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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어찌하면 좋을까..

barokaki 1 1142

>벌과의 동거

지난여름이었다. 집안을 청소하고 있는 도중, 말벌이 한 마리 날아들었다. 흔히 있는 일이거니 여기면서도 벌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불안하게 집안을 선회할 때에는 약간은 불안했다. 그가 결국 출구를 찾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사로잡기가 수월치 않았다. 조금만 진정해준다면 난 그를 안전하게 바깥으로 모실 수 있을 터였지만 그는 나의 손길을 완강히 거부할게 틀림없었다. 그가 지치도록 기다렸다가 건져내기에는 그의 생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래서 난 조금 불편했는데, 어느 새인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새 통로를 찾아 나갔나?"
그 후 난 벌을 잊고 있었고 몇 일이 지나갔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둘째 아이가 베란다를 가리켰다. 정돈을 하지 못해 지저분한 베란다에서 둘째가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기요, 개미가 집을 짖고 살아요. 불개미예요 .잡아야 할 거 같은데요?"
다가서서 보니 과연 화분 위로 연붉은 색의 작은 개미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높은 곳까지 올라왔구나.. 이 놈들 생명력이란...지난번 공룡능선 갔을 때도 바위 위를 잘도 돌아 다니드만...' 순간 난 이 놈들을 어찌할까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다. 방으로 들어올게 틀림없고, 더구나 불개미들이니 화분 속의 흙을 바꾸어야 한다고 걱정했다.
 "글세... 좀 더 두고보자. 집으로 들어오는지 안 오는지..."
집안으로 들어온다면 흙을 바꾸기로 아이와 약속을 하고 거실로 들어오는데, 아이가 또 한 마디 했다.
 "아빠! 저기 벌집이 있어요."
 "??? 벌??"
 "네. 벌이요. 이렇게 생긴 벌이에요."
아이가 벌을 그려왔다. 보니 말벌이었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은 주방 쪽 쪽문이 나 있는 위 찬장에 가려진 구석 천정이었다. 난 아이가 뭘 잘못 보았지 하였다. 아이는 계속해서 저기 벌집이 있다고 우겨댔다.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확인만 했더라도 되었을 것을 난 그냥 무시하였다. 그리고  또 몇 일이 지나고 있었다. 주방의 쪽문(이 문은 항상 열려 있음)을 내다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왠 벌이 이곳 쪽진 창을 향하여 돌진해 왔다. 이 녀석이 왜 이러는가 싶어 입김을 후- 불었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찬장위로 올라앉았다. 말벌이었다.
아! 벌집... 맞구나... 곧 이어 벌들의 날개 짓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들은 꿀이 어디 있는지를 몸통을 돌려가며 날개 짓을 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녀석들이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녀석이 쏜살같이 창을 빠져나가고 얼마 안있어 또 한 녀석이 창으로 돌진  하더니 머뭇거림 없이 자기네 집으로 올라갔다. 또 다시 날개 짓 소리. 머리가 띵- 해왔다. 이 패거리들을 진압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솔직히 좀 두려웠다. 한참을 그 녀석들이 들락날락하는 꼴을 쳐다보았다.
아이는 이 벌들이 무섭지 않았을까? 겁이 났다면 틀림없이 다시금 일러주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는 이 벌들이 공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왜 여기지 않는 것일까? 나의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벌집 아래에서 왔다갔다한다는 것이 저들에게 위협의 몸짓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그러나 아이는 괜찮다고 여기고 있었고, 오히려 개미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 녀석들을 어찌한다?"
잠시 후 밖에서 놀던 아이가 들어왔다. 난 아이에게 소리쳤다.
 "벌집이 있다!"
그러나 아이는 벌집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개미는 어찌할거냐 물었고, 난 아이를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밖에는 햇빛이 환했고, 벌들도 부지런히 다녀갔다. 저 벌집 안에는 여왕벌이 누워서는 하루종일 알만 낳고 있겠지. 아마 저 작은 벌집도 얼마 안가 금방 부풀어오를 것이고, 주방과 거실 벽에는 땡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겠지. 좋지 않은 그림이 계속 떠올랐다. 이 때 아이가 말했다.
 "아빠! 작년에도 벌들이 집을 지었어요."
 "컥!!!"
뭣이라? 작년에도?
 "그래 작년에는 어디다 어떻게 얼마나 언제까지..."
 "작년에는 작은 벌들이 몇 일만 살다 갔어요."
아... 조금만 살다... 이 녀석들 이 흉포한 녀석들은 얼마나 살다 갈 건가?
이러다 말벌 치는 벌치기가 되는 건 아닐까? 이러다 집안은 이들에게 내주고 우린 남양주 벌판에 나 앉는 건 아닐까? 하긴 여름이니 나쁠 것도 없긴 하지. 아이는 방안으로 들어가고 난 벌들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을 보았으나 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몇 마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비행경로를 거쳐 평화롭게 주방을 드나들었다.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들과 나는 처음부터 존재의 방식이 달랐고, 삶의 영역이 달랐다. 사실 그들과 나는 별개의 존재였다. 별개의 존재...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고 있었다. 나 혼자만이 거처하는 공간이었다면 이렇게 까지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재이전에 눈앞의 위험이 먼저였고 그게 난 신경이 쓰였다.

