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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바위 4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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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柳寬順

그리운 미친년 간다
햇빛 속을 낫질하며 간다
쫓는 놈의 그림자는 밟고 밟으며
들풀 따다 총칼 대신 나눠주며 간다
그리움에 눈감고 쓰러진 뒤에
낫 들고 봄밤만 기다리다가
날 저문 백성들 강가에 나가
칼로 물을 베면서 함께 울며 간다
새끼줄에 꽁꽁 묶인 기다림의 피
쫓기는 속치마에 뿌려놓고 그리워
간다, 그리운 미친년 기어이 간다
이 땅의 발자국마다 입맞추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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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맞으며 창녀나 될걸.
흘린 피 그리운 사내들의 품을 찾아
칼날 같은 이내 가슴 안겨나 볼걸.

사랑은 엄살이니까
쫓겨온 그리운 고향이니까
주무시고 가세요 아저씨.

아저씨의 삶은 피곤하지 않으세요?

거리의 쓰레기통마다 별빛이 내릴 때
밤목련 지는 소리 홀로 들으며
오늘밤 사는 놈만 불쌍하다 흐느끼는

저 젊은 나그네를 따라가요 아저씨.
눈물은 희망이니까
봄밤에 개미 한 마리 죽인 우리들의

통곡은 희망이니까
술집마다 거짓말들만 술 취하는 거리에서
자고 가요 아저씨, 말씀해주세요.

우리들은 어디로 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모두 다 산으로 올라가고
남 몰래 동상들만 울고 서 있쟎아요.

몸파는 여자들만 봄을 기다리도록
동해 위를 촛불 들고 걸어가요 아저씨.
슬픔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보리피리 불면서 보리밭길 걸어요.

사랑은 절망이니까
절망은 사기이니까

첫눈을 밟으며 창녀나 될걸.

[1976]
4 Comments
바다 2003.08.30 21:50  
 
그리운 미친년
그 분의 그 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 분이 계셨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지 않겠나요?
오늘 너무나 안일한 생각에 빠진 제게 좋은 자극제가 되는군요.

바위님!
귀한 시를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덕기 2003.08.30 22:49  
  이 시 참 좋습니다.
그리운 미친년 참 좋지요
그런데 이 시는 정호승 님께서 쓴 시이지요
죄송합니다
오숙자 2003.08.30 23:04  
  3.1절은 아니지만

어렸을적 유관순 언니의 영화를 본 영상이
다시 떠 오릅니다.

보기에 미친여자 처럼
찢기고 흐트러진
치마 저고리의 유관순 언니,누나

기어이
이땅의 발자욱마다
입마추고며 간다.

목이 메입니다.
유랑인 2003.09.01 10:38  
  가슴 저르르한 시..

목에까지 잠겨있는 한의 늪.
빠져나와야 하지만
어느 만큼의 세월이 더 필요할까.?
대내림의 아픔이 언제 쯤이면
없어진 봉숭아 손톱물이 될까?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