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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제비 정말 잘 키워봐

바다박원자 9 1515
그 꽃제비 정말 잘 키워봐

오늘은 건강의 날로 전 직원이 보성에 있는 대원사로 벚꽃놀이를 하러 갔다
눈 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을 아니, 봄을 좀 더 만끽하기 위해 일찍 버스에
올라 앞자리에 앉아 출발하기만 기다렸다.
모두 기다렸다는 듯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이야기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났다.
하기야 아이들과 생활하고 잡무처리를 하다보면 
동료끼리 정담을 나누는 시간이 주어지기란 참 어렵다.

약 1시간을 달려 대원사 입구에서부터 시작하는 비좁은 벚꽃 길을 차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벚꽃이 무궁화보다도 많은 사람에게
훨씬 더 사랑을 받고 있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거 같다.

우리 일행은 양지바른 잔디밭에 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꺼내놓고
서로 인심 좋은 이웃이 되어 주거니 받거니......
봄날 잔디밭에서 마시는 동동주 맛이 일품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미술관까지 3km를 걸어서 내려오라는 명령이 있었기에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기 시작하였다.
그 벚꽃 길은 마치 긴 터널처럼 길고 눈부셔서 가다가 되돌아보기를
반복하며 후세인의 황금 궁전이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생각해봤다.

 산 이쪽저쪽을 번갈아 둘러보는데 산의 나무와 갖가지 풀과 야생화는
우리의 시선을 자꾸만 끌고만 있었다.
수줍게 피어있는 진달래는 젊어서나 늙어서나 키가 크나 작으나 아기 진달래고
할미꽃은 허리가 굽어졌다고 젊어서나 늙어서나 할미꽃인 것을 보면 할미꽃이
참 속상하리라 생각해 보았다.

그 자연 속에 어우러진 나무들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다. 꽃이 피는 시기도  잎을 내는 시기도 다르며 
서로 무엇이든지 닮지 않고 서로 시기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간직하며 주위의 환경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질서를 우리 인간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 다음엔 네 차례.....

길을 따라 걸어오다 나는 그만  보라색 제비꽃에 손을 내밀고 말았다
논둑길에서,도 언덕배기 잔디밭에서도......
종이컵에 담아 조심스럽게 담아 버스에 오르니 일행들이 모두 웃으며 자기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한 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 아, 제비꽃!”
“ 저는 이 봄을 이렇게 담아 갑니다. 사실은 저의  집에 제비가 없거든요.”
익살스러운 한 남자 선생님이
“꽃제비(?) 말씀이신가요?”
“네, 저의 집에는 꽃제비가 한 마리도 없어요.”
“ 그럼 그 꽃제비 잘 키워야겠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여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선배 언니가 다시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 그 꽃제비 정말 잘 키워봐~~”

성당을 다녀온 후 야심한 밤에 제비꽃을 옮겨 심으며
"그래! 넌 꽃이 된 제비지? 그래서 사람들이 널 보고 꽃제비라고 하나 봐."
아름다운 제비꽃이 오늘은 난데없는 꽃제비(?)가 되어 우리 집에 오게 된
몹시 기쁜 날이 되었다.
9 Comments
임승천 2003.04.10 04:38  
  제비꽃은  일명 "오랑캐꽃"이라고도 하지요. 하얀꽃과 남색꽃이 피지요. 저도 옮겨 심어보았는데 잘 살지가 않더군요. 실리려면 뿌리가 다치지 않게 전체를 파서 옮겨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재미있는 일화였습니다.즐거운 꽃제비와의 대화가 되길 빕니다.
오숙자 2003.04.10 08:14  
  이곳 문호리 전원생활을 한지 2년쯤 지나 가까이 있는 화야산으로 등산을 갔었지요
보라색의 오랑캐꽃, 난 그꽃이 바이올렛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예쁜 꽃이 무더기로
운집해 펴있는것을 보고 너무 고와서 한움큼 따왔지요 .그러면서 미안한 마음을
" 여기에 펴 있으면 등산객들에게 밟히지..."하는 내심 꽃을 위하는 합리화를 내세우며 앞마당에 보이는곳에 바다님 처럼 정성것 심었답니다.
다음해에 받아논 씨로 다시 심으려는데 앞집에 사는 어린아이가 우리집엔 안심어도 오랑캐 꽃이 많다고 자랑을 해 가보니  바람이 전부 꽃씨를 앞집으로 옮겨놔 온통 보라꽃이 잔잔하게 카펱을 펴논듯 했지요, 구석에 운집해있는 꽃을 다시 얻어와 심었답니다.
이꽃을 심어본 바다님의 기쁨을 난 알수 있답니다.
나리 2003.04.10 09:21  
  바다님!