 또 몇 일이 지나갔다. 벌들은 역시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았지만, 난 예의주시했다. 어쩌다가 거실로 날아들어 올 법도 한데, 처음 한 번의 괘도 이탈을 제외하고는 그처럼 쉬운 실수도 그들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방으로 열린 창문을 통하여 일직선으로 통과했다. 난 봐주기로 했다. 그들이 이 열악한 환경을 스스로 깨닫고 개체수를 늘리지 않기를 바랬고, 행여 실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그렇다면 쪽문이 닫히는 일도 없을 것이고, 토벌에는 안심 놓아도 무방했다. 우리는 그렇게 신사협정을 맺었고, 말벌과 동거에 들어갔다.



(그 후 몇 일이 지난날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벌들은 집을 옮긴 듯...조용했다. 그들이 먼저 불편함을 느끼고 이사를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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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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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부쩍 큰 까치소리가 우렁차게 집안으로 차고 들어왔다.
>그 소리는 유난히 가까웠고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쳐 공명이 되었는지
>더 맑게 들려 왔으므로 늘 듣던 까치 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
>우리 집 맞은 편에 넉넉하게 교행할 수 있는 2차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느티나무가 한 그루 늠름하게 서 있다. 730년 수령의 그 느티나무에는
>꽤 큰 까치집이 하나 있는데 이른 아침, 까치들이 부지런을 떠는 날은
>크게 나무 주위를 원을 그리며 날아 오르곤 한다, 그럴 때 어김 없이 내지르는
>까치소리와는 요즘 들려오는 이 소리는 새벽 잠결에도 쉽게 구분이 될 만큼
>거리감이 다르다.
>
>마치 베란다 유리창에 붙어 앉아서 소리치는 것 같기도 했고 어떤 날은
>베란다 난간에서 두 마리가 화답하듯 이중창으로 들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오늘도 무슨 좋은 소식이 있을려나 보다.
>오늘 따라 노랫소리가 맑고 우렁찬 걸 보니 분명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그렇게 그날 그날 까치움음소리에 따라 행복한 착각을 하기도 했다. 
>
>그러다 며칠 그 일을 잊었나 싶은 어제 아침, 일찍 눈을 뜨고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을 때, 이유는 이불 밖으로 나왔을 때
>그 작은 기온차로 다소 잦아들었던 기침이 계속될 것 같아서였다. 때 맞추어
>커다란 까치 울음소리가 쳐들어 왔다, 그 우렁찬 소리는 나를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앞뒤 생각 않고 베란다 쪽으로 가서 급히 블라인드를
>걷어 젖혔다. 남쪽으로 난 작은 애 방앞 외벽에 부착된 에어컨 실외기 위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
>흔한 조류이긴 해도 도심에 살면서 날개 있는 짐승을 가까이서 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녀석들, 그 동안 여기에 앉아서 울어대고
>있었구나. 아무튼 고맙고도 기특한 마음에 잠시 지켜 보노라니 또 한마리의
>까치가 힘차게 그 주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 녀석은 입에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 있었는데 내가 보고 있는 걸 감지했는지 내려 앉지 않고 비행만
>계속하다가 결국 앉아 있던 다른 한마리 마저 데리고 날아가 버렸다.
>
>그리고는 주위를 살펴보니 에어컨 실외기를 매달아 놓은 받침대 사이 좁은
>공간에 어느새 물어다 놓았는지 비숫한 굵기와 고만고만한 길이의 나뭇가지들이
>꽤 모여있었다. 집을 지을 모양이었다.
>
>그렇구나, 그래, 봄이면 모든 것이 눈을 뜨지, 얘네들이라고 새 보금자리에서
>새 생명을 양육할 계획이 없을라고.. 내 가슴은 마구 뛰었다.
>아, 이렇게 가까이서 얘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게 되겠구나,
>집을 짓는 과정이며 새-끼를 낳고 먹이를 물어다 주고 새-끼가 커서 첫비행을
>하는 장면까지도 소상히 볼 수 있게 되겠구나,
>
>웬 행운인가 하면서 이제부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나를 족히 행복하게 해줄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생겼구나, 꿈에 부풀었다. 고맙다.. 까치야,
