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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로는 남을 돕지 말아라(?)

김정권 2 752
엊저녁 이웃 아파트에 사는 선배와 오랜만에 식사를 했습니다.
외식이라 해도 고급스런 식사가 아니고 그냥 얼굴이나 보자는데 의미를 두고 간단한, 쉽게 말해서 싼 음식을 시켜놓고 소주 한 잔 나누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 동안 있었던 일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거기다 자녀들 이야기까지 하다 보면 보통 1~2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맙니다.
  엊저녁도 자녀들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등을 나누다가 갑자기 10원짜리 한 닢을내보이면서 “참, 나 이런 일을 겪었었네”하며 흥분하였습니다. 
저는 의아해 하면서도 궁금하여 말을 재촉했었습니다.
이야기기는 이러했습니다.

  선배는 얼마 전 정년퇴임한 친구들의 모임 차 지하철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하여 계단을 오르는데 구석에 바구니를 앞에 놓고 머리를 숙인 채 구걸하는 여인이눈에 띄자 그냥 호주머니 속의 동전을 몽땅 다 털어 그 여자의 바구니에 넣었더랍니다. 그리고 계단을 몇 걸음 올라서는데 그 여자가 “아저씨!”하고 부르더랍니다.
선배는 의아해 돌아보니 “이건 도로 가져가세요.”하면서 노란 10원짜리 동전을 도로 주더랍니다. 그냥 멍하니 받고서 보니 진짜 기가 막히더랍니다.
그 순간 선배는 분노랄까, 격한 감정에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엇더랍니다. 
  그 바구니를 뺐어 내 동댕이치고픈 격한 충동이 솟구쳤지만 그 다음에 생길 상황이 떠올라 그 동전을 받아들고 밖으로 뛰쳐 나왔더랍니다.
모임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 모두가 격분하더랍니다.

  이야기를 들은 저도 무척 흥분이 되더라구요.
세상에 베품으로 나눔을 실천한 사람에게 그런 모욕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득 어떤 자리에서 친구 한 사람이 “거지나 창녀는 그런 소질을 타고 났기에 그런 생활을 하는거야. 타고나지 않은 사람은 죽을지언정 그 짓을 못 하는거야.“라는 말에 분노하여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거야? 가난이 죄지 그게 소질이라니 말이 되나?”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면 안돼.”라고 크게 반박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를 보니 진짜 그 여자는 그런 소질을 타고난 사람같이 느껴졌습니다.
선배는 다시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을 하지 않겠다고 강렬히 말했습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여자는 쓸데가 없을 바에야 주인에게 도로 돌려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고 합리화 시켜 보았습니다.

많고 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고 보면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냐고 선배를 위로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나눔을 생활화해야지 않냐고 얼버무렸습니다만, 모처럼의 해후가 구겨진 것 같아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참,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2 Comments
노을 2007.11.28 18:31  
어제 겪은 일입니다.
초로의 남자 한 분이 몇 가지 물건을 들고 와 팔아달라더군요.
수세미 등속이었는데 오는 사람마다 필요없는 물건 사 줄 수 없어
보통은 한 오백원 드릴테니 남는 셈 치고 다른 곳에 가서 하나라도 더 파시라고
하거든요.
그렇게 말했더니 순한 양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험상궂어지며
온갖 욕을 다하더니 저보고 지옥에 떨어지라더군요.
목요일마다 일정 시간에 구제금을 주는데
때로는 그까짓 몇 백원 주면서 시간 맞추어 오라 한다고 난리 치는 사람도 많구요.
기막힐 때가 참 많아요
淸想 2007.11.29 05:54  
노을님... 저도 비슷한 일들을 많을땐 하루에도 몇번 겪을때 있지요.
아파트 노인정을 얘기하는 분들... 부터 종교인(?)들까지...

소요산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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