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저녁놀, 그리고 보름달
대보름 저녁놀, 그리고 보름달
2004. 2. 5
![2004.2.5-1.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1.jpg)
내 기침소리가 거슬렸는지
직원들에게 떠밀려
일찍 사무실을 나섰다
가로엔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2004.2.5-2.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2.jpg)
퇴근이 이른 시간인데도 길은 꽤 붐볐다
집 근처 남부순환로에 들어섰을 때
건물들은 벌써 저녁놀에 상기되어 있었다
![2004.2.5-3.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3.jpg)
목을 돌려 백미러를 보았다
백미러 속에 가득 들어 찬 저녁놀,
재네들을 그냥 보낼 수 있을까,
U턴을 했다
지름길을 두고 우회하는 길로 가려...
![2004.2.5-4.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4.jpg)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건물 사이 빈틈에도
저녁놀이 타고 있었다
![2004.2.5-5.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5.jpg)
아파트 주차장, 서쪽 하늘에도 불이 붙었다
![2004.2.5-0.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0.jpg)
건물 유리창마다 옮겨 붙은 불..
![2004.2.5-7.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7.jpg)
마음이 바빠졌다
늘 그렇듯 노을은 금세 사라지기 때문..
집으로 들어가 코트도 벗을 짬 없이
북쪽으로 난 서재 창을 열고 서쪽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2004.2.5-8.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8.jpg)
노을은 부지런히 타올라 주었다
선심 쓰듯..
![2004.2.5-9.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9.jpg)
베란다로 갔다
여전히 서쪽 하늘은 붉게 타고 있었다
![2004.2.5-10.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10.jpg)
서둘러 저녁을 먹고 베란다로 나가
매봉산 위에 둥실 떠오른 대보름달을 맞았다
멀리 타워팰리스 불빛과 겨루기라도 하듯
있는 힘을 다해 빛을 뿜는 보름달
![2004.2.5-11.jpg](http://www.phildesign.co.kr/phil/2004.2.5-11.jpg)
갑신년 정월 대보름달,
정말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