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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송문헌 1 997
덜커덩거리는 창틀에 성에 하얀 밤
바람도 없는 빈방, 촛불이 흔들리고
달그락, 찻잔에 이는 허공의 파문을 본다

‘떠나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요
한마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함은
나중에 더욱 그리워하기 위해서, 라고

차가운 벽에 얼싸안은 그림자 둘이
얼크러지자 무심히 마주한 시선 부끄러워
애써 찻잔을 들어 빙긋이 웃던 그,

타박타박 외진 골목 걸어간 길에
어스름 달빛이 장승처럼 내려와 서서
한참을 뒤돌아보던 그를 쓸쓸히 전송 한다


                                   

1 Comments
장미숙 2004.02.10 18:40  
  '떠나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함이요
한마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함은
나중에 더욱 그리워하기 위해서, 라고..

깊은 의미를 엿보며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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