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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가 곡 0 753

 <쉽게 씨워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조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어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조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다가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후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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