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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강하라 3 784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장미꽃은 누가 뭐래도 아름답다. 붉고 매끄러운 장미의 살결,
은은하게 적셔오는 달디단 향기, 겉꽃잎과 속꽃잎이 서로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자태, 여왕의 직위를 붙여도 정말 손색이 없는 꽃이다.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꽃이면서도 제 스스로가 지키는 기품이 있다.
그러나 모든 꽃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모든 꽃이 장미처럼 되려고 애를 쓰거나 장미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실망해서도 안된다.
나는 내 빛깔과 향기와 내 모습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나는 장미로 태어나지 않고 코스모스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면 가녀린 내 꽃대에 어울리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장점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욕심부리지 않는 순한 내 빛깔을 개성으로 삼는 일이 먼저이어야 한다.
남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내 모습, 내 연한 심성을 기다리며 찾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장미는 해마다 수없이 많은 꽃을 피우는데 나는 몇 해가 지나야
겨우 한 번 꽃을 피울까 말까 하는 난초로 태어났을까 하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장미처럼 화사한 꽃을 지니지 못하지만 장미처럼 쉽게 지고 마는 꽃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장미처럼 나를 지킬 가시 같은 것도 지니지 못했지만 연약하게 휘어지는 잎과
그 잎의 담백한 빛깔로 나를 지키지 않는가.
지금 장미를 사랑하는 사람의 숫자가 물론 더 많지만 더 오랜 세월동안 사랑 받아온 꽃이 아닌가.
화려함은 없어도 변치 않는 마음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랑받고 있지 않은가.

나는 도시의 사무실 세련된 탁자 위에 찬탄의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는 장미가 아니라
산골마을 어느 초라한 집 뜨락에서 봉숭아가 되어 비바람을 맞으며 피어 있을까 하고
자학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장미처럼 붉고 짙으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빛깔을 갖고 태어나지 못하고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붉은 빛이나 연보랏빛의 촌스러운 얼굴빛을 갖고 태어났을까 하고
원망할 필요가 없다.
봉숭아꽃인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빛깔을 자기 몸속에 함께 지니고 싶어
내 꽃과 잎을 자기 손가락에 붉게 물들여 지니려 하지 않는가.
자기 손가락을 내 빛깔로 물들여놓고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할 만큼 장미는 사랑받고 있을까.
장미의 빛깔은 아름아우나 바라보기에 좋은 아름다움이지
봉숭아꽃처럼 꽃과 내가 하나되도록 품어주는 아름다움은 아니지 않은가.

장미는 아름답다.
그 옆에 서 보고 싶고, 그 옆에 서서 장미때문에 나도 더 황홀해지고 싶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시기심도 생기고 그가 장미처럼 태어났다는 걸 생각하면
은근히 질투도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도종환 산문집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3 Comments
김형준 2005.10.20 06:18  
  '강하라'님께서 참으로 아름다운 수필을 이곳에 옮겨다 놓으셨군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각자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달란트(/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향기와 자태와
재능을 잘 활용하면 보다 더 아름답고 멋지고 훌륭한 우리 자신을 만들고 또한 늘 내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자취를 남길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이들이 가진 것에 대해 시기하고 마음 아파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허락해주신 것들에 대해 늘 감사하고 그것을 나누는 삶을 살다보면 우리 자신이 더욱더 아름다워져 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제 마음 속에 기쁨을 선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들비 2005.10.20 10:41  
  저는
가슴시린 푸른빛 달개비꽃이나
개천가의 고마리,
쇠별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해 할께요 ^^*
샬롬!!!
philip 2005.10.20 21:48  
  장미만 있다면 얼마나 멋 없을까...? 단조롭고...
여럿이서 어울려야 모든 게 제격 아닐깜요...??
어울릴 줄 아는 사람....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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