>까치 한쌍이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 이 얼마나
>자신의 삶과 의무에 충실한 모습인가. 어린 생명을 키우기 전에 삶의 터전을
>먼저 다지는 그들에게서 자연의 신비감과 미물이지만 생명있는 것들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었다.
>
>그 때부터 내 신경은 온통 그 까치집에 쏠렸고 눈만 뜨면 블라인드를 걷고
>그들의 새로운 집 신축현장의 공사진행상태를 점검했다. 그 녀석들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면 혹 종일 날아오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다른 곳, 더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다 집을 지어버리면 어쩌나 조바심도 내면서
>나뭇가지가 모이는 속도가 더딘 날은 이 집을 언제 다 지을까 안달도 했다.
>
>그러나, 기쁨을 나누면 두 배로 된다고 누가 말했을까, 남편에게 빅 이벤트가
>생긴 양 흥분한 어조로 이 사실을 알렸을 때 반응은 의외였다.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까치집이 완공되었을 때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얘기하는 거였다.
>
>요약하면 '신문도 안 보느냐' 였다. 까치집이 비나 이슬에 젖게 되면 그대로
>전기가 흘러 합선으로 인한 정전사고가 난다는 것. 그래서 어떤 지방에서는
>‘100일 까치소탕작전’을 벌여 사냥꾼들로부터 사들인 까치로 박제품을
>만들어 팔아 불우이웃 돕기를 한다는 둥, 한전 어느 지점의 경우
>하루 3백여개의 까치집을 철거한다는 둥, 무척 신빙성 있어 보이는 예를 들어
>차근차근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설마, 그래도.. 하면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까치집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자연생태관찰의 훌륭한 자료라거나,
>야생조류 한 세대가 자라는 과정을 살핌으로써 생명의 경외심을 깨우치는
>멋진 계기가 될 거라 거나, 아침나절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기쁜 소식을
>예고해 주는 길조라는, 가슴뛰는 낭만적 기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
>오로지 까치와 한전 사이의 팽팽한 생존의 대결구도 만이 화두에 올라와
>있을뿐 까치는 이미 문명생활에 골칫거리로 전락해 있었다. 이건 타협의
>선을 넘어 '인간과 까치와의 전쟁 선포' 바로 그거였다. 특히 산란기인
>2-4월에는 한전 직원뿐 아니라 일용직 배전공까지 고용, 배전선로 순시조를
>편성해 전신주에 불법으로 지은 까치집 철거활동을 벌인다고.
>
>한전은 갖은 아이디어를 발휘, 전신주 전선시공을 하향식으로 변경,
>전력선이 까치집에 닿지 않도록 하고 전신주와 전선의 연결부위에 절연호스를
>사용하는 등 ‘조류 공존형 설비’ 라는 이름 아래, 까치로 인한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 바람개비, 거울 또는 은박지, 모형뱀·매, 죽은 까치, 빙초산,
>나프탈렌, 시너 등 시·후· 촉각을 총동원한 퇴치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배전선로 고장건수 2769건 중 19.8%인 547건이
>까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월별로는 까치들이 산란을
>위해둥지를 트는 시기인 2~4월에 고장사고가 집중되는데 지난해 2월에
>50(9.1%), 3월에 208건(38%), 4월에 71건(12.9%)이 발생했다 한다.
>
>어찌하면 좋을까,
>
>까치의 성장과정 관찰이란 매력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포기할 것인가,
>
>처음 발견했을 때 고맙고 기특해 했던 그 며칠간의 까치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저 신축공사 현장을 무자비하게 허물어 버릴 것인가,
>
>한전의 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이고 운 좋으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최고 40%도 안되는 정전사고를 피하느라 그 들의 꿈의 보금자리를
>헐어버리는 우를 범할 것인가,
>
>정전이 되면, 사후 조치를 감수하고도 집 짓는 일을 묵과해 줄 것인가.
>/김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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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해아래 2004.02.10 13:22  
  잘 읽었습니다. 작은 생명의 삶일지라도 소중히 여기는
바로가기님의 마음이 전해 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