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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유랑인 9 791
손주가 47세인 92세 되신 문수리의 할머니... 
귀가 안들리시어 고함을 치며 이야기를 나누는거 외엔
너무 정정하시고 곱게 세월을 밟아오셨다.

손주들 증손주들 용돈 조금씩 줄수있는 즐거움과
방안이 답답해 집에 있질 못하고
넓은 밭에 당신의 손길로 하여 풍요함이 자라남을
너무나 담담히 말씀하시는 촌노..

굼뜬 푸성귀 다듬질이었으나 역시 정돈되고 익숙한 어루만짐을 본다.
주름진 손에 숭얼숭얼 떨어지는 오가피 열매가
할머니의 옛이야기로 소쿠리에 오롯이 쌓여간다.

나는 귤을 까서 드리고
할머니는 순무를 깎아 주셨다.

할머니는 귤 향기 같은 옛날 곱던 시절을
입안 가득 마음 가득
잡수시었고

나는 크게 크게 어린 시절을 베어 물었다.

건강하시길...
나도 저렇게 세월을 사리고 싶다.
9 Comments
산처녀 2005.11.10 12:41  
  우리 시어머님을 뵙는듯 하군요 .
쉬시라고 해도 오히려 화 내시면서 육신 성한날 이 얼마 남겠다고 그냥 쉬느냐고 .
쉬면 큰일나는줄 아시는 우리 어머니 .
며느리가 모자라는 건강을 갖고 사니까 당신이 채우시느라 항상 고되신 우리 어머니가 거기 계시군요 .
유랑인 2005.11.10 13:04  
  산처녀님~~  안녕 무고하시죠~?  앞산이 무척 이쁘겠네요~~
바다 2005.11.10 14:06  
  먼 훗날 우리도 저렇게 아름다워지리라
우지니 2005.11.10 15:00  
  귀하신 모습 남겨 주셨군요.
소외된 어르신께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우리모두에게 어머님 생각을 일깨워 주셨네요.
누구나 할머니처럼 아름답게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머니! 할머니를 존경합니다.
남은 삶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靜 軒 2005.11.10 17:41  
  유랑인님. 사진과 글 ...아름답습니다. 연로한 분을 공경하시는 마음이 역력하군요. 어머님이....그립기도....하셨겠어요....
서들비 2005.11.11 14:43  
  할머니께 분홍색 털모자를 드리고 싶네요.  ^^
규방아씨(민수욱) 2005.11.11 17:53  
  우리 할머니 생각납니다..하얀머리에 곱게 쪽찌르시고 비녀꼽고 계셨던 할머니...그이름 그대로 정이 듬뿍 담겨 있지요..
별헤아림 2005.11.12 15:55  
  유랑인님 사진과 함께 좋은 글까지 읽게 해 주시군요... . 찬사를 보냅니다.
저도 어린 시절로 한 번 고개 돌려 봅니다.ㅎ.ㅎ.
유랑인 2005.11.13 00:53  
  바다님,우지니님,정헌님,서들비님,민수욱님,별헤아림님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노년이 저런건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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