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순정녀와 바람남의 연쇄 죽음

김형준 2 755
꽃은 기다릴 줄 안다.
기다릴 수 밖엔 없다.
움직일 수 없으므로.
유혹을 해야 한다. 향기로.

드디어 나비가 찾아 왔다.
꽃의 멋진 향내에 반해서
더불어 작은 음악회에 갔다.
나비가 함께 있길 꽃은 바랬다.

그것은 빗나간 소망일 뿐이었다.
나비는 슬슬 작업에 들어갔다.
꽃이 어디 하나 뿐이랴
그럴 듯한 꽃들 옆 좌석이 비었는데
음악은 계속해서 흐르고
나비는 거듭 성적 유희를 즐기고
꽃들은 은근히 그 나비가 와 주길 바랬다.

꽃은 나비의 그런 모습에 실망했다.
다리나 날개가 있었다면 나갔을텐데
숨 죽이고 나비의 날개짓만 바라보았다.
음악은 꽃에게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다른 꽃 속에 코를 박은 채 웃고 있는 나비
꽃은 서서히 입술을 닫기 시작했다.
겨울 동안 조용히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봄이 오면 보다 깊은 향내 피워
자신과 오랫동안 있을 나비를 품으련다.

꽃은 잠이 아니라 죽음과 동침한 것이다.
헤매이다 순정 꽃에 돌아온 나비는 슬펐다.
단 하나의 꽃만을 위해 살 준비가 됐는데
꽃은 문을 닫았고, 향기를 내뿜지 않았다
나비도 사랑에 굶주려 빈사상태가 된 채
추운 바람 견디지 못해 그만 날개짓을 접어버렸다.

꽃은 생육하고 번성키 위해 나비가 필요하나
나비는 사랑의 축제를 벌이러 꽃의 향기를 훔친다
2 Comments
김형준 2007.12.01 03:11  
사랑에 정답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종교적인 답, 문학적인 답, 인간적인 답, 우주적인 답.....
사랑을 지지고 볶는 일은 TV, 인터넷, 영화, 실제 삶 등에서
부지기수로 보이지만 아무 것도, 어느 누구도 정답을 주지 않는다.
사랑이 영원히 달콤하리라고 믿는 사람도 물론 없다.
아직 사랑을 해 보지 않아서 그 맛이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쓰고, 슬프고, 시고, 맵고, 짜고, 괴롭고, 어쩌구 저쩌구.....
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그런 사람들만이 긍정적 결과를 기다린다.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또 해도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또 다시 하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맛을 포함하며
사랑은 모든 감정을 포함한다.
사랑은 아프지만 그 아픔으로 더욱 더 색깔이 진해진다.
김형준 2007.12.04 17:26  
바람이 플라타너스의 잎을 태풍에 열매 떨어지듯 하게 하고 있다.
커다란 잎사귀들의 우박과 같은 강렬함도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따스함이 속삭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의 온도는 낮출 수 없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아껴주고픈 사람이 있을 때에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스하고
봄과 가을엔 황홀함으로 눈에 덮히듯 마음은 행복감과 기쁨으로 넘쳐흐른다.

사랑이 떨어지면 꽤 오랫동안 외로움으로 부터 벗어날 수가 없나보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