아주 즐겁고 행복한 날을 보내셨군요.

꽃제비 새 식구도 들이시구-----^*^

실내에서 잘 견뎌줄지 모르겠으나, 바다님 사랑과 정성을 먹으면---- ^*^

내년엔 바다님 손에도 에쁜 꽃반지가 끼워지겠군요!!
평화 2003.04.10 09:26  
  바다님! 예전에 저는 이름모를 꽃나무를 사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놓아두고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정성들인 그 꽃나무가 시들시들 해져서
행여나하는 마음에 아파트 정원에 옮겨 심어보았지요.
한동안 아주 잘 자라주는 그 꽃나무 덕분에
순간순간 무지 행복하였었지요.

하지만 겨울이 되어 찬바람에 그 나무는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또 죽을것만 같은 섣부른 제 생각에 다시 화분에
옮겨와 따스한 베란다에서 겨울을 나게 할 요량이었는데
결국에는 화분에서 죽고 말았지요.

차라리 정원에서 추위를 견디내도록 놔두었더라면
이 다음해 봄에는 더욱 튼실한 꽃나무가 되었을것을....

꽃을 그냥 바라만 보는 사람!
꽃을 꺽는 사람!
꽃을 통째로 뽑는 사람!

문득 "꽃도 너를 사랑하더냐" 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음악친구 2003.04.10 09:33  
  부끄럽게도 난 꽃제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몰라요
하지만,아마 보면 "아~ 이꽃이구나~!"하고 알겠죠

며칠전 전화주셔서"마리아~ 너랑 나랑 가까이 살면 오늘 같은날 함께 드라이브하고 꽃구경가고 참 좋을텐데..."

아름다운것을 보고는 제 생각이 나셨나봐요

바다님 글을 읽으면서 눈을 감고 나도 그곳에 간것처럼 그림을 그려봅니다
남가주 2003.04.10 14:01  
  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안에서 잔잔한 기쁨을 맛보게 되지요, 오래전 친구의 언니 수녀님께서 제게 편지와 함께 무궁화 꽃씨를 보내주셨답니다. 작은화분에 심었다가 싹이나고 조금자란후에 현관앞에 심었는데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고 꽃이 소담스러운지 그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향 생각이 나곤 하였지요,
바다님, 제비꽃 예쁘게 키우세요,


신재미 2003.04.11 07:25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은 마음이 꽃보다 아름다워요
동심초 2003.04.11 14:19  
  누가 그러는데요 들꽃 꺽으면 일러바친대~~~~~~~~요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후미진 곳까지 돌아보시고
 무심코 지나쳐 버릴 만한 들꽃들에게까지 사랑의손길을
 펼치시는 그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보랏빛 제비꽃은
 아름답게 잘 자라겠지요..

 이 아름다운 봄날에  바다님과 음악친구와 동심초랑 꽃길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바다님은 왜 그리 멀리 계셔서 그리움이 깊어만 지게 하는지요

 다음주에는 음악친구와 꽃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워야겠습니다... 친구야~~ 니 내캉 꽃구경 가제이
바다 2003.04.11 22:17  
  제 글에 아름다운 글을 보내주신 님들을 위하여
제비꽃 반지를 하나씩 드립니다

제비꽃 반지

잔뜩 부풀은
철쭉나무 밑
올망졸망
제비꽃이 한창


풀 섶에 앉아
제비꽃 하나
사랑 하나
사슬처럼 엮으면

내 마음
다 앗아간
제비꽃 반지
하나씩 태어난다


해마다
끼던 반지
제비꽃 반지
사랑의 반지

고사리 손
둔탁한 손
제비꽃에 묻혀
선녀 손이 된다

임승천 시인님.오숙자 교수님, 나리님. 평화님.
음악친구님, 남가주님. 신재미님, 동심초님

모두 감사 드리며 이 봄에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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