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타러 가는 날
고령자고용촉진주간 기념식
올림픽파크텔 1층에 있는 올림피아홀 전면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고 비로소 나는
오늘의 행사 내용을 짐작했다.
그랬구나.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동부가 샘터사와 연계하여 벌인 일이었구나.
샘터 홈페이지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수기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응모를 했다.
내가 고령자에 속한다고는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캠페인 제목이 ‘Working 60+’여서 말 그대로 일하는 60대라 하니
해당자가 될 수밖에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지 않은 판에 한 번 보내보자 했다.
처음에 샘터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은 정말 자신의 얘기냐는 확인이었다.
‘네 제 이야기인 데요’
전화를 끊고 속으로 이런 전화는 공연히 희망을 품게 만드는데 싶어
좀 조바심이 났다. 아니 신경이 쓰였다.
며칠 후 다시 샘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글이 은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애들처럼 ‘어머 웬일이니’하고 말았다.
이게 웬일이람? 기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친절한 샘터사 기자는 그 후로도 시상식에 대해 몇 번 더 전화로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는데 당일 호텔에 와서 이만근 기자를 찾으라고 하여
하마터면 ‘아유 무겁네요’하고 장난말을 건넬 뻔 했다.
가을 들어 검정 비로드 정장을 한 벌 사면서 무슨 예복 같기에
입고 갈 곳도 없는데 싶어 아쉽더니 드디어 때를 만났구나 하고 신이 났지만
그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하필이면 수능 당일에다 제일 추운 날이 될 줄이야.
추위를 무릅쓰고 멋을 부리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를 생각하며
옷 든든히 입고 일찍 전철을 탔다. 수능 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철은 대만원이었다. 성내역에 내리니 너무 시간이 일렀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라는데 너무 이르다 싶어 곱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를 감상하며
버스 한 대를 보냈더니 그 후로 영 오지를 않는다.
그래, 우아하게 두 정거장이나마 택시를 타고 가자,
빈 택시 잡아타고 행선지를 일러주었다. 올림픽공원이 보이는 도로에서 코너를 돌더니
내리라 한다. 요금을 지불하고 폼 나게 잔돈도 받지 않고 내려서 보니 이상했다.
올림피아나 호텔? 이름이 틀린데? 눈에 띄는 아무나 붙들고 촌아지매처럼 물었다.
‘올림픽파크텔이 어딘가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참 멀다.
기가 막혔다. 시간이 넉넉하다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아하기는 틀렸다. 뛰자.
서울 어느 거리보다 도로 폭이 넓은 건널목을 냅다 뛰어 건너
호텔을 향해 잰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나쁜 운전기사라고 욕을 했다.
아니 속으로 한 게 아니라 인적이 드문 넓은 보도에서 소리 내서 원망을 했다.
그런데 은행잎이 곱게 깔린 가로수길이 너무 좋아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길을 걸어본 지가 얼마만이냐 싶어서 그 기사를 용서하기로 했다.
공기는 차갑고 바람 끝은 쌀쌀했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높은 구름,
그리고 참다랗게 물들어 간간이 잎을 떨구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거리의 쾌적함이 누구를 원망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게다가 나는 지금 상을 받으러 가고 있지 않은가.
올림픽파크텔 1층에 있는 올림피아홀 전면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고 비로소 나는
오늘의 행사 내용을 짐작했다.
그랬구나.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동부가 샘터사와 연계하여 벌인 일이었구나.
샘터 홈페이지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수기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응모를 했다.
내가 고령자에 속한다고는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캠페인 제목이 ‘Working 60+’여서 말 그대로 일하는 60대라 하니
해당자가 될 수밖에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지 않은 판에 한 번 보내보자 했다.
처음에 샘터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은 정말 자신의 얘기냐는 확인이었다.
‘네 제 이야기인 데요’
전화를 끊고 속으로 이런 전화는 공연히 희망을 품게 만드는데 싶어
좀 조바심이 났다. 아니 신경이 쓰였다.
며칠 후 다시 샘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글이 은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애들처럼 ‘어머 웬일이니’하고 말았다.
이게 웬일이람? 기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친절한 샘터사 기자는 그 후로도 시상식에 대해 몇 번 더 전화로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는데 당일 호텔에 와서 이만근 기자를 찾으라고 하여
하마터면 ‘아유 무겁네요’하고 장난말을 건넬 뻔 했다.
가을 들어 검정 비로드 정장을 한 벌 사면서 무슨 예복 같기에
입고 갈 곳도 없는데 싶어 아쉽더니 드디어 때를 만났구나 하고 신이 났지만
그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하필이면 수능 당일에다 제일 추운 날이 될 줄이야.
추위를 무릅쓰고 멋을 부리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를 생각하며
옷 든든히 입고 일찍 전철을 탔다. 수능 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철은 대만원이었다. 성내역에 내리니 너무 시간이 일렀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라는데 너무 이르다 싶어 곱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를 감상하며
버스 한 대를 보냈더니 그 후로 영 오지를 않는다.
그래, 우아하게 두 정거장이나마 택시를 타고 가자,
빈 택시 잡아타고 행선지를 일러주었다. 올림픽공원이 보이는 도로에서 코너를 돌더니
내리라 한다. 요금을 지불하고 폼 나게 잔돈도 받지 않고 내려서 보니 이상했다.
올림피아나 호텔? 이름이 틀린데? 눈에 띄는 아무나 붙들고 촌아지매처럼 물었다.
‘올림픽파크텔이 어딘가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참 멀다.
기가 막혔다. 시간이 넉넉하다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아하기는 틀렸다. 뛰자.
서울 어느 거리보다 도로 폭이 넓은 건널목을 냅다 뛰어 건너
호텔을 향해 잰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나쁜 운전기사라고 욕을 했다.
아니 속으로 한 게 아니라 인적이 드문 넓은 보도에서 소리 내서 원망을 했다.
그런데 은행잎이 곱게 깔린 가로수길이 너무 좋아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길을 걸어본 지가 얼마만이냐 싶어서 그 기사를 용서하기로 했다.
공기는 차갑고 바람 끝은 쌀쌀했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높은 구름,
그리고 참다랗게 물들어 간간이 잎을 떨구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거리의 쾌적함이 누구를 원망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게다가 나는 지금 상을 받으러 가고 있지 않은가.