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이지엽 시 윤대근 곡
바리톤 박흥우 반주 엄은경

흐리고 안개 낀 날 나 그대를 보내야겠네
말간 시간의 뼈들이 떠나는 새벽 정거장
물방울 두어 점 떨어질 듯 아린 고비 다 지나
넘고 넘어온 능선 어질머리 꿈 다 버리고
산과 하늘 맞닿은 곳 그 아슬한 추억도 지나
꺼지는 등불 바라보며 그대 보내야겠네
어떤 것이 우리게 남아 악수를 청해 와도
담담히 건네는 눈짓 서로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떠남을 예비한 만남 눈물 아예 흘리지 않으리
돌아오는 강둑길 저 푸릇한 잎새며 들풀
밟고 지나온 유년기의 향내 가지런히 모아
더러는 그대게 보내고 더러 나 안고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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