 생명의 연장이 가능한 그 곳은
과연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그냥 속고 사는 것이 편한 것이었을까, 아닌 것이라도, 거짓이라도
그냥 진실인냥 늘 옳은 것인양 믿어주고 받아주고 사는 것이
그나마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던 가볍고 얄팍한 사탕발림같은
사랑의 껍질이라도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살 수 있었던 것일까.

1악장은 참으로 신기하고, 참으로 기쁘고, 참으로 신선한 기쁨이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도 빠르고, 두근거리고, 발레하듯 지나더니
2악장에 가선 그런대로 분위기 있고, 여유있고,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3악장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당황스러움, 불안함, 격동, 다툼이 일었다.
4악장은 1악장에서 3악장이 조금씩 섞여 나오다가 갑자기 정적,
고요함, 비장함, 아픔..... 그렇다 아픔이었다. black이 white을 다
집어 삼킬 듯이 무섭게 파도치며 다가오다간 다시 grey로 휩싸였다.

잿빛 안개가 모든 것을 덮어 버려서 아주 가까운 공간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아직은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어서 너의 울음 소리를
듣는 것도 가능하지가 않다.

햇빛이 나고, 안개가 걷히면 어떤 그림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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