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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가 엮어낸 무지개

김형준 0 816
누나와 함께 조용히 그림을 그리던 그 소년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외국어 소리에 귀가 쫑긋한다.
무엇인지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인데도 불구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누나는 학교에서 영어를 좀 배웠나 보다.
아저씨가 무언가를 영어로 묻자
아는 것에 대해선 짧게 나마 대답을 영어로 하는 것이었다.

누나는 6학년, 소년은 일곱살
활달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누나가 얌전히 있으라 타이른다.
발동이 걸린 소년은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처음 만난 아저씨들과 전혀 낯가림 없이 잘 논다.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자 주저함 없이 노래를 부른다.
몸을 '격렬히(?)' 흔들며 무언가를 열심히 표현해 내고 있었다.

'끼가 있는데' 하고 아저씨들이 서로 말했다.
'노래 제목이 뭐야?' 하고 묻자
'MC 몽의 ...."라 한다.

노래를 들었으니 답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저씨들 중의 한 사람이 'O sole mio'를 이태리어로 불렀다.
무슨 소린지 모를 노래도 소년이 흥얼거리며 따라 하려 했다.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라 하자 소년은 즉시 또 노래를 불러 댔다.

갑작스런 '깜짝 노래방' 열린 것이다.
아이와 더불어 아저씨 한 사람이 춤을 추었다.
누나는 동생이 대견하다는 듯이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소년은 평가하지 않았다.
노래를 잘 불렀는가, 못 불렀는가를.
그저 신바람이 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 준 것이다.

그 소년하고 있으면 누구나 기쁠 것 같았다.
즐거움이 넘쳐나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같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아저씨들은 소년의 노래를 몰랐고,
소년도 아저씨의 노래를 알지 못했다.
40년 여년이란 나이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노래 부르고, 춤 추면서
하나가 되었고, 동질성을 가지게 되었다.

힙합과 나폴리 민요의 어울림,
우리말과 영어의 하나 됨,
세대를 뛰어 넘은 짧은 순간의 축제
그곳에 우리가 바라는 음악의 이상향